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쿠키뉴스] 최태욱 기자 = 대구 북구에서 작은 네일숍을 운영하는 손모(36·여)씨는 최근 임대료 납부날짜가 다가오면서 고민에 빠졌다. 각종 뉴스 채널에서 들리는 ‘착한 임대인 운동’ 소식에 혹시나 하며 임대인의 문자를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손씨는 “코로나19 사태 터지고 진짜 손님 5명 왔었다”면서 “건물주한테 먼저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도, 임대료 인하는 건물주 마음인거 같아서 연락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5일 대구시청 홈페이지 두드리소 제안신청 페이지에는 ‘임대인, 월세 혜택?’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코로나로 인해 대구는 유령도시마냥 사람들의 왕래가 없다”면서 “자영업을 하는 저는 매매상사에서 한달 가까이 멍하니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최근 어려워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임대관리자에게 월세 감면 없냐고 물어보니, 문자로 ‘월세가 원래대로 청구됐다’는 답을 받았다”며 “임대업을 하는 임대인에게 해택을 줘야 임차인에게 혜택을 배려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실질적인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지역 소상공인들이 추락한 매출에 이어, 임대료 걱정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구시가 이들을 돕기 위해 이른바 ‘착한 임대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상당수의 소상공인들에게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지난 10일 소상공인엽합회가 이달 4일부터 9일까지 대구지역을 포함한 전국 소상공인 10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90.3%가 “착한 임대인 운동은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임대료 인하를 위해 전통시장 상인들이 직접 나섰다.
지난 13일 달서구 와룡시장상인회는 ‘착한 건물주와 상인들의 상생’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상인회는 임대로를 인하한 건물과 점포를 정리해 행사장에 붙여 놓으며, 임대료 인하를 유도했다.
또 시장 중앙 통로에는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월세”, “건물주님 같이 좀 삽시다”, “이대로 가면 다 죽고 건물만 남는다”, “양심도 없는 건물주가 왜 이렇게 많누” 등 상인들의 마음이 적힌 입간판을 세웠다.
와룡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코로나로 힘들지만 임대료 걱정과 생계를 위해 휴무도 없이 꿋꿋이 점포를 지키고 있다”면서 “건물주가 조금만 배려해 준다면 상인 모두가 단합해서 전통시작 맥을 이어 나가겠다”고 임대료 인하 동참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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