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쇼크'와 여성 노동자

'코로나19 쇼크'와 여성 노동자

기사승인 2020-04-23 02:00: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코로나19의 여파로 대학이 문을 닫았다. 4년 동안 열심히 다녔는데, 학사모 한 번 못 써보고 학교를 떠나게 됐다. 졸업장을 수령하러 들른 학교는 적막했다. 항상 북적였던 학생식당과 교내카페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여기서 일했던 조리원 여사님들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을까.

조리원들의 상반기는 어느 때보다 혹독했을 것이다. 2월 중순부터 운영을 중단한 도서관 학생식당 조리원은 최소 2달간 고정 수입이 없었을 것이다. 10곳 중 유일하게 ‘단축운영’으로 문을 연 본관 식당 조리원은 내일 당장 무급 휴직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을지 모른다. 

1학기가 온라인 강의로 막을 내리면 다시 3개월간의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조리원들이 그 사이 이직을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격을 입은 외식산업계에서 당분간 이직 성공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경제활동을 잠정 중단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생계 곤란으로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하게 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재앙은 약자부터 덮친다. 누구나 먹고 살기 힘든 시기지만, 가장 먼저 실업 위기로 내몰리는 사람들은 비정규직·시간제 노동자들이다. 모두 여성의 비율이 높은 고용 유형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산업은 관광·요식·판매업 등 서비스업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 종사자의 비율이 높은 업계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우리 학교 조리원이 겪었을 혹독한 상반기를 짐작게 한다. 시간제 근로자의 성비는 지난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벌어져 2018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28.5%p 높았다. 임시근로자 비중은 여성(25.5%)이 남성(12.6%)의 2배를 넘는다. 상용근로자 비중은 여성(47.4%)이 남성(54.3%)보다 6.9%p 낮다.

같은해 여성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60%대에 머물렀다. 국민연금 가입률은 여성 노동자가 남성 노동자보다 9.1%p 낮다. 건강보험은 10.5%p, 고용보험은 10%p만큼 여성 노동자가 남성 노동자보다 덜 가입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다가 일자리를 일어도 사회보장제도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여성 노동자가 많다는 의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과제들이 나열되고 있다. 아동·독거노인 돌봄 공백, 사회 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들, 요양병원 감염병 등 숨어있던 문제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공론화되면서다. 성별에 따른 직종 분리, 고용형태 격차, 사회보험 가입률 격차는 꼭꼭 숨어 미처 파악할 수 없었던 문제도 아니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제 목록에는 ‘여성 노동환경 개선’도 포함돼야 한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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