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며 경영권 분쟁이 일달락 됐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이 한진칼 지분도 추가 매집하는 만큼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한진그룹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한 만큼 일단 각종 자구 노력을 통해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조 회장은 전날 담화문을 내고 "코로나19 사태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고, 극복할 것"이라며 "국민과 주주 여러분이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를 통해 보내준 신뢰는 이 위기를 잘 극복하라고 준 기회임을 다시 한번 명심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주총이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 속에 치러지며 주주와 직원의 다양한 얘기를 듣는 계기가 됐다"며 "이를 한진그룹 발전의 또 다른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로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특히 항공산업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고 대한항공의 경우 90% 이상의 항공기가 하늘을 날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다음 달부터 경영 상태가 정상화할 때까지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기존에 발표한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과 더불어 이사회와 협의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 등으로 회사의 체질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는 단일 기업이나 산업군만의 노력으로는 극복이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회사의 자구 노력을 넘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 확대를 호소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로서 이와 같은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앞장서겠다"면서 "제가 솔선수범해 혼신의 힘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 27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과 소집 등에 관한 양측의 정관 변경 안건은 모두 특별결의사항 조건인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부결됐다. 양측 모두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정관 변경안도 이사 선임안과 마찬가지로 표 대결 양상으로 진행된 탓이다.
3자 연합은 특히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되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이사 자격 강화 안과 이사회의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결의로 선임하는 안을 내놨지만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진칼 이사회도 당초 대표이사가 맡도록 한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안 등을 내놨지만 모두 부결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한진그룹이 국민연금 등의 표심을 얻기 위해 명분 쌓기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 만큼 조 회장이 향후 지배구조 개선에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할지도 관건이다.
이미 대한항공의 경우 이번 주총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정관 변경안이 가결됨에 따라 조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신임 사외이사인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에게 외부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의장직을 맡겼다.
3자 연합은 일단 한진칼 지분 매입을 지속하며 경영권 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는 방침이다.
일단 KCGI는 지난 25일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한진 주식을 처분해 확보한 실탄 151억원을 한진칼 지분을 늘리는 데 쓸 것으로 보인다. 반도건설 역시 여유 자금이 충분한 만큼 한진칼 지분 매집에 더 나설 전망이다.
현재 3자가 1월31일 지분 공동 보유 계약을 맺은 뒤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 경쟁 제한 등에 대한 공정위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한진칼 지분을 15% 이상으로 늘린 반도건설은 따로 더 심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이 없는 만큼 지분 매입을 계속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3자 연합이 야심 차게 내밀었던 '김신배 카드'를 포함해 이사 후보 전원의 선임안이 부결되며 단 한명도 이사회에 입성하지 못한 만큼 장기전을 위한 추가 동력을 얻기에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3자 연합이 그동안 조원태 회장의 '경영 실패'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주주들은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상황을 해결할 수장으로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이사 해임 안건은 특별 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3자 연합이 조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이사 해임 안건을 주총 안건에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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