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및 조합원 “예견됐지만 안타까워”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이달말 시공사를 재선정할 예정이었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이 고소·고발로 얼룩지고 있다. 당초 서울시는 해당 사업장을 클린수주 시범사업장으로 선정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시의 선정이 무색해지고 있다. 업계와 조합 내부에서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반포3주구, 어떻길래=반포3주구 재건축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1단지 3주구 아파트를 2091가구로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8087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강남 재건축 수주전 중 최대어로 꼽힌다. 오는 5월30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반포3주구는 지난 2018년 7월 HDC현대산업개발을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공사비 등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다가, 조합은 지난해 12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지위를 박탈하고 새 시공사를 물색해 왔다.
새 시공사 후보군에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올랐다. 반포3주구 맞은편 신반포15차 재건축을 수주하며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복귀한 삼성물산은 가장 먼저 입찰보증금 중 현금 200억원을 완납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앞서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사 계약 해지를 당한 대우건설은 이번 수주에 더욱 칼을 갈고 있다. 현재 대우건설은 반포3주구 현장 바로 맞은편에 사무실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각 건설사들의 공약 모두 조합원들의 환심을 사기에 딱이다. 우선 대우건설은 사업활성화비 2200억원을 포함해 사업비 항목 전체를 대여자금으로 내걸었다. 또 고정금리 0.9%를 내세웠다. 대우건설은 사업비 대여로 총 1조3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한 가구당 8억원을 0.9% 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셈. 업계에서는 대여자금과 금리조건에서 삼성물산과 비교해 앞선다는 평가다.
대신 삼성물산은 사업비 절감 효과와 주택 가치 제고를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공정률 80%때 분양하는 후분양이 아닌 100% 준공후 분양하는 방식을 제안했는데 공시가 상승으로 분양수입이 약 2500억원 증가할 것이란 설명이다. 또 공사기간을 기존 시공사보다 4개월로 줄인 34개월로 제시해 사업비 이자를 120억원 줄이겠다고 밝혔다.
◇초반 클린경쟁 이어졌지만=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현장에서의 경쟁은 조용했다. 당초 서울시와 서초구가 반포3주구를 ‘클린수주 시범사업장’으로 지정하고 입찰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실제 건설사들도 초반까지는 이에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쿠키뉴스가 반포3주구가 위치한 서울 지하철9호선 구반포역 인근에 가본 결과 지하철역 등에는 각 건설사들의 홍보 문구가 적힌 플랭카드와 광고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또한 신반포로 중앙버스전용차로 정거장 광고판에서도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의 반포3주구 광고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포3주구 단지 안에도 각 사의 홍보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건설사들은 OS요원 등을 통한 조합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 대신, 이같은 광고 등을 통해 자사의 브랜드를 최대한 노출시키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4월 말에서 5월로 넘어가면서 해당 사업장은 소송전 등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에 수주 과열을 자제해달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포3주구 한 주민은 “온 동네에 광고판이 부착되어 있다”면서 “치열하다고 생각되면서 또 오다가다 이렇게 보게 되니까 어디가 좋을지 계속 곱씹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건설사간 고소가 이어지면서 조합 입장에서도 약간 두려움이 앞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주민은 “건설사간 경쟁하는 건 좋다고 본다. 조합 입장에서는 좋은 공약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면서도 “다만 정부나 서울시에서 재건축을 눈에 불을 키고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칫하면 사업 연기 등으로 골치 아파질 수도 있어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안타까운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클린수주 시범사업장이라고 해서 좋은 영향을 미치길 기대했지만, 결국 시끄러워졌다”면서 “사실 재개발이나 재건축 모두 서로 다른 수많은 이익집단들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이같은 마찰이 발생하는 건 예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말그대로 수주경쟁이라 굉장히 민감하다"며 "한 쪽에서 의도했든 안했든 공격적일 수가 있는홍보가 시작되면 다른 한쪽도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뭐가 불씨였나=진흙탕 싸움의 시작은 삼성물산의 ‘오보’에 있었다. 앞서 대우건설은 최근 “삼성물산이 반포3주구와 관련해 배포한 보도자료에 심각한 오류가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알린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에서 “공사도급계약 체결 이후 관리처분인가까지 3개월 만에 진행하고, 실제 공사 기간 역시 34개월 이내에 마무리하겠다”며 “실제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 잠실진주아파트의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득한 후 관리처분인가까지 3개월 내에 마무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삼성물산의 잠실진주아파트 사례에 대해 지적했다. 대우건설은 “잠실진주아파트는 사업시행인가 후 관리처분인가를 득하는 데까지 약 13개월의 기간이 소요됐다”고 했다. 이어 “3개월 만에 관리처분인가 신청한 것을 마치 인가를 받아서 마무리 지었다고 왜곡한 것”이라며 “삼성물산이 이를 근거로 당사보다 인허가 기간을 1년이나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하게 언론의 왜곡 보도를 유도하는 행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잠실진주아파트는 사업시행인가 후 관리처분인가까지 13개월이 걸려, 대우건설의 말이 맞는다.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3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에 삼성물산 측은 “관리처분인가 ‘신청’으로 써야 하는데 ‘신청’ 단어를 실수로 빼먹는 바람에 표현 실수가 발생한 것”이라 해명했다.
또 최근에는 대우건설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과 관련, 시공권을 두고 경쟁하는 삼성물산과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 조합장 한형기씨를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고소·고발하는 사건도 있었다.
대우건설은 “한씨는 삼성물산과 공모해 전날 반포3주구 조합원들에게 대우건설에 대한 허위 사실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유포했다”면서 “이는 당사의 명예를 훼손함과 동시에 반포3주구 수주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이며, 반포3주구 조합원들의 개인정보를 도용,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씨는 반포3주구 조합원들에게 대우건설이 반포3주구 시공사로 선정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아웃시켰던 현대산업개발보다 못한 최악의 시공사’, ‘삼성보다 최소 수백억원 손해인 제안서를 제출한 대우건설’, ‘대우는 이주비를 10원도 대여할 수 없어 이주를 못 합니다’, ‘대우의 계약서와 제안서는 일반인이 볼 때는 아주 좋게 보이지만 저같은 전문가 눈에는 완전 사기’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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