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쿠키뉴스] 최태욱 기자 = “저 자신이 조금만 일찍 도전해 볼 걸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막상 졸업을 하니 참 잘했다고 제 자신을 칭찬했습니다. 진짜 새롭고 많은 것을 배웠죠. 제 일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대학 공부 한 것입니다.”
졸업식은 없지만 지난 14일 전문학사 학위를 받고 영진전문대를 졸업한 이송희(여·71·사회복지과)씨의 졸업 소감이다.
코로나19로 대학 졸업식이 취소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지만, 누구보다 의미 있는 대학생활을 보내고 학위를 받은 영진전문대의 우먼파워 4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만학도인 이송희씨는 2018년 지역 성인학교(경신과학정보고)를 졸업하자마자 영진에 입학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때렸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 남편과 상의해 ‘젊은이들이 자기 자녀를 마음 편히 맡기고 직장생활에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사회복지를 전공으로 선택했어요. 어린이들을 잘 보호하고 양육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 의지로 대학생활을 시작한 그는 산업체위탁반인 야간 수업에 단 한 번의 지각이나 결석 없이 출석했고, 저녁밥을 거르고 등교하는 같은 반 학우들에게 간식을 수시로 챙겨주며 공부하는 분위기를 이끌었다.
늦깎이 대학생으로 학우들에 대한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2학기에 받은 장학금 일부를 다시 대학에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학교생활이 즐거웠습니다. 매일 학교 가는 시간이 기다려졌고, 동기생들이 가깝게는 20년 멀게는 50년 이상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언제나 만나면 인사하고 웃고 그러다 보니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젊은 학우들이 많이 배려해준 덕분에 잘 공부했습니다.”
학우들은 이런 그를 ‘왕누님’, ‘왕언니’로 부르면서 늘 힘이 되어주고 격려해준 것에 감사해했고, 대학에선 졸업을 맞은 이씨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학위증을 받아든 이씨는 “많이 늦은 나이로 새로운 도전하기에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만학도라도 얼마든지 공부할 기회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며 또 국가에서 만학도에 대한 배려도 있으니 공부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재미있으며 유익합니다. 평생의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입니다”라면서 만학을 꿈꾸는 이들을 응원했다.
또 다른 화제의 주인공은 전문학사 학위에 국제학사 학위까지 동시에 취득한 박유진(여·27·컴퓨터정보계열)씨.
4년제대를 다니다 유(턴)학 그는 영진에 재학하면서 2학년 여름방학부터 3학년 여름방학까지 세 학기 방학을 이용, 필리핀 딸락주립대학교 정보기술학사(BSIT, Bachelor of Science in Information Technology)에 도전해 학위를 받았다.
그는 “4년제 학교에 다녔지만 취업에 한계를 느껴 취업 명문인 영진전문대에 재입학했다. 남들보다 늦게 들어왔지만 반에선 가장 먼저 취업했다”며 “IT업체에 프로그램디렉터(PD)로서 내가 만든 기획을 개발자들이 만들어주고 고객에게 전달돼 만족하는 얼굴을 보았을 때 굉장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 후 영진전문대서 추천한 기업체에 입사해, 일하며 공부하고, 한국옥외광고대전에 대구 대표로 출전해 은상을 받았답니다.”
일학습병행제(고용노동부)를 통해 탄탄히 실력을 키운 디자이너 이수진(여·21·콘텐츠디자인과)씨.
그는 고교 3학년 때 취업과 진학을 고민하던 중 영진 콘텐츠디자인학과를 알게 돼 취업과 진학을 동시에 해결했다.
주중에 회사서 일하고 매주 일요일 대학에 등교해 시각디자인 수업을 받는 것이 피곤할 때로 있었지만 학업에 열중을 다 한 결과 그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1등을 여러 차례 차지했다.
이런 노력으로 대구옥외광고대상전 최우수상에 이어 전국 대회인 한국옥외광고대상전 은상, 대구출판인쇄공모전 특선 등 다양한 공모전에 입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졸업하고 더 다양한 디자인을 경험해 여러 사람에게 인정받고 발전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게 그의 포부다.
K-POP 특히 BTS(방탄소년단)을 좋아한 일본인 시모무라 유카(여·21·국제관광조리계열)씨도 전문학사 학위를 받고 대구 지역 호텔에 취업했다.
후쿠오카에서 성장한 한류 팬인 그는 한국에서 음악가로 활동을 꿈꾸며 영진서 유학했다.
그는 2학년 때 영진 인문학백일장에 참가해 외국인 유학생 부문 장원을 받을 정도로 한국어도 유창하다.
그는 “재학 중 친구들이 저를 도와준 거 잊지 못한다. 몸이 아플 때 많이 걱정해 줬고 기쁜 일이 있을 땐 같이 기뻐해 줘 좋은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또 “취업해 돈을 모으면 음악을 공부하고 작곡을 해 케이팝 아이돌들에게 제가 용기를 받은 만큼 노래를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영진전문대는 지난 14일 전문학사 2768명, 학사 344명 등 총 3112명의 졸업자를 배출했다.
대학은 졸업식을 취소한 대신 17일부터 5일간 교내서 졸업생들이 기념 사진촬영을 할 수 있도록 학사복 등을 지원한다.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