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미스터트롯’ 서혜진 국장 “대중은 모르는 사람을 좋아한다”

[쿠키인터뷰] ‘미스터트롯’ 서혜진 국장 “대중은 모르는 사람을 좋아한다”

‘미스터트롯’ 서혜진 국장 “대중은 모르는 사람을 좋아한다”

기사승인 2020-04-03 08:00: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150대 1.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오디션 경쟁률이다. 101장의 예선 진출권을 두고 무려 1만500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미스터트롯’의 시청률이 30%를 넘자, 지상파·종편·케이블 방송사들은 일제히 ‘트로트 경연’ 만들기에 돌입했다. 오죽하면 ‘트로트 코인’이란 말까지 나올까. 프로그램을 총괄 기획한 서혜진 TV조선 제작본부 국장에겐 격세지감인 일이다. “‘내일은 미스트롯’을 만들 땐 참가자 100명을 모으는 것도 어려웠거든요.” ‘미스터트롯’을 마치고 후속 프로그램 준비에 한창인 서 국장을 서울 상암산로에서 만났다.

Q. ‘미스터트롯’ 마지막회 시청률은 35.9%(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유료방송가구)를 기록했고, 후속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의 맛’도 20%를 넘겼다. 이런 성적을 예상했나.

“‘잘하면 20%를 넘을 수도 있겠다’ 정도였지, 35%까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래서 시청률이 20%를 넘고 나서부턴 무서울 정도였다. 성적이 높을수록 완벽을 취해야 하는 게 제작진에겐 부담이었다.”

Q. 어떻게 이런 극적인 시청률 상승을 이뤄냈나.

“젊은 팬덤이 붙어준 덕분이다. 우리는 20대와 30대의 유입이 ‘미스터트롯’ 흥행의 관건이라고 봤다. ‘미스트롯’의 경우 타깃(2049세대) 시청률이 7%였는데, ‘미스터트롯’에선 10% 이상으로 올리고 싶었다. 그러려면 화제성이 커야 했다. 그걸 가능하게 해준 게 20~30대 팬덤이었다.

Q. ‘미스트롯’과 비교해 예능적인 성격이 강해진 영향도 있겠다.

“자막이 많이 달라졌다. 자막을 쓰는 제작진이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젊다. SNS와 디시인사이드, 팬카페에서 나오는 단어들을 자막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시청자가 직접 만든 별명이나 표현이 자막으로 나오면 더욱 열광적인 반응이 올 거라고 예상해서다. 또 유튜브나 SNS를 통해 시청자의 요구에 맞는 콘텐츠를 내보내며 소통한 것이 팬덤을 유입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Q. 젊은 세대를 끌어오는 동시에 중장년층의 수요도 만족시켜야 했다. 두 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게 어렵지 않았나.

“중장년 세대는 TV조선의 충성도 높은 시청 층이다. 그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다. 가령 자막을 만들 땐, 센스 있게 쓰되 쉽게 읽을 수 있는 길이와 글꼴을 지키려고 했다. 오디오 믹싱도 중장년 시청자도 잘 들을 수 있게 후반 공정 작업에 공을 많이 들였다.”

Q. 덕분에 결승전 문자투표에서 톱7 진출자의 총 득표수가 773만 건을 넘었다. 다만 투표 집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아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는데.

“준비가 부족했던 건 절대 아니다. 제작진과 집계 업체 모두 1000만 건의 문자투표에 대비했지만, 프로그램에 갑작스러운 오류가 생겼다. 그와 별개로 이 일을 계기로 ‘처음부터 문자투표를 받았어야 했나’라는 생각은 들었다. 이번 문자투표는 코로나19 사태로 현장 관객 투표가 불가능해지자 마련한 대안이었다. 그런데 시청률로 추정해보면 결승전을 본 가구 수가 873만에 달한다. 현장 관객 700명이 과연 800만 이상의 시청자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까. 시청자의 의견을 받는 방식을 앞으로 더 고민해봐야 할 거 같다.”

Q. 사람들이 왜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에 열광했다고 보나.

“실력자들이 많았다. 누가 1등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점이 ‘저 사람이 잘됐으면 좋겠다’라는 시청자의 강렬한 소망을 불러왔고, 그게 우리 프로그램을 끌고 간 동력이었다.”

Q. ‘미스터트롯’에선 기발한 퍼포먼스도 많이 나왔다.

“출연자들이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줬다. 제작진도 한계를 두지 않고, ‘퍼포먼스의 끝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했다. 시청자도 재밌게 봐주시고 강렬한 인상을 받으신 것 같다.”

Q. 한편으론 출연자들의 간절함이 온갖 퍼포먼스를 가능하게 했을 것 같다. 이런 간절함이나 진정성을 셀링 포인트로 잡는 방식에 대해선 고민이 없었나.

“우린 오히려 출연자 개인의 이야기를 강조하지 않으려고 했다. 각자의 이야기는 인생곡 미션에서만 나온 정도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그래서 얼마나 멋진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줬는지에서 진정성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Q. 다음 시즌도 구상하고 있나.

“준비는 하고 있다. 다만 제작진에게도 휴식이 필요해 한 달 후에 다시 모여서 세 번째 시즌과 관련한 회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미스’가 될지 ‘미스터’가 될지는 모르겠다.”

Q. 시즌3에서 더욱 발전시키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은 거의 비슷하다. 핵심은 실력자들이 얼마나 모이느냐다. 그리고 프로그램이라는 게, 하나의 생물과도 같다. 가령 ‘미스트롯’에서 송가인과 홍자가 붙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그런데 그 둘의 팬덤이 만들어지고 팬덤 간에 경쟁이 벌어지기도 하면서, 프로그램에도 살아움직이는 것 같은 이야기가 생겼다.”

Q. SBS 재직 당시 ‘스타킹’처럼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여럿 만들었고,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에 이재명 경기지사 부부를 섭외하는 등 언제나 의외의 인물을 발굴해냈다. ‘새로운 얼굴’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나 보다.

“방송을 만들면서 혼자 찾은 답 같은 건데, ‘대중은 모르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은 미지의 사람이 폭발력을 보여주는 것에 환호한다. 사실 예능의 본질은 스타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다만 거기엔 높은 위험성이 따르니 점점 ‘뉴 스타’가 나올 수 없는 시스템으로 굳어진 것 같다. 나와 우리 제작팀은 계속해서 미지의 인물을 발굴해내려고 한다. 그게 우리의 능력인 것 같다.”

Q. ‘잘 팔리는 프로그램’과 ‘좋은 프로그램’은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잘 팔리는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시청률이 1%밖에 안 나왔는데도 ‘나는 만족해!’라고 말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아니다, 우린. 제작진과 방송사에 ‘윈-윈’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 아닐까. 더욱이 지금 같은 방송환경에서는, 더욱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게 TV의 미덕이라고 본다.”

wild37@kukinews.com / 사진=TV조선 제공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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