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부 견제’ 보다 ‘국정 안정’… 이낙연 ‘급부상’ 황교안‧정의당‧‧민생당‧안철수 ‘수모’

국민, ‘정부 견제’ 보다 ‘국정 안정’… 이낙연 ‘급부상’ 황교안‧정의당‧‧민생당‧안철수 ‘수모’

기사승인 2020-04-16 06:49:48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국회의원 선거, 국민의 선택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정부 견제’ 보다 ‘국정 안정’이었다.

코로나19 사태를 안정적으로 수습하려면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데 다수가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초반 힘을 얻었던 건 국정 안정론이었다.

1월 초 여론조사에서 10%p 이상 앞서가던 국정 안정론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한 달 만에 정부 견제론에 밀렸다. 하지만 지난달 말 다시 뒤집혔다.

국내에선 코로나19가 잦아든 반면,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외국을 중심으로 우리 정부가 비교적 잘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공천 파동과 막말 파문을 일으키며 대안 정당으로 급부상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결국,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힘을 얻은 국정 안정론은 선거일까지 이어지며 여대야소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집권 중반 이후 치러진 최근 4차례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을 얻은 건 대선을 앞뒀던 지난 19대 총선이 유일하다.

집권 이후 3년, 경기 악화와 집값 상승으로 결코, 여당에 유리하지 않다고 평가됐던 이번 총선. 정부의 침착한 코로나19 대응과 대안 정당의 부재는 집권 중·후반 선거에서 여당이 불리하다는 공식을 다시 한번 깨뜨렸다.

◇‘총선 압승’ 이끈 이낙연, 대권 후보로 우뚝

종치 1번지' 종로에 승기를 꽂고 민주당의 압승을 이끈 이낙연 당선인은,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 국정 하반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역대 최장수 총리 재임 기록을 세우고 석 달 전 당으로 복귀한 이낙연 당선인은, 상임 고문에서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까지, 새 직함과 역할을 차례로 부여받으며 초유의 ‘코로나 총선’을 지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해지자 대면 선거운동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런 기조는 곧 민주당의 ‘조용한 유세’ 방침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 선거 직전 ‘지나친 낙관론’ 등 자칫 역풍에 휘말릴 수 있는 악재가 나올 때마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로 균형을 잡았다.

당의 승리를 지휘하며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한 이낙연 당선인, 이제 과반 이상으로 몸집을 불린 민주당을 이끌고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를 밀어줘야 한다. 앞으로 있을 정부·여당의 숨은 악재들이 고스란히 이 위원장의 대권가도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눈앞의 과제를 의식한 듯, 마지막 유세에서는 “민주당 버릇 잡겠다”고 말해 당장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지 관심사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직 사퇴… 정치 재기 가능?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이번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의 선거는 물론 본인이 출마한 서울 종로에서도 상당한 차이로 패배하면서 향후 정치 행보에도 적색등이 켜졌다.

통합당의 참패는 믿음을 주지 못한 자신의 불찰이라며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황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에서도 무릎을 꿇었다.

유세 기간 내내 당 선거 지휘는 선대위에 맡기고 지역구만 챙겼지만, 결국 만 표가 훌쩍 넘는 차이로 지고 말았다.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황 전 대표는 바닥 민심은 다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종로 ‘미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를 이기고 기세를 몰아 대선까지 직행하려던 정치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새 대표를 뽑을 때까지 통합당은 비상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번 총선에서 의원직 사수에 성공한 중진 의원들 중에는 벌써부터 당권을 넘어 대권 욕심까지 숨기지 않는 인사들이 나오고 있다.

향후 행보를 고려해 정계 은퇴까지 언급하진 않았지만 황 전 대표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흔들리던 보수진영의 구심점으로 등장했던 황 전 대표는 1년여 만에 총선 참패라는 큰 정치적 타격을 입으며 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유일한 지역구 심상정… 여전히 소수정당

정의당은 지역구에서는 심상정 대표만 살아남았고, 비례대표 의석수도 정당 득표가 기대에 못 미친 결과가 나오면서 소수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현재 6석인 정의당의 21대 총선 목표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20석 확보였다.

20석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두 자릿수 의석은 확보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지역구에서는 경기 고양갑에 출마한 심상정 대표만 유일하게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여영국 후보를 비롯해 윤소하·이정미 후보 등 현역 의원들은 3파전에서 모두 패배했다.

공표 금지 이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조금씩 오르면서 기대를 했던 비례대표 의석수도 결과에 못 미치긴 마찬가지였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정의당은 불과 5석 정도 얻는 것으로 예상됐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도했지만 위성정당 출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선거 전 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까지 받았다.

결국, 선거 결과가 목표에서 한참 멀어지면서 정의당은 총선 결과 책임을 놓고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생당 ‘0석’… 박지원·정동영·손학규 줄줄이 퇴장

민주당이 호남 의석을 석권하면서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 등 호남에 기반을 둔 민생당의 거물급 후보들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2007년 대권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도 빈손이었습니다. 전주고-서울대 국사학과 후배인 민주당 김성주 후보와의 리턴매치에서 큰 표 차로 졌다.

정계 은퇴 배수진과 3천 배 유세까지 벌였던 6선 천정배 의원도 광주에서 민주당 양향자 후보에게 완패했다.

4선 박주선, 김동철, 3선 장병완, 유성엽 의원 등 다른 중진들도 줄줄이 낙선하면서, 교섭단체인 민생당은 지역구 당선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비례대표 득표율도 한 석을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아 14번을 받은 손학규 선대위원장도 퇴장 수순을 밟게 됐다.

민생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선 안철수 대표와 손잡고 호남에서만 23석을 차지한 녹색 돌풍의 주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당과 합당을 반복하며 민심에서 멀어졌고 텃밭을 고스란히 민주당에 내주면서 이제 당의 존립마저 고민해야 하는 처지를 맞게 됐다.

◇국민의당‧열린민주당, 돌풍은 없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4년 전 국민의당처럼 존재감 큰 제3세력의 등장은 볼 수 없었다.

비례대표 돌풍을 예고했던 친여 위성정당 열린민주당과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을 받았다.

4년 전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이번에는 ‘오렌지 돌풍’을 예고하며 435km 국토 종주에도 나섰지만, 기대했던 지지율 20%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 출구조사 예측치가 최대 5석 이하로 나오면서 침통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친여 성향 위성정당이면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날 선 신경전을 벌여온 열린민주당. 많아야 3석, 최악의 경우 한 석도 얻지 못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당제에 유리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더 큰 성장을 기대했던 제3지대 소수정당들. 하지만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등장하고 총선 표심도 거대 양당으로 쏠리면서 캐스팅 보트를 넘어 원내교섭단체까지 넘보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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