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국적인 휴교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일부 특성화고 학생들이 학교에 모여 ‘메달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2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경북 S 공고 3학년 이모군이 교내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타살 흔적과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S 공고는 코로나19로 휴교령이 내려졌지만 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기능대회) 훈련을 위해 이군 등 다른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 합숙을 진행했다. 이군은 평소 기능대회 준비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 기능대회 준비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학교 측 등에 밝혔으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도 부산 A 마이스터고 기능부 학생 34명이 교내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자체 기능훈련을 진행해 논란이 됐다. 이 역시 기능대회 준비를 위한 훈련이었다. 부산교육청에서는 같은 달 25일부터 훈련 중단을 권고했다.
기능대회 메달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의 취업, 대학 진학과 직결된다. 학생들도 쉽게 훈련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메달은 학교 측의 성과로도 평가된다. 기능대회 메달이 많을수록 교육부의 재정지원이 좀 더 수월해진다는 주장이나온다. 학교에 따라 우수한 성적을 거둔 기능대회 지도교사에게 승진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
기능대회는 두 차례 일정을 연기했다. 본래 지난 6일 경기가 예정됐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다음달 11일로 미뤄졌다. 전교조는 지난 2일 기능대회 본부에 학생의 학습 훈련 등을 우려, 대회 연기를 요청했으나 “상황을 보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본부는 이군이 사망한 후인 지난 9일에서야 오는 6월1일로 일정을 미뤘다.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은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일정한 공간에 모여 합숙을 하니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학생의 안전보다는 메달 경쟁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과 교육청의 권고 등을 어기고 여전히 합숙훈련을 진행하는 학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대응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교육부는 정부의 정책에 맞게 전국적으로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교육청도 지역마다 다르게 대응했다. 경기·경북·부산교육청 등은 (기능대회 준비를 위한) 등교를 못하도록 권고했으나 ‘몰래’ 등교하는 것을 막지 못 했다. 여전히 권고가 내려지지 않은 교육청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성화고의 기능대회 합숙훈련과 관련해 모두 철수하라고 지시를 내린 상태”라며 “각 시·도 교육청에서 조사를 통해 ‘물밑’에서 훈련을 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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