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민식이법은 어린이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법.”
도로교통공단 윤종기(사진) 이사장의 말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법 개정안’, 일명 ‘민식이법’과 관련해 교통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윤종기 이사장의 조언은 시기적절하다. 윤 이사장은 쿠키뉴스에 민식이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운전자·보행자·보호자 모두 교통수칙을 준수해 안전을 생활화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이사장은 세간에서 민식이법이 운전자에 대한 처벌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공단의 지향점이자 존재 이유에 대해 ‘안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식이법, 운전자 처벌 전부 아냐”
- ‘민식이법’이 시행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공단은 매년 ‘스쿨존 교통사고 Zero’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최근 어린이보호구역 어린이 교통사고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각종 캠페인이나 스쿨존 개선 사업 등 여러 노력들의 성과라고 본다. 그러나 지난 3년간 1394건의 어린이 인명 사고가 발생했고 어린이 19명이 사망하고 1470명이 부상을 당했다. 발생건수와 사망자수 모두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다.
‘민식이법’은 교통사고로 단 한명의 어린이도 다치거나 사망하지 않도록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겠다는 하나의 장치이며 큰 다짐이다. 다만, 민식이법 시행이 운전자의 가중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부각되는 것은 안타깝다.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그야말로 나라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 공단은 법 시행에 맞춰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는지.
공단은 ‘민식이법’ 시행에 앞서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통해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 분석하고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유형, 시간대, 연령 및 법규위반 현황 등을 분석해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운전자 대상으로 주의를 강조해왔다. ‘민식이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스쿨존에서 운전자와 보행자(어린이)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교육과 홍보를 진행 중이다. 개정법안이 실효성을 갖고 실질적으로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여 나가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스쿨존에서 운전자, 보호자, 어린이 각자가 지켜야할 안전수칙을 공개하는 한편, ‘민식이법’에 대한 설명과 스쿨존 내 안전수칙은 알기 쉽게 카드뉴스와 포스터 등으로 제작하여 공개 자료로 배포했다.
공단은 법안의 기본골자가 되는 안전시설물 설치와 관련,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등의 유관기관과 함께 스쿨존 내외의 어린이 보행사고 다발지역에 대한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개선대책을 수립하는 사업을 수행 중이다. 특히, 정부의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에 따라 교통단속카메라가 최적의 위치에 설치돼 교통사고 위험지역의 체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 보행자(어린이), 학부모, 운전자 모두 스쿨존에서의 안전을 위해 요구되는 사항은 무엇일까.
운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단속카메라가 없더라도 항상 서행해야 한다. 특히 신호등이 녹색불로 바뀌면 앞만 보고 뛰어가는 어린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신호를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는 일단 정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어린이가 주·정차된 차량 사이에 가려져 운전자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는 금물이며, 차량 사이로 어린이가 뛰어나올 수 있음을 인지하고 주변을 살펴야 한다.
보호자는 어린이에게 교통안전의 중요성을 숙지 시켜 안전한 보행 방법을 지도해야 한다. 어린이가 운전자의 눈에 잘 띄도록 옷과 가방은 밝은색을 권장하며 우산은 밝은 색이나 투명우산사용을 권장한다. 어린이는 무단횡단을 하지 않고 횡단보도에서는 일단 멈추고 좌우를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길을 건널 때는 차가 멈췄는지 확인 후 뛰지 말고 걸어가자. 어린이의 태도와 가치관은 오랜 기간에 걸쳐 습관화되기 때문에 가정과 학교에서 교통안전의 중요성과 올바른 보행 방법을 지속·체계적으로 반복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안전 또 안전
- 지난해 공단의 교통안전 대책과 성과는 무엇인가.
지자체와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시행 중이다. 반납자에게 10만원 상당의 교통비 등을 지원해주는 인센티브 제도는 부산시를 시작으로 현재 인천시, 서울시, 대구시 등 40여개 지자체에서 도입,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7만3221명의 만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했다. 이는 2018년 만 65세 이상 운전면허 자진 반납자가 1만1913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한 해만에 여섯 배 이상 크게 증가한 것이다. 또 고령운전자 차량에 부착하는 실버마크 ‘스마일 실버’를 개발·표준화해 배포하고 있다.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이 고령운전자가 탑승한 차량이라는 것을 상대 차량에 인지시켜 양보와 배려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이와 함께 작년 9월부터 ‘영문운전면허증’의 반응이 좋다. 국내 운전면허증 뒷면에 운전면허 정보를 영문으로 표기하는 것만으로 영국·캐나다·호주 등 세계 33국에서 별도의 절차 없이 운전할 수 있게 됐다. 인천국제공항 1·2터미널과 김해공항에 ‘국제운전면허 발급센터’도 설치했다. 이전 국제운전면허증은 발급 후 유효기간이 1년에 불과해서 이후에 매년 갱신을 받아야 했는데 영문운전면허증은 별도의 갱신기간이 없어 비용은 줄어들고, 편익은 높아졌다. 영문운전면허증 발급 건수는 2월 기준 54만 건을 돌파했다.
- 무인교통단속장비가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효과를 보이고 있다.
‘무인교통단속 장비 설치 전·후 사고 및 차량속도’ 분석 결과를 보면, 교통사고 발생 및 사망자 감소에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신호위반 장비가 설치된 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최대 50% 감소했다. 구간단속 장비 설치 지역도 교통사고, 인명피해 사고, 제한속도 초과비율이 각각 42%, 45%, 20% 줄었다. 무인교통단속장비는 지난 1998년 처음 설치된 이후 최근 3년간 연평균 13%의 꾸준한 설치 확대 추세에 있다. 관련해 정부는 민식이법 시행에 따라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본격 추진코자 무인교통단속 장비를 올해 안으로 2087대를 우선 설치할 계획이다.
공단은 과속(이동식)·신호위반·구간단속 등의 장비 검사업무를 위해 전국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전국 13개 본·지부가 설치 예정인 무인교통단속 장비에 대한 신속한 현장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방범용 CCTV, 불법 주·정차 단속 장비 등 다양한 지능형 교통체계(ITS)장비에 대한 과학적 검사기법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 온라인 교통안전교육 콘텐츠를 개발해왔는데, 대표 콘텐츠는 무엇인지.
시공간 제약을 극복한 민원 플랫폼 구축을 시도해 왔다. 지난달 2일 공개된 ‘이러닝 센터’를 통해 모든 도로 이용자가 어디서든 원활히 교통안전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학습자가 모바일과 태블릿 등 여러 기기에서 교육 이수가 가능하며, 이수 목적에 따라 어린이 통학버스 인솔교사·청소년 교통안전 담당교사 등 직무 관련 담당자는 직무교육으로, 일반 시민은 열린교육으로 구분해 원하는 과목을 학습할 수 있다. ‘열린 교육’은 보행자, 자동차, 자전거와 같은 이동 수단별로 교육 유형을 개편해 제공 중이다.
- 올해 공단이 중점을 둔 사업은 무엇인가.
DNA(Data, Network, AI) 기반 데이터 융·복합 중심의 ‘국가 교통안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ICT센터를 신설했고 현재 운영 중인 교통안전 빅데이터 시스템의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교통안전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획기적인 교통사고 감소와 교통기술 발전, 교통안전 정책들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율주행, 스마트 교통 등 미래 교통 환경에서는 교통신호, 안전시설물, 교통사고 등 돌발정보의 실시간 제공을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은 필수다. 여기에 ‘데이터 3법’ 시행으로 과거 활용할 수 없었던 운전면허정보, 교육정보, 사고분석정보 등 빅데이터의 융•복합과 분석을 통해 교통안전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 최근 자율주행차 사고 전담 조사위원회가 설치되는 등 바야흐로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안착하려면 관련법과 제도의 정비가 요구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안전’이다. 공단은 운전면허제도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의 자율적 의사결정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시스템(AI), 자율주행자동차 역시 운전능력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AI를 운전자로 인정하려면 자율주행자동차가 실제 도로 상에서 교통신호를 제대로 인지하고 법규를 지키며 운전할 수 있는지를 능력을 검증하고 이는 운전면허 제도권 내의 평가절차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관련해 공단은 전국 5대 권역에 ‘AI 안전운전능력평가 시험단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미 작년 전북 새만금에 990만㎡, 광주와 강원 횡성에 각각 50만㎡ 규모의 자율주행차 검증단지를 조성하는 데 합의했다. 향후 부산·경남권, 대구·경북권까지 검증단지를 확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전담부서로 신설했던 ‘자율주행연구처’를 ‘자율주행연구센터’로 확대·개편해 자율주행 안전운전능력 실증 모델을 기반으로 한 면허시스템과 자율주행 교통허브센터 구축 작업 등을 맡고 있다.
공단이 시행했거나 향후 진행하려는 여러 사업 모두 ‘안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윤 이사장은 “도로교통공단의 최우선 역할은 도로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라며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린이와 고령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도로 위의 존중문화’ 조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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