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교육부에서 전국 모든 유·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을 3월 23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개학 연기로 고3이 되는 학생들은 대입을 준비하는데 매우 바쁜 입시 일정을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빠듯한 고3 학사 일정으로 대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예상해 보자.
일단, 개학 연기로 겨울방학이 길어지면서 재학생들의 학습 리듬이 달라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정상적으로 신학기가 시작되었다면 적어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짜여진 정규 수업 과정이 진행되어 따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하루를 온전히 본인이 계획해서 학습해야 한다.
계획을 잘 세우고 주도적 학습 능력을 갖춘 학생이라면 이 기간을 활용해 부족한 과목 또는 단원까지 정리할 수 있는, 효용성이 높은 시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계획성이 낮고 수동적 학습 방식에 익숙한 학생들일 경우 본인도 모르게 나태해질 수 있다. 좋아하는 과목의 진도만 나가거나, 막연하게 풀이가 덜 된 문제지만 붙잡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이 차이는 가뜩이나 고3 재학생 수도 전년대비 5만6000여 명이나 감소하는 상황에서 상위권과의 차이를 더 크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졸업생들은 학습 리듬이 바뀔 것이 없어 수능에서 격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당장 3월 12일에서 4월 2일로 연기된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부터 격차가 나타날 것으로 짐작된다. 국어, 수학, 영어는 2학년까지의 범위이고, 탐구 영역은 과탐II 과목만 미 실시하고 전 범위에서 출제하는데 앞선 3주 간의 학업량 차이로 영역별 성적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수능까지 남은 기간도 짧기에 고3 학생들이 체감하는 격차는 단순 숫자보다 클 것으로 학력평가 이후 수능을 통한 정시 전략보다는 내신과 비교과 관리를 통한 수시 전략으로 전념하는 수험생이 예년보다 많을 수 있다.
고3 학생들은 이 첫 시험의 전국백분위 점수에 의미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초반 학업량 차이로 상위권과 중하위권이 벌어지면 한, 두 문제 영향으로 백분위가 크게 차이나는 구간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영역별 원점수에 의미를 두고 오답 문항에 대해 다시 정리하면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판단하는 용도로 활용하면 된다.
4월 8일 예정이던 경기도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도 4월 28일로 미뤄졌다. 과탐II 과목까지 응시할 수 있는 시험으로 수험생 감소로 과탐II 응시인원은 줄겠지만, 수험생 감소 비율보다는 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학업력이 높은 학생들이 3주 간의 시간을 벌면서 과탐II 과목을 충분히 학습해서 자신감을 갖고 과탐II 과목을 선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주 간의 과탐II 학습 효과는 수능에서도 과탐II 선택을 유지하게 할 것으로 올해 수능 과탐II 응시 인원은 감소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학은 3주 뒤로 밀렸지만 대입 수시 원서접수(9월 7~11일)나 수능(11월 19일) 일정과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대입 일정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봤을 때, 1학기 학사 일정이 매우 바쁘게 진행될 것이다. 그 중 1학기 내 재량휴업일은 단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개교기념일이나 연휴 사이 평일은 수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정상적으로 수업일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여름방학 기간의 단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4월 중순에서 하순에 시행하던 중간고사 기간도 5월 중순 전후로 미뤄질 것이고, 1학기 기말고사는 7월 초, 중순에서 7월말 또는 8월초까지 늦춰질 수 있다. 지필고사는 지연된 일정만큼 늦춰서 시행하는 것이라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재량휴업일과 여름방학 단축은 고3 수험생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중요한 시기에 손해가 클 수도 있다. 재량휴업일을 통해 학기 중 뒤쳐지는 부분을 만회하거나 독서, 심층학습 등 종합전형에 맞춘 비교과 활동을 할 수 있고, 수능 준비를 이어갈 수 있는데 이런 시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또한, 1학기 기말고사 이후부터 자기소개서 작성, 대학별고사 준비 등 수시 전형 대비를 이어가는데 여름방학 기간이 단축되면 수시 대비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종합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자기소개서 초안을 작성하는 데만 10~20시간 정도 걸리고, 수정 및 탈고까지는 그 이상의 시간을 들이고 있다. 자기소개서를 미흡하게 작성하여 제출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종합전형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면 지금 시기 때 학생부를 확인해서 자기소개서 방향이나 초안을 작성해 놓으면 좋다.
논술전형 또한 여름방학 기간에 집중해서 준비하는데, 모집인원도 전년대비 천여 명 감소하면서 재학생들의 지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원율 하락은 입시에서는 기회일 수 있다. 논술전형에 관심이 있다면 다소 여유가 있는 지금 시점에 목표한 대학의 논술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해설을 들어보길 권한다. 해볼 만하다고 판단되면 학기 중 격주라도 시간을 내어 짬짬이 논술 대비를 이어가는 것이 전략일 수 있다.
수시 전형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름 방학 기간이 단축되면 수능을 온전히 준비할 수 있는 기간 또한 줄어드는 것이다. 재학생들의 경우 수시에 비중을 두고 수능최저기준 충족을 우선해 특정 영역만 학습할 여지가 있다. 취약 영역을 배제하려 할 것으로 인문계열은 수학 영역, 자연계열은 국어 또는 영어 영역에서 상위권과 중하위권 성적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즉, 계열별 다수가 취약해하는 영역에 학습이 어느 정도 되어 있다면 성적 유지 및 향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해당한다면 정시까지 염두하고 전 영역에 대한 고른 학업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허철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시간이 더 주어졌다고 성적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3주의 방학이 고3 재학생들에게 긴장감을 최대한 올릴 수 있는 기간이 되어 대입까지 남은 기간을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강제 방학인 이 기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지금을 7월 중순의 여름방학이다 여기고 긴장하고 집중해서 본인의 계획을 실천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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