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쑥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쑥

기사승인 2020-04-11 12:05:08

4월에는 절기상으로 청명(淸明)과 곡우(穀雨)가 있어 산과 들에는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여 '화월(花月)'이라 불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만개하는 4월의 들판에는 다양한 봄나물도 가득한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단연 쑥이다. 

‘쑥쑥 자란다’하여 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쑥이 가장 무성한 때가 청명 즈음이다. 청명(淸明)은 24절기의 하나로, 매년 4월 4일에서 6일 사이가 된다. 한식과 같은 날 또는 하루 전날이다. 때로는 식목일과 겹치기도 한다. 청명(淸明)이란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닌 말이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왕성한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청명(淸明)의 기운을 담은 쑥의 강한 생명력을 이용해 만들어 먹고, 청명(淸明)의 다른 이름인 답청(踏青), 행청(行清)이란 뜻처럼 야외에 나가 푸르른 봄의 기운을 느끼며 농사를 준비하고 나무를 심으니 겨우내 지친 몸이 그야말로 더없이 건강한 생명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쑥은 추운 겨울동안 지친 인체에 비타민과 미네랄을 공급해주는 식품이다.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한약재로, 그리고 뜸의 재료로 쓰이는 요긴한 식물이다. 초봄에는 양기를 품고 태어난 어린잎을 채취해 쑥 된장국과 쑥떡 등으로 밥상에 올리며, 잘 건조해 차로 마시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이 시기에 우리의 쑥떡과 비슷한 청단(靑團)이라는 음식을 먹는 전통이 있다. 쑥만 이용한 우리의 쑥떡보다 청단에는 팥 등 더 많은 맛있는 재료들이 가미되는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이 청단의 맛이 알려지고 있다. 

쑥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쑥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애엽(艾葉)', ‘인진호(茵蔯蒿)’, ‘청호(菁蒿)’ 등의 한약재로 사용한다. 애엽(艾葉)은 황해쑥과 그 계통의 약쑥과 참쑥을 말하고, 인진호(茵蔯蒿)는 사철쑥을, 청호(菁蒿)는 개똥쑥과 개사철쑥을 말한다.

이 중에서 애엽은 여성에게 좋은 약이라 '어머니의 풀'이라 불리기도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하여 여성의 생리불순을 다스리고 지혈지통을 시켜주며 태아를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단군신화에서도 웅녀가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어, 환인과 결혼하여 단군을 출산한다는 스토리로 오늘날까지 우리민족과 맥을 같이하는 약초이기도 하다.

쑥을 뜻하는 애(艾)는 ‘벤다’, ‘자른다’는 뜻을 지닌 예(乂)와 풀초'(艸)로 이루어진 글자로 ‘병을 베서 다스린다’는 의미가 있다. 뜸의 주요 재료가 되어 모든 병을 치료하므로 구초(灸草)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또는 얼음을 깎아서 돋보기를 만들어 그 빛으로 쑥을 비치면 불을 붙일 수 있다고 하여 빙대(氷臺)라고도 하였다.

다른 이름으로 의초(醫草), 황초(黃草), 애호(艾蒿) 등이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하여 혈액순환을 도와 피를 맑게 하여 하복부가 차가운 증상에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며, 특히 생리불순이 있는 부녀자의 건강에 효과가 좋다. 살균 효과를 지닌 지혈작용도 있어 상처에 약쑥을 찌어 붙여 사용하기도 하였다. 코피가 날 때도 쑥을 찌어 코 속에 넣어 지혈시키는 응급처방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맹자(孟子)> 이루편(離樓篇)에는 ‘七年之病(칠년지병), 求三年之艾(구삼년지애)’라는 말이 있다. ‘칠년 된 병을 고치기 위해 삼년 묵은 쑥을 구한다’는 뜻이다. 칠년간 앓는 병을 고치기 위해 삼년간 말린 쑥을 구한다는 뜻이다. 평소에 준비해 두지 않다가 일을 당해서 갑자기 구할 때는 이미 때가 늦음을 이르는 경계의 말이다. 애초에 병이 걸렸을 때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쑥을 구해 잘 묵혀 두었다면, 삼년이면 병을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준비된 사람의 자세를 촉구하는 글이면서, 또한 수천 년 전 당시부터 쑥이 중요한 약으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글이기도 하다. 

청명과 식목일 등 화려한 꽃이 피는 원숙한 봄이 시작하는 4월, 강인한 생명력으로 어디서든 쑥쑥 잘 자라는 쑥을 이용한 음식으로 입맛을 돋우고 건강을 챙겨보면 어떨까?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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