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부추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부추

기사승인 2020-05-02 09:24:36

부추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중국의 한의학서인『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부추에 대해 “채소 중 몸을 따뜻하게 하는 작용이 으뜸이고, 인체를 유익하게 한다. 항상 이것을 먹는 것이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에 편찬한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최초로 기재되어 있다.

부추는 지방에 따라 정구지, 졸, 솔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한자로는 난총(蘭葱)이라 한다. ‘난초(蘭)를 닮은 파(葱)’라는 뜻이다. 또한 ‘양기를 불러일으키는 풀’이라 하여 기양초(起陽草)라고도 불린다. 정구지(精久持)라는 이름은 충청도와 경상도 지역에서 사용되는데 ‘정을 오래도록 유지시켜준다’는 뜻이다. 양기가 고갈되어 병이 든 남편에게 정구지를 먹였더니 건강해져서 집을 부수고 정구지를 심었다하여 ‘집을 부수고 심은 풀’이라는 뜻에서 파옥초(破屋草)라고도 불린다. “부부 사이가 좋으면 집 허물고 부추 심는다”는 옛 말은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부추의 씨를 가구자(家韭子), 구채자(韭菜子), 구채인(韭菜仁), 기양초자(起陽草子), 초종유자(草鍾乳子)라고도 하여, 한의학에서는 몽설(夢泄), 백대하(白帶下) 등의 비뇨기과 질환을 다스리는데 사용한다. 

많은 요리에서 부추는 중요한 재료로 사용된다. 부추의 독특한 향미로 인해 무침, 떡, 잡채, 김치, 전, 죽 등 다양한 음식의 주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부추의 한약명은 구채(韭菜)인데, 부추 구(韮)자는 ‘잎이 땅으로 나온 모양’ 또는 ‘땅 위에 무리지어 나 있는 부추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부추는 한의학적으로 따뜻한 성질을 가진 것으로 분류된다. 부추의 따뜻하고 매운 맛은 오장을 안정시키고, 허리와 무릎의 통증을 다스린다.

韭菜也性溫一云熱味辛微酸無毒歸心安五藏除胃中熱補虛乏煖腰膝除胸中痺. 

부추는 독특한 향이 있는데, 이는 유황 화합물인 황화아릴 성분으로 항산화 효과 및 혈당강하 효과를 나타내는 중요한 성분이다. 최근에는 치매 연구와 노화 억제 등에 부추가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다.

부추의 맛과 향은 양파나 파와 비슷하지만, 부추에는 마늘에 많이 들어있는 알리신 성분 또한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알리신은 비타민 b1의 흡수를 돕고, 소화를 원활하게 하며 면역력을 높이는 중요한 성분이다.

부추의 따뜻한 기운은 차가운 성질인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돼지국밥, 순대국 등에 부추를 널리 사용하는 이유가 이런 음식궁합 때문이며, 중국에서는 돼지고기를 넣어 만든 만두에 부추를 많이 사용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된장에 부추를 넣으면 부추의 칼륨 성분이 된장의 나트륨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된장국에 부추를 넣어서 조리하면, 된장의 짠맛도 줄이면서 부추의 풍부한 비타민과 다른 영양성분들을 보충하는 효과도 있다.

매년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독초를 산나물과 잘못 구별하여 건강을 망치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수선(水仙)을 부추와 착각하여 잘못 복용하여 구토 복통을 일으킨 사례가 있는데, 꽃이 핀 상태에서는 수선과 부추를 구분하기가 쉽지만 꽃이 피지 않은 상태에서는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수선과 닮은 모양의 부추로 두메부추가 있다.

두메부추는 사람이 살지 않는 깊은 산골에서 자란다하여 ‘깊은 산’을 의미하는 우리말인 ‘두메’를 붙여 두메부추라 이름 지었다. 산부추 또는 메부추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부추의 꽃 색깔은 하얀색이지만 두메부추는 꽃 색깔이 연한 핑크색으로, 꽃이 피었을 때 이 둘을 구분하기가 쉽다. 

두메부추의 한약명은 산구(山韭)인데, 비장의 기능을 도와 피를 보충해주며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해주며, 소변빈삭(小便頻數) 등 신장의 병을 다스린다.

山韭作菜食可健脾养血,强筋壮骨肾之菜也,肾病宜食之

두메부추는 일반 부추에 비해 칼륨 성분은 약 30배 이상, 칼슘과 탄수화물 성분은 4배 이상 높아서 영양학적으로 좋은 식품이다. 두메부추에 다량 함유된 뮤신 성분은 소화를 돕고 위벽을 보호해주며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두메부추는 풍부한 섬유질로 인해 장의 활동을 도와 변비의 예방에도 좋다.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는 날씨로 인해 자칫 입맛을 잃기 쉬운 요즘, 부추나 두메부추 같은 향이 좋은 나물들은 우리의 입맛을 돋우고 건강을 지켜주는 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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