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으로 뒤덮인 아카데미… 감독상·작품상 등 4관왕 등극

‘기생충’으로 뒤덮인 아카데미… 감독상·작품상 등 4관왕 등극

기사승인 2020-02-10 14:12:15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점령했다.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4관왕을 차지했다. 작품상, 감독상 등 가장 핵심적인 부문을 모두 가져갔다. 한국영화의 쾌거일 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로서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생충’은 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앞서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출발이 좋았다. ‘기생충’은 시상식 초반에 발표된 각본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함께 후보에 오른 영화 '나이브스 아웃',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를 제쳤다. 한국영화의 아카데미상 첫 수상인 동시에, 아시아 영화 최초의 각본상이다.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큰 영광이다”라며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외롭고 고독한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니지만,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다.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기생충’ 배우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께 수상한 한진원 작가는 “땡큐 아카데미”라고 외친 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에 충무로가 있다. 저의 심장인 충무로 모든 영화인들, 스토리텔러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수상 가능성이 높았던 국제장편영화상도 ‘기생충’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기존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장편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뀐 이후 첫 수상작이 됐다.

봉준호 감독은 다시 무대에 올라 “이 카테고리 이름이 바뀐 후 첫 번째 상을 받아 더 의미가 있다”며 “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 영화를 같이 만든 멋진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와 있다”며 “모든 예술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나의 비전을 실현해준 제작사, 배급사에도 감사하다”고 감사를 표했다.

봉 감독은 감독상에 이름이 호명되며 세 번째 오스카상을 품에 안았다. 감독상은 마틴 스코세지(‘아이리시맨’),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샘 멘디스(‘1917’), 토드 필립스(‘조커’) 등 쟁쟁한 후보들이 올라있어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부문이다. 이로써 봉준호 감독은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아시아계 감독이 됐다.

다시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끝났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봉 감독은 함께 후보에 오른 감독들을 언급했다. 그는 “어릴 때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말이다. 그 말을 한 것이 마틴 스코세지다”라고 경의를 표하자, 객석에 있던 마틴 스코세지를 비롯한 모든 관객이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어 “학교에서 마티(마틴 스코세지의 애칭)의 영화를 보며 공부했다.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도 영광인데, 이렇게 받을 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또 “저의 영화를 아직 미국 관객들이나 사람들이 모를 때 제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에 꼽던 쿠엔틴 형님이 계신다”며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영상에 잡힌 쿠엔틴 타란티노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 제스쳐를 하며 환호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봉 감독은 “토드나 샘이나 너무 좋아하는 멋진 감독들”이라며 “허락한다면 이 상을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이 배우 호아킨 피닉스(‘조커’), 르네 젤위거(‘주디’)가 각각 수상한 이후 이날의 마지막 시상인 작품상 시상이 이어졌다. ‘기생충’은 '아이리시맨',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 '포드 V 페라리', '1917', '조조 래빗',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조커' 등 8개 작품과 함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기생충’과 유력한 경쟁작으로 손꼽힌 ‘1917’은 각각 3개씩 트로피를 나눠 가진 상황.

작품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제인 폰다는 “더 오스카 고즈 투… ‘패러사이트’”(The Oscar goes to… ‘Parasite’)라고 ‘기생충’의 이름을 발표했다. 순식간에 장내는 환호로 뒤덮였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스태프 등 ‘기생충’ 팀이 모두 무대에 올랐다. 마이크를 잡은 제작자 곽신애 대표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까 너무 기쁘다”라며 “지금 이 순간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세워진 기분이 든다. 이런 결정을 해준 아카데미 회원분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CJ 이미경 부회장이 마이크를 이어받아 영어로 소감을 전했다. 그는 “가장 먼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나는 봉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웃음과 독특한 크레이지 헤어, 걸음걸이, 패션 모든 것을 좋아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또 “'기생충'을 사랑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내 남동생을 비롯한 형제들에게도 감사하다, 영화를 봐주신 관객들과 특히 '기생충'을 사랑해주신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의 의견 덕에 우리가 안주하지 않고 창작자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이 후보에 올랐던 미술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편집상은 '포드 V 페라리'가 각각 가져갔다.


<다음은 제92회 아카데미상 수상자·수상작〉

△ 작품상 : '기생충'

△ 감독상 : 봉준호 감독('기생충')

△ 남우주연상 : 호아킨 피닉스('조커')

△ 여우주연상 : 르네 젤위거('주디')

△ 각본상 : 봉준호 감독·한진원 작가('기생충')

△ 각색상 :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조조 래빗')

△ 남우조연상 : 브래드 피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여우조연상 : 로라 던('결혼 이야기')

△ 편집상 : '포드 V 페라리'

△ 촬영상 : '1917'

△ 미술상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의상상 : '작은 아씨들'

△ 분장상 : '밤쉘'

△ 시각효과상 : '1917'

△ 음악상 : '조커'

△ 주제가상 : '(아임 고나) 러브 미 어게인'('로켓맨')

△ 음향편집상 : '포드 V 페라리'

△ 음향효과상 : '1917'

△ 국제장편영화상 : '기생충'(한국)

△ 장편 애니메이션상 : '토이 스토리 4'

△ 단편 애니메이션상 : '헤어 러브'

△ 단편영화상 : '더 네이버스 윈도'

△ 장편 다큐멘터리상 : '아메리칸 팩토리'

△ 단편 다큐멘터리상 :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 존’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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