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혈장치료 받은 코로나19 확진자 ‘완치’

국내 첫 혈장치료 받은 코로나19 확진자 ‘완치’

세브란스병원 “스테로이드 병용, 부작용 없었다”… 혈장관리 체계 필요

기사승인 2020-04-07 13:30:08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코로나19 중증환자 2명이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받고 완치됐다. 

7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최준용 감염내과 교수팀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2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 증세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에게 혈장치료를 시행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현재 환자 2명 모두 완치됐으며, 그중 한 명은 퇴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병원에 따르면 연구팀은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 동반된 코로나19 중증 환자 2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사용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 독감 등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치료에 사용된 방법이라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다.

병원이 치료한 환자 2명 가운데 첫 번째 환자인 A씨는 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다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당초 A씨는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 따르면 A씨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30회 이상으로, 정상 성인의 호흡 속도인 분당 20회와 비교해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흉부 X-ray 검사 결과 A씨의 양쪽 폐 모두에서 심각한 폐렴 증상이 나타났다. 염증수치를 나타내는 C-반응성단백(CRP) 검사 결과 A씨의 수치는 172.6mg/L(정상수치 8mg/L 미만)까지 상승했다. 이에 연구팀은 A씨에게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다.

연구팀은 완치 판정을 받고 2주가 지난 남성의 회복기 혈장 500ml를 A씨에게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다. 동시에 스테로이드 치료도 시작했다. 치료를 받은 A씨는 열이 떨어지고 CRP는 5.7mg/L로 정상범위까지 떨어졌다. 흉부 X-ray 검사상 폐렴 증상도 악화되지 않았다. 혈장을 투여받는 동안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A씨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했고,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반응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두 번째 혈장 치료 환자 B씨의 경우, 평소 고혈압 병력이 있는 가운데 고열과 근육통으로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그는 확진 후 3일이 지난 시점에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나 왼쪽 폐 상태가 악화됐고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 따르면 이송 당시 B씨의 호흡 속도는 분당 24회, 산소포화도는 산소 투여 이후에도 93%(일반 평균 95% 이상)로 확인됐다. 면역결핍(림프구감소증)이 동반됐으며 CRP 역시 314 mg/L까지 상승했다. B씨 또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B씨에게도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했다. 산소 수치를 높이기 위해 몸을 뒤집는 치료를 시도했지만, 림프구감소증과 고열이 지속됐다. 스테로이드 치료 중에도 B씨에게서는 림프구감소증이 지속되고 바이러스 농도가 증가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B씨에게 투여했다.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한 후 B씨의 림프구수는 회복됐고,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치료 이후 B씨의 흉부 X-ray 검사에서 폐 상태 호전이 확인됐으며, CRP 역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B씨는 이후 완치 판정을 받고 지난달 말 퇴원했다.

최 교수는 “두 환자 모두 회복기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 후 염증 수치, 림프구수 등 각종 임상 수치가 호전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증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증식과 과도한 염증 반응을 모두 잡아야 한다”며 “스테로이드 치료는 염증 반응을 호전시키지만, 바이러스 증식에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복기 혈장 속에 있는 중화 항체를 통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물질이 같이 들어가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혈장치료가 부작용들이 있고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어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항바이러스 치료에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완치자들로부터 혈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혈장 기증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혈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혈장 기증자를 모집하고 혈장을 확보해서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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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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