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네이버는 더 이상 심판이 아니다

[기자수첩] 네이버는 더 이상 심판이 아니다

기사승인 2020-05-06 16:22:21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네이버에서 뉴스를 본다. 문득 청바지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사고 싶다. 해당 쇼핑몰을 둘러본다. 귀찮은 광고와 회원가입을 피해 빠져나온다. 가격과 브랜드 정도만 기억에 남긴다.

다시 네이버를 검색해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평가를 읽어본다. 이미 쇼핑몰 최저가 나열도 돼있다. 네이버페이를 충전한다. 어차피 클라우드, 웹툰, 영화 등도 사용할 거니까. 

우리는 네이버가 만든 세상에서 산다. 네이버로 세상을 읽고, 물건을 사고, 데이터를 저장한다. 물론 꼭 네이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크게 확장하면 포털에 종속된 세상이다. 인간관계는 카카오로 이뤄지고, 영상과 흥밋거리는 유튜브다. 물론 구글도 빼놓을 수 없겠다. 우리는 과거의 커머스와 미디어가 플랫폼에 흡수되어 가는 과정에 살고 있다. 

이미 신문, 방송 등은 막강한 포털 플랫폼에 종속 된지 오래다. 뉴스 기사를 각 언론사 사이트에서 읽는 사람이 과연 지금 몇이나 되는가. 이 기사가 조선일보인지 KBS인지 관심조차 없는 세상이다. 네이버냐 다음이냐 일뿐. 포털은 플랫폼 중의 플랫폼이다. 

어쩌면 온라인몰, 이커머스가 다음 차례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몇 년까진 심판을 자처했던 것 같은데, 정신차려보니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됐다. 이미 네이버는 이를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공언한지 오래다. “궁극적으로 모든 온라인 쇼핑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발언에 몇몇 유통기업들은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일례로 홈쇼핑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물건을 구입하는 ‘라이브 커머스’가 떠오르면서 TV홈쇼핑은 포털 쇼핑과 직접적인 경쟁 구도에 놓였다. 기존의 유통업계는 홈쇼핑보다도 네이버와 카카오에 줄을 대기 바쁘다. 과연 ‘라이브 커머스’가 활성화 된 세상에서 TV홈쇼핑은 과연 설자리가 있을까.

이커머스도 마찬가지다. 이미 업계에서 공공연한 이야기로 결국 쿠팡과 네이버의 최후 결전이 될 것 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쿠팡이 로켓 배송 등을 앞세워 강점을 보이곤 있지만, 네이버가 최근 CJ대한통운과 손을 잡고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고 있다. 카카오와 구글 역시 큰 변수다.

풀필먼트는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하면 입고→재고관리→분류→배송까지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앞으로는 포털사가 충분히 물류까지 손을 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온라인 영향력까지 생각하면 그 시너지는 이커머스 업계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무서운 점은 쿠팡이든 이베이든 쓱닷컴이든 다수의 사람들은 네이버라는 관문을 통한다는 것이다. 포털은 기존 이커머스와 달리 단순 쇼핑만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쇼핑이 뉴스, 웹툰 등과 무슨 연관이 있겠냐 할 수 있지만, 라이프 전반을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눈길은 포털에 더욱 집중되기 마련이다. 쇼핑은 단지 그 일부일 뿐이다. 

사실 포털사는 그동안 이른바 이커머스의 출혈경쟁을 지켜보며 뒤에서 기회를 노렸을 것이다. 이커머스도 포털이 설계하는 온라인 세상에서 빠져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결국에는 온라인 쇼핑 역시 몇 개의 포털 플랫폼으로 재편될까 두렵다. 

종속은 이미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결제가 이뤄진 온라인 쇼핑 서비스는 네이버로 나타났다. 약 21조원으로 17조원인 쿠팡을 넘어섰다. 아마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일 것이다. 포털에서 이득을 취하며 일찌감치 순응해 나가는 방법. 다른 한 가지는 포털과 거리를 두며 종속을 막아보는 것일 터다. 네이버는 더 이상 심판이 아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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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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