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 달, 대유행 코앞까지 치닫다

코로나19 한 달, 대유행 코앞까지 치닫다

지역사회 확산 인정, 판데믹 대비 필요...경증 확진자는 자가격리로 전환 가능성도

기사승인 2020-02-20 04: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코로나19 국내 발생 한 달,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됐다.

대구에서 31번째 확진환자와 연관된 환자가 대거 나오면서 전문가들은 현 방역체계를 '방역전략'에서 '완화전략'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방역체계 수정 국면에 다다랐다고 입을 모았다.

내 확진자 수는 이날 하루에만 20명이 늘어 16시 기준 총 51명이 됐다.  지역사회 확산세가 더 심화될 경우  접촉자 동선 공개를 멈추고, 중증 환자만 병원에 격리하는 상황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장은 "감염병 유행이 처음 시작됐을 때와 확산이 되었을 때 봉쇄전략(Containment phase)과 완화전략(Mitigration phase) 두 가지 페이스로 전략을 시행한다. 오늘처럼 지역사회 확산이 커진 상황에서는 방역체계 수정을 검토한다"며 "지금까지 봉쇄전략을 시행했다면 이제 완화전략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완화전략에서는 더 이상 접촉자 관리를 하지 않는다. 경증환자는 자가격리, 중증환자는 병원격리를 하고, 보육시설이나 학교도 질병 예방보다는 질병 유행의 결과로 정상운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닫는 것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봉쇄전략을 유지하면서 완화전략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과거 신종플루 사태 당시에도 처음에는 접촉자 격리하고 조사했는데 나중에는 검사를 하지않고 임상적 증상이 보이면 바로 약을 쓰면서 시간을 벌었다. 신종플루는 이 시기에 백신 개발이 가능했지만, 신종코로나는 백신이 없다"며 "때문에 가능하면 감염병 확산 피크가 오는 기간을 줄여서 확산을 최소화하면서 완화전락을 준비하는 단계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사례정의 대상자에 한해 시행됐던 확진 검사 대상과 검사키트 물량도 대폭 늘 전망이다.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학회 감염이사는 "더 이상 기존 방역체계 유지를 넘어 검사중심의 방역체계 바뀌야 하는 상황이다. 확진검사를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해서 조기에 격리해 사망률 낮추고 에방할 수있는 체계로 넘어가야 한다. 때문에 진단 기술(RT-PCR)이 매우 중요해졌다. 현재 12개 회사가 만들고 있는데(심사 중) 앞으로 추가적으로 10개 회사가 생산할 수 있도록 늘릴 생각이라 물량에 큰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확진검사를 직접 돌리는 검사기관도 80곳으로 확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진단검사를 위한 검체채취기관 확보 등 장애물도 있다. 엄 교수는 "현재 407개 의료기관이 진단에 참여하고 있는데 앞으로 44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검체채취를 위한 안전한 환경 구축된 환경이 필요하다"며 "가래를 채취할 때에는 검채채취채담실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현재 검토중이다. 다만 코와 입안의 점막을 긁어내는 비인두도말 채취시에는 채담실을 활용하더라도 현재 레벨D(Level D)정도의 방호복을 입고 채취하도록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효율이 떨어진다는 고민이 있다"며 "이같은 방역전략을 위한 의료기관에 대한 국가의 보상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계는 확진자와 치료병원을 경증과 중증으로 나누는 투트랙 관리를 제안했다. 격리병동 등 의료자원에 한계가 있는만큼 중증 환자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의료기관과 경증환자만 다루는 의료기관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이 이미 시작됐으며, 앞으로 경증 감염 환자들이 빠르게 늘어날 것을 고려한 처사다. 펜데믹(대유행)에 직면하게 될 경우 현재 수준의 격리병상이나 음압 병실로는 모든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비상대응본부 실무단장은 "현재 검사키트가 아직은 100% 임상적인 검증이 안돼있기 떄문에 전체적으로 높은 민감도와 보수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 정성적으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격리하고 엄격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어느 레벨 이하는 감염력 없다는 전제하에 탄력적인 기준으로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진단키트 자체가 환자 치료를 더디게 만드는 병목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체채취를 위한 의료진의 전신보호구를 레벨D로 관리해야하는지도 기준이 필요하다. 기존 기준이 완화되지 않으면 늘어나는 환자들의 검진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레벨 D(Level D)는 격리병동 의료진이 착용하는 흰색 보호복, 고글, 마스크 등 보호구 완전 착장을 뜻하는 은어다. 검체채취 때마다 전신보호구를 매번 갈아입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효율성을 위해 착장 기준 완화를 검토하자는 의미다.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도 "이번에 대구의 가장 큰 응급실 3곳이 폐쇄됐다. 환자격리와 검사시설을 위한 자원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 현장의 어려움이다. 의심환자까지 병원이 수용하는 것은 더 이상 유지가 어려워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제 의심환자를 경증인지 중증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평상시 증상이 없는 사람까지 잡아두는 것은 굉장한 자원낭비다. 많은 의심환자들을 집으로 귀가시켜서 자가격리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응급실 폐쇄 기준도 완화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허 이사장은 "현재 응급실 폐쇄가 너무나  쉽게 된다. 의료진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면 폐쇄하고 방역조치하되, 가능하면 빨리 진료에 복귀할수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헀다.

이성순 인제대일산백병원장도 "정부가 요양병원의 폐렴 의심 환자를 전수조사한다고 밝히니 3일 전부터 요양병원들이 폐렴환자를 다른 병원에 보내고 있다. 응급실에 폐렴 환자가 밀려올 정도"라며 "확진자가 나오면 의료기관이 폐쇄 조치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은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반응한다. 또 고려대병원, 한양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여러 응급실 폐쇄됐다. 확진자가 들렀다는 이유로 다른 질환 환자들의 적절한 진료 기회를 빼앗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의견을 더했다.

국민들의 참여도 촉구됐다. 신형식 대한감염학회 신종감염병위원회 자문위원은 "치명률은 낮지만, 높은 전파율을 떨어뜨려야한다. 손 안 닦는 사람, 얼굴 잘 만지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전파시키는 것이다. 적어도 진단되지 않은 환자 50명 정도는 지역사회에 돌아다닐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은 올해 내내 지속될 것 같다. 개인위생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전파력이 빠르기 때문에 최소화하는 전략을 위해 국민 개개인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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