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예수의 1마리 양을 위한 것인가 이재명의 99마리 양을 위한 것인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예수의 1마리 양을 위한 것인가 이재명의 99마리 양을 위한 것인가

기사승인 2020-03-27 13:02:44

[수원=쿠키뉴스 박진영 기자] 성경 마태복음 18장 12절에 보면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사람이 양 백마리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길을 잃었으면 그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두고, 가서 길 잃은 양을 찾지 않겠느냐 "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 말은 99마리 양보다는 1마리의 양이 더 크고 소중하다는 뜻이다. 예수는 99마리를 놔두고 기꺼이 1마리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이와 반대로 1마리가 아닌 99마리 양를 선택했다. 이를 두고 이 사회는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코로나19는 이제 바이러스 그 자체가 주는 죽음의 공포를 뛰어넘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우리 사회 경제구조를 무너뜨렸다. 곳곳에서 병으로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말이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 국민 대상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이 요청에 아직 답이 없다. 그러자 이 지사는 지난 24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키로 전격 결정했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도민들은 대부분 이 결정에 열광했다.

그러나 부천시만 그 다음날 이 지사의 이런 결정에 반대했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99마리(보편적 복지)가 아닌 1마리(선택적 복지)의 양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시장은 "잘 되는 곳은 더 잘 되고 안 되는 곳은 계속 안 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부천 인구 87만명에게 10만원씩을 지급하면 87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렇게 하는 것보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2만여명에게 400만원씩 주는 게 낫다고 본다"고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부천시처럼 재난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시·군의 경우 해당 시·군 주민들은 지급대상에서 빼고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 지사는 "부당한 주장으로 도의 재난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시·군 때문에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반대 시·군을 빼고 급한 대로 다른 시·군에 먼저 집행한 후, 끝까지 반대하면 부천시에 지급예정이던 예산으로 추가 기본소득을 권장하기 위해 추가 지급하는 시·군에 더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행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금의 상황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위험에 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1마리를 구하기 위해 99마리의 위험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이 지사는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100% 경기도 예산인 재난기본소득을 결정 전에 건의하는 것도 아니고 확정된 후에 SNS에 올려 공개 반대하며 부천시장이 고를 2만 소상공인에게 몰아 지급해야 한다는 부천시 주장은 월권이자 도정방해"라 규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장 시장은 26일 "코로나19 대응과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대응하기에도 바쁜 상황에 바람직하지 않은 논쟁을 계속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복지정책은 보편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 선별적 복지는 대상자 선별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런 점에서 재난 상황에서 시급성이 요구되는 정책은 보편적 복지가 좋을 것이란 점도 의견을 같이한다"고 공개 사과함으로써 이 논쟁은 일단락됐다.

이에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부천시가 재난기본소득 반대를 철회한다니 다행"이라며 "재난기본소득을 기대하다 혼란을 겪게 된 부천시민들께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부천시장께서 입장을 바꾸어 다른 승객들과 함께 가겠다니 당연히 함께 가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대처는 속도가 생명이라 생각했다. 절박한 상황에서는 99마리가 1마리 양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왜 마지막 한명까지 포용하지 못했느냐는 비난은 99명의 안전을 왜 버리지 못하느냐는 것과 같다."며 "부당한 한 명의 의견도 끝까지 존중하고 설득하며 시간을 보내도 되는 일상(日常)도 있지만, 부당한 소수보다 온당한 다수를 신속하게 선택해야 하는 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즉 이 지사는 99마리 양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선 언제든지 예수의 1마리 양은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bigman@kukinews.com

박진영 기자
bigman@kukinews.com
박진영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