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BC카드가 KT 대신 유상증자에 나서며 케이뱅크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KT가 현행법에 막혀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설 수 없게 되자 자회사인 BC카드가 대신 나선 것이다. 다만 우회증자가 ‘꼼수’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C카드는 지난 17일 KT가 보유하고 있는 케이뱅크 주식 전량을 취득해 케이뱅크 지분 10%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BC카드는 KT대신 케이뱅크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BC카드의 주식 취득에 따라 케이뱅크의 주주 구성은 1대주주인 우리은행(13.79%)의 뒤를 이어 ▲BC카드(10%) ▲NH투자증권(10%) ▲케이로스 유한회사(9.99%) ▲한화생명보험(7.32%) ▲GS리테일(7.20%) ▲KG이니시스(5.92%) ▲다날(5.92%) 등으로 변경됐다.
케이뱅크는 오는 6월18일까지 5949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황. 여기에 BC카드는 2625억원을 들여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확보하며 대주주에 오르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BC카드의 결정은 KT가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KT는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인해 인터넷은행 대주주에 올라설 방법이 사실상 없다. KT는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 삭제’가 주요 골자인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지난 3월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됐다.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가 시작하기 전 개최되는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재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자본 부족으로 1년간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있는 케이뱅크를 더 미뤄둘 수 없다는 판단으로 BC카드를 통한 유상증자를 진행하게 됐다”라며 “빠른 시일 내로 금융당국에 대주주적격성 심사 요청을 접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BC카드의 유상증자 참여를 두고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자회사를 통한 우회증자라는 방법에서 ‘꼼수’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우회증자 ‘꼼수’ 논란은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에서 먼저 일어난 바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발목을 잡혀 대주주 등극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이에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에 지분 16%를 양도해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주고, 나머지는 한국투자증권 대신 한국투자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케이뱅크 주주사 관계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케이뱅크 유상증자를 돕겠다라고 공언한 만큼 ‘꼼수’라고 불릴 여지가 있더라도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우회증자를 단행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라며 “케이뱅크에 리딩주주사가 주도적인 자금공급을 진행한다면 주주사들도 유상증자 참여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카오와 상황이 달라 우회증자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대주주에 정보통신(ICT)기업인 카카오가 올라가고, 2대 주주로 금융사인 한국투자자산운용이 올라갔지만, 케이뱅크의 경우 정 반대로 금융사인 BC카드가 최대주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태규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는 ICT기업의 금융권 진출에 있다”라며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ICT기업인 카카오지만,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는 금융사인 BC카드라 금융당국에서 이전 선례와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케이뱅크로서는 이외의 방법이 마땅히 없다 보니 꼼수 논란이 일더라도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BC카드는 대주주적격성 심사 요청을 위한 서류 준비를 마치고 빠른 시일내에 금융당국에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간은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로, 빠르면 오는 2분기 내 BC카드의 대주주 등극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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