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따른 소비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국내서도 4명의 확진 환자가 나온 만큼, 질병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현재 여행사, 면세점, 호텔 등에선 예약과 방문 취소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대면 접촉 기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심리 위축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이번 주 출발하는 중국 여행 예약을 100% 일괄 취소했다. 수수료가 없는 전액 환불 조치다. 한 대형 여행사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 여행 취소율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했다.
동남아 등의 인접 국가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 중국인이 많이 몰리는 곳인데다,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는 공항과 비행기를 거쳐야 하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일 갈등으로 대체지인 중국과 동남아 여행 수요가 늘어나길 기대했는데, 신종 코로나로 어렵게 됐다”면서 “사태가 빨리 수습되길 바랄뿐”이라고 토로했다.
중국인이 주 고객인 국내 면세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중국 당국은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내와 해외 단체관광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면세업계 안팎에선 ‘신종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 번졌을 당시, 롯데면세점은 4월 한 달 동안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4% 줄었다. 동기간 신라면세점은 전년 대비 25%가량 매출이 떨어졌다.
주요 면세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춘절 기간은 따이공(중국 보따리 상인)이 귀성길에 오르는 기간이라, 아직 매출 하락 등의 가시적 영향은 없다”라면서도 “춘제 이후 매출 추이를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과 직원 안전을 목표로, 향후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조치들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로 호텔 업계도 울상을 짓는다. 제주에서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한 한 호텔은 다음 달 내국인 예약이 약 15% 취소된 상태다. 이외에도 서울, 인천 등의 외국 관광객이 많은 호텔도 신종 코로나에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주요 호텔들은 손 세정제를 곳곳에 비치하고, 수시로 소독작업을 벌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대형마트와 백화점도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가 확산했을 당시의 매출 급감을 떠올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메르스 발생 직후인 2015년 6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12%, 대형마트는 10% 떨어졌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며 매장 내 강력한 예방수칙을 시행 중이다.
한쪽에선 위생용품 업계가 관련 상품의 수요가 치솟으면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옥션에서는 이달 24일부터 27일까지 마스크 판매량이 전주 같은 요일보다 2810%나 뛰었고 핸드워시(744%)와 액상형 손 세정제(678%), 손 소독제(2927%) 판매도 큰 폭으로 늘었다. G마켓에서도 같은 기간 마스크 매출이 전주 같은 요일보다 9118%나 늘었고 핸드워시(3545%)와 액상형 손 세정제(1만6619%), 손 소독제(4496%) 등도 올랐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확화하면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장소를 꺼리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이미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선 또 다른 암초를 만난 상황”이라고 평했다. 이어 “식당이나 카페 등의 자영업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메르스 확산 당시에도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안다”라고 우려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