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조8000억 달러(약 5697조원) 규모의 2021 회계연도(2020.10.1~2021.9.30)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예산안은 국방비를 늘린 반면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을 비롯한 비 국방 예산은 크게 삭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회안전망 예산 삭감 등을 들어 ‘도착 즉시 사망’이라며 즉각적 폐기 입장으로 여야 간 예산안 혈투를 예고했다. 특히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 간 힘겨루기 과정에서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나아가 재선 성공 시 집권 2기를 시야에 둔 예산 요구안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비의 경우 전년 회계연도 대비 0.3% 증액한 7405억 달러로 책정했다.
특히 핵무기 분야 추가 투입 및 미래의 전쟁 대비를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의 대폭 확대가 이뤄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점점 커지는 중국과 러시아의 힘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능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R&D 예산은 지난 70년 이래 최대 규모로 책정됐다고 고위 국방 당국자가 전했다.
반면 비 국방 지출은 5% 삭감한 5900억달러가 반영됐다. 이는 지난해 여름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가 합의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점 추진해 온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과 관련해서는 20억달러의 새로운 예산이 편성됐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도 이번 국방 예산안의 특징 중 하나로 핵무기 현대화 증강을 꼽았다. 핵 현대화에는 289억 달러, 미사일 격퇴·방어에 203억 달러가 각각 책정됐다. 에너지부 국가핵안보국(NNSA) 예산도 전년 회계연도 대비 19% 증액됐다.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확대가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예산안에는 향후 10년에 걸쳐 지출을 4조4000억 달러 줄이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지출 삭감 계획에는 메디케어(고령자 의료지원) 처방 약값에서 1300억 달러 삭감, 메디케이드·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의료·영양 지원) 등과 같은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에서 2920억 달러 삭감 등을 포함해 의무지출 프로그램에서 2조 달러를 줄이는 방안이 포함됐다.
예산안은 같은 기간 10년간 4조6000억 달러의 적자 감소를 내다봤으며, 연간 약 3% 성장을 예상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의 러셀 보트 국장 대행은 백악관 브리핑 등에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집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우리는 이러한 형태의 예산안을 계속 제안할 것이며 일정한 시점에 의회도 분별을 갖고 우리의 부채 및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참하길 바란다”고 민주당의 협력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WSJ은 “이번 예산안은 실제로 책정되긴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공화당이 과반을 점한 상원에서도 예산안은 초당적 지지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험로를 예상했다.
한편 예산안에 대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 안전 연금 및 고령자를 위한 메디케어 건강 프로그램을 항상 보호하겠다고 지난 4일 국정연설에서 한 약속을 뒤집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 존 야무스 하원 예산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파괴적이고 비이성적인 예산안’이라며, 백만장자들과 부유한 기업들을 위한 감세를 연장하면서 미국인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들을 겨냥했다고 비판했다. 하원 예산위의 민주당 셸던 화이트하우스 의원도 “모든 이가 트럼프 예산안은 의회에 ‘도착 즉시 사망’이라는 것을 안다. 이는 단지 공화당 내 극단주의자들을 기쁘게 하기 위한 처사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이번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는 미국 가정들의 건강과 재정적 안전, 복지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며 “해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안은 미국 국민이 의존하는 중대한 생명줄에 엄청난 삭감을 가하는 시도를 해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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