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된 제주영리병원 분쟁

재점화된 제주영리병원 분쟁

기사승인 2020-05-08 01:00:00

[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제주 영리병원 논란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21일 열린 첫 재판에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와 제주도는 도가 의료기관 개설과 관련해 조건부 허가를 내린 것과 관련해 적법성을 놓고 상당한 이견을 보였다. 향후 재판은 어떻게 진행될까?  

제주지법 행정1부는 녹지 측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과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 등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첫 재판에서 녹지 측은 의료기관 개설 허가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있지만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는 재량까지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도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내국인 진료 제한은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또 도가 개설허가를 취소한 것과 관련해 녹지 측은 제주도지사의 재량권 남용을 주장했고, 도는 녹지가 개원을 하지 않아 허가 취소 청문은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향후 재판에서 주요 쟁점 요소는 ISD, 즉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해결을 통한 국제소송 가능성이다. 녹지 측의 논리는 도의 조건부 개원 허가 및 허가 취소가 한·중 FTA에 저촉된다고 것이다. 영리병원 논란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보건의료노조는 소송 과정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노조는 “녹지 측은 국내 대형로펌을 선임해 영리병원 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제주도는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녹지 측의 소송에 대해 제주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만약 녹지가 승소한다면, 제주도에 영리병원 개설을 통한 의료민영화의 망령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16일로 예정돼 있다. 

제주영리병원 논쟁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2월 정부는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신규 핵심 프로젝트로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을 발표했다. 2012년 7월 중국의 녹지그룹은 제주헬스케어타운 투자유치를 위한 협약을 제주도와 체결한다. 2015년 3월 녹지 측은 녹지국제병원의 건립 사업계획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다. 두 달 후인 5월20일 보건복지부가 건립 사업 승인을 반려하자, 녹지 측은 개설허가 사전심사를 재청구했다. 6개월 후인 그 해 12월 복지부는 결국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이듬해인 2016년 4월 녹지국제병원의 건축이 착공, 2017년 7월 준공돼 사용승인을 마무리 지었다. 

8월 녹지 측은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신청서를 제주도에 제출한 즈음부터 영리병원 운영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제주특별자치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조민참여 기본조례가 공포됐다. 2018년 2월 의료영리화 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 보건의료노조 등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들은 제주도민의 견해를 수렴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2월말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민원처리기한 6차 연장했다. 

3월 제주도는 숙의형 정책개발심의위원회를 통해 개설허가에 대한 공론화 절차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7월 녹지국제병원 도민 토론회가 열렸고, 8월 공론조사가 실시됐다. 다시 10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녹지녹제병원 개설을 불허했다. 그러나 두 달 후인 12월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 전용으로 조건부 허용한다. 당초 3월로 예정된 개원일자에 녹지측이 개원을 하지 않자, 제주도는 개설 허가 청문을 실시, 4월 결국 개설허가가 취소됐다. 녹지가 제기한 제주도에 제기한 소송은 1년여를 끌다가 올해에 들어서야 재판이 열리게 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영리병원 개설을 허용하고 있는 법안들을 전면 개정하여 영리병원의 싹을 잘라야 한다”며 “제주 녹지국제병원과 같은 영리병원 설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법, 경제자유구역법, 새만금법 등의 영리병원 허용조항을 전면 삭제하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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