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최악의 위기에 몰려있다.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 임기 2년차를 맞이 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 4조원 규모 증권사 가운데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라임 사태라는 초대형 금융사고까지 발생했다.
게다가 최근 연임에 성공한 조용병 회장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부실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신한금융투자 김병철號(호), 취임 첫해 초라한 성적표…실적 급감 ‘뚜렷’=지난해 3월 신한금융투자의 수장으로 취임한 김병철 대표이사 사장은 취임사에서 “자본시장 톱 플레이어” “금융투자가 그룹을 이끌자”라는 담대한 목표를 발표했으나 현재 실적 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이익이 약 2020억원으로 전년동기(2300억원) 대비 12.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가운데 손익에서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초대형IB(투자은행) 조건을 갖춘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우수한 실적(3분기 누적 5333억원, 전년동기 대비 29.79%↑)을 거뒀다. 나머지 미래에셋대우(20.9%), KB증권(10.02%), NH투자증권(2.9%), 삼성증권(1.9%)도 실적이 전년 대비 늘어났다.
신한금융투자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GIB(글로벌투자금융)부문에서는 실적이 늘어났으나 WM/영업추진(리테일) 부문에서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GIB부문에서 753억원의 순이익을 내 전년동기(532억원) 대비 41.54% 증가했으나 WM/영업추진 부문 순이익은 올해 3분기 기준 237억원으로 전년동기(597억원) 대비 반토막 이상 감소했다.
이에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WM/영업추진 부문 순이익 감소는) 지난해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고, 거래대금도 감소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재무건전성과 자본적정성 지표인 순자본비율은 전년 보다 개선됐다. 신한금융투자의 3분기 순자본비율은 1280.82%로 전년동기(583.60%) 대비 크게 늘어난 상태다.
◆ ‘초대형 금융사고’ 라임발(發) 시한폭탄에 ‘전전긍긍’…당국 제재 수위 귀추=게다가 향후 실적도 순탄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의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대출 방식)를 진행했으나 오히려 대형 악재로 돌아왔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는 개인투자자 투자금 2436억원과 신한금융투자의 레버리지 자금 3500억원이 투자돼 총 6000억원 규모로 운용됐다. 이 가운데 40%인 2400억원이 미국 헤지펀드사 IIG(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 STFF펀드에 투자됐다.
문제는 IIG가 이른바 ‘폰지 사기’ 혐의로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운용 등록업 취소를 통보받으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금융당국은 신한금융투자가 펀드 기획에 관여하면서 부실 사실 여부를 알았는지 조사하고 있다.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서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도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 고객 피해만 놓고 본다면 이번 사안(라임 사태) 삼성증권 사태 보다 훨씬 크다”며 “대체 (신한금융투자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체계를 잡았는지 의문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발생한 삼성증권 사태는 지난 2018년 발생한 배당 오류 사태로 주가가 단기간 급락하면서 발생한 투자자 피해 사건이다. 삼성증권은 당시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일부 영업정지를 비롯해 임원 징계라는 고강도 제재를 받았다. 당시 대표이사였던 구성훈 사장은 취임한지 4개월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따라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한금융투자 김병철 사장의 입지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만 라임 사태는 여러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기에 금융당국의 제재 시점이 예상 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라임 사태는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는 사안이기에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라임 사태 여파에 지주사 ‘골머리’…조용병 회장 연임 승인한 회추위 ‘머쓱’=이번 사태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신한금융지주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신한금융지주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파생상품 거래도 위험을 관리해서 자제했다”며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승인한 바 있다. 하지만 라임사태가 터지면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의구심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악재에 신한지주의 주가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지주의 주가(22일 종가기준)는 4만1000원으로 3개월 전(4만3400원) 대비 5.52%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한지주의 주가 하락은 라임사태와 같은 불확실성 요소가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증권계열사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IB(투자은행)인가 차질이 생기며 비은행부문 실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7월 증권 자회사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같은 대규모 증자 결정으로 신한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자기자본 대비 자회사에 대한 출자 총액)이 128.58%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번 악재로 인해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IB 인가는 불투명해져 버린 상태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