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전 장관에게 편지를 썼다.
김 전 대변인은 편지를 통해 청와대 재직 시절 조국 민정수석을 만난 것이 행복한 시절이라고 밝히면서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으로 본인은 보수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다 몰매를 맞았다며 둘 다 호된 시련도 같이 겪었다며 동병상련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후보 보류 결정에도 군산 지역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다음은 김 전 대변인이 조 전 장관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이다.
<조국 교수에게>
4년 전인 2016년 초였지 싶습니다. 우리 둘이서만 술잔을 기울이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같은 82학번이었기에 동시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지나온 풍경들로 얘기꽃을 피우다가 급기야 정권교체가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로 화제가 옮아갔습니다.
“그런데 정권교체가 안 되면 어쩌죠?”라는 질문에 조 교수는 “그럼 세상과 등지고 전공 책이나 읽고 논문이나 쓰죠”라고 답했습니다. 저도 “정치부 기자는 그만두고 문화부로 가서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조 교수는 “정약전이 흑산도로 귀양갔을 때 왜 물고기만 연구하며 <자산어보>를 썼는지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뒤 우리 둘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조 교수의 활약이야 다 아는 일이고, 저도 기자로서 ‘최순실 게이트’의 서막을 열며 촛불에 불을 댕기는 데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청와대에서 만났습니다. 아는 얼굴이야 많았지만 조국 민정수석을 만났을 때가 가장 반가웠습니다. 행복했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묘하게 우리 둘은 호된 시련을 겪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을 추진하다 검찰의 반발을 샀습니다. 저 자신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다 몰매를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잘못이 큽니다. 하지만 돌팔매질은 너무도 가혹했습니다.
27~28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대변인을 만나왔습니다. 대개의 대변인은 친절하고 둥글둥글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변인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정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언론과 불편한 관계가 되더라도 피하거나 돌아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대통령에게 날아드는 화살을 제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조선일보>과
제가 공격적일 수 있었던 건 문재인 대통령이 든든하고 묵직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저는 청와대 출입기자였습니다. 홍보수석은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였고요. 두 분 다 뜨거운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두 분이 비슷해서 강성 이미지가 상승작용을 일으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조기숙 수석은 무척 기분 나빠했습니다. 그런데 뒤끝이 없는 분이더군요. 세월이 한참 흐른 뒤 ‘그때 미안했노라’고 했더니 ‘그런 일이 있었나요’라며 환하게 웃어주시더군요.
문재인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만큼이나 내면이 뜨거운 분이지만 그걸 참고 또 참는 분입니다. 저는 제 역할을 ‘주전자 뚜껑의 꼭지’로 생각했습니다. 수증기가 알맞게 새어나와 폭발하지 않도록 하는 그 작은 구멍 말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시기에 대변인은 거칠게 나가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우선은 군산의 경제를 살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못지않은 과제가 언론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소모적이고 전투적인 관계가 아닌, 생산적이고 균형잡힌 관계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언론과 권력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서로의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하는 입법작업도 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아니면 말고’식의 언론보도로 피해를 보는 경우는 없어야 하며 이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부도 언론의 정보접근권을 대폭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도전을 결심하는 데는 조 교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어가면서도 의연하게 버텨내는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에 파동이 일었습니다. 젊은 시절 숱하게 불렀던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기 원한다”라는 노랫말도 머릿속을 빙빙 돌았습니다.
<조선일보>는 ‘할 말은 하는 신문’을 주요한 표어로 내걸고 있습니다. 저도 ‘조선일보에게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 되고자 합니다.
제가 지금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 늦은 밤 긴 시간 동안 제 문제를 함께 고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조 교수도 어제 서울대 직위해제라는 어려움을 겪었는데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제 드리지 못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이렇게 편지로 대신합니다.
1월 30일 김의겸 드림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