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아?” 코로나19의 역설…외출 상품 ‘울고’, 집콕 제품 ‘활짝’

“봄 맞아?” 코로나19의 역설…외출 상품 ‘울고’, 집콕 제품 ‘활짝’

기사승인 2020-03-18 05:00:00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봄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2월말~3월부터는 외식과 의류 등 외출 관련 품목의 판매가 늘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달라진 양상이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역설적으로 겨울과 같이 홈트레이닝 상품과 대용량 식품, 주류와 완구 등의 판매량이 크게 뛰고 있다. 

17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의류 등의 매출은 감소했지만 ‘홈술족’이 늘며 와인 판매는 증가했다.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관련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은 15% 하락했지만, 와인 매출은 5.2% 신장하며 명품(3.3%)보다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반면 여성의류, 남성의류, 아웃도어 등은 각각 37%, 22%, 17% 떨어지며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국가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고되면서, 나들이와 회식 등 외부 약속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집안 생활이 길어지며 소소하게 ‘홈술’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와인은 식사에 곁들여 가볍게 먹는 경우가 많아 도수가 높은 술보다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집콕’ 생활이 증가함에 따라 대용량 생필품 소비도 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창고형 매장의 온라인몰 ‘더클럽’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227% 늘었다. 이용 고객은 243% 증가했다. 일반적인 온라인몰보다 배 이상 높은 신장률인 데다, 1월 설 명절 특수를 감안하면 더 이례적이라고 홈플러스 측은 설명했다. 

재택근무와 휴업 등이 늘며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를 하는 ‘집밥족’이 늘어난 탓이다. 특히 휴원과 휴교로 자녀들의 집안 체류시간도 증가하면서 소비량 역시 평소보다 더 늘었다는 것. 실제로 코로나19로 아이들의 ‘집콕’ 생활도 길어지며 블록완구와 보드게임 등의 상품 매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온라인몰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아이들 교육용 블록완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9% 급증했다. 보드게임 매출도 104% 증가했고, 레고 13%, 완구 전체는 12%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특히 교육용 블록완구 매출은 최근 손님이 뜸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31%나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의류 등의 외출 관련 판매는 줄어든 반면, 혼자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용품들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5일까지 관련 상품군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등산용품 157.8%, 자전거용품 1680%, 웨이트용품 16.9%, 캠핑용품이 68.5%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에서 운동을 하려는 ‘홈트족’(홈트레이닝)도 크게 늘고 있다. 헬스장처럼 다수가 밀집된 공간이 아닌 개인적인 공간에서 안전하게 운동을 즐기려는 경향이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에 따르면 아령과 요가밴드, 훌라후프 등의 기구도 각각 211.8%, 58%, 16.1%씩 매출이 뛰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상 3월은 나들이 준비를 위한 관련 상품의 매출이 늘어나는데, 코로나19의 여파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같은 추세가 본격적인 봄 시즌이 와도 이어지진 않을지 우려스럽다”라고 걱정했다. 아울러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집콕 관련 제품 들만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새”라고 평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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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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