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이렇게 호소하면 나라가 꼼짝하나요. 눈앞이 깜깜합니다." 지방에 거주하는 한 희귀질환 환자 보호자는 "환자들만 애가탑니다.시간지나면 물 흐르듯 없는 일이 될까봐 걱정스럽다"며 이렇게 호소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이하 희귀의약품센터)의 거점약국, 위탁배송 등 희귀약 공급 사업이 잇따라 중단됐다. 의료기관이나 자택 또는 거점약국을 통해 배송받던 희귀질환 치료제를 이제 환자가 서울센터를 방문해 직접 수령하게 됐다.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물론 의료진들도 당혹감을 호소한다. 환자들에게 필요한 치료제를 구하러 매번 서울에 다녀와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빠진다고 한다.
사업을 중단한 희귀의약품센터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센터가 진행하던 다른 사업들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고, 심지어 직원 인건비도 부족한 상황이다. 상위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당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서다. 당초 센터가 올해 필요예산으로 요청한 금액은 약 140억 가량. 그러나 정부 인정액은 이 중 17%인 23억 9400억에 불과했다.
그간 센터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제 공급을 위해 거점약국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고, 위탁배송 중 의약품 변질을 방지하기 위한 개선을 거듭했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잘 진행되던 사업이 '예산부족'이라며 갑자기 중단됐다. 환자들은 예산이 부족하면 환자 부담을 높여서라도 배송사업을 진행해달라고 호소한다. 건강한 사람도 하루 서너 시간 거리를 오가는 것이 쉽지 않은데, 몸도 편치 않은 환자들은 오죽할까 싶다. 서울에서 거리가 먼 지방 환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난해 국감에서 제기됐던 희귀약품센터의 '부당수익금 사용' 지적에 대한 패널티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해 국감에서 인재근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센터가 희귀약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수익금 적립해 운영비로 사용된 것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5년동안 약을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구입하고 남긴 차액 65억가량을 편법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문제가 지적된 이후 올해부터 센터는 '예산 부족'으로 진행 중인 사업을 줄줄이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비영리 공익법인인 센터가 몰래 부당한 수익금을 남겨 운영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이 나왔다고 곧바로 사업 중단으로 이어진 것은 조금 우스운 일 아닌가. 비판은 선순환을 위한 도구다. 부당한 수익금 적립을 금하되, 센터 본연의 역할을 위한 운영비를 책정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예산부족 상황이라면 갑작스러운 통보가 아니라 납득할만한 설명이 먼저다. 왜 피해는 늘 환자의 몫일까. 이번 사태가 정직과 비판에 대한 비뚤어진 교훈을 주는 사례가 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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