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령도시 낙인 찍지 마세요”…이태원 상인들은 2차 피해가 두렵다

[르포] “유령도시 낙인 찍지 마세요”…이태원 상인들은 2차 피해가 두렵다

상인들은 코로나 낙인효과 우려…"사태 본질은 텅 빈 이태원 아냐" [르포]

기사승인 2020-05-13 05:17:00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2만3000원 벌었어, 오늘 하루.”

지난 11일 오후 9시께 찾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밤이 깊어질수록 환하게 빛을 발하던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상점가는 불이 꺼져있었고, 남은 이들도 마감 준비를 한창 서두르고 있었다. 인근의 분식집 점원은 하루 매출을 정산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계산대의 돈을 꺼내 보이며 “오늘 4명 정도의 손님밖에 다녀가지 않았다”면서 “며칠 전부터 예정보다 두어 시간 빨리 문을 닫고 있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특히 최근 이태원을 유령도시 취급하는 뉴스들로 사람들이 더 줄고 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도 중요하겠지만, 마치 이태원에 오면 코로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식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점원은 “다 알법한 사실을 유령도시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조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사람들이 일부러 이태원 거리를 피해 간다고도 하더라, 이곳 주민과 상인도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인근 식당가에서도 같은 목소리였다. 빈 테이블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 점주는 “이날 오전에만 기자들이 엄청 다녀갔다”면서 “물건 하나 팔아주지 않으면서 텅 빈 거리 사진만 잔뜩 찍어가더라”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태원 자체를 코로나 재확산의 원흉으로 몰고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 6일 이태원 클럽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다수의 매체들은 ‘이태원 유령도시 전락’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클럽 감염 우려로 거리가 텅 비었다거나, 재확산 사태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 등을 담아낸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 같은 기사들이 오히려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낙인효과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지적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던 인근 클럽 약국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두고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이태원에서 30년간 거주했다는 한 60대 주민은 “연휴 기간 클럽이 다시 문을 열도록 한 것이 문제”라면서 “다들 경고했던 것인데, 왜 이 부분은 기자들이 지적을 하지 않느냐”라고 질타했다. 이곳 약사 역시 “근처에 그런 클럽이 운영 중인지도 몰랐다”면서 “문제의 본질은 텅 빈 이태원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낙인효과로 코로나19 이후에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을까 상인들은 걱정이다. 해밀턴 호텔 인근에서 만난 한 술집 점원은 “사람들의 인식이 잘 바뀌지 않을 텐데, 여름 장사도 망치는 건지 걱정이 된다”라며 “동호회를 나가는 다른 친구는 이태원 주민이라고 모임 참석도 하지 못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풀어도 이태원 상권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지역상권이 코로나 낙인효과로 소비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태원은 클럽 등 유흥주점 말고도 일반 식당과 상점들이 밀집한 곳이다. 인근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인근에서 코로나가 터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다른 지역은 사람이 다시 붐빈다는데, 우리는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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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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