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경제톡톡]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본 중독과 집착 이야기

[금진호의 경제톡톡]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본 중독과 집착 이야기

기사승인 2020-05-18 00:42:08

중독은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을 알면서도 반복적인 욕구를 참지 못하는 강박적인 행동을 일컬으며, 집착은 어떤 일이나 관계에 온통 마음과 정신이 쏠려있다는 뜻이다. 중독이나 집착은 알코올, 카페인과 같은 ‘물질’에 빠지는 것도 있지만 SNS 같은 관계의 행위나 사회적 역할에 빠져드는 것도 있다. 이 중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행위 중독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과도하게 업무에 열중한 나머지 일 중독에 빠지기도 하고, SNS의 발달과 함께 사회적 관계에 중독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중독이나 집착하고 있는 상황에 빠졌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요즘 종편 드라마에서 인기 있는 ‘부부의 세계’가 연일 화제다. 지난 3월 27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6.26%로 시작했던 '부부의 세계'는 파죽지세라는 말에 딱 들어맞을 정도로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보여주고 있다. 종편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 역사를 쓰고 있는 이 드라마는 ‘불륜’이라는 파국의 결말에 시청자들 눈과 귀가 쏠리고 있는데, 여기엔 이혼을 했지만 서로 헤어진 남편과 아내에 대해 집착하고 있는 부부와, ‘외도’에 중독된 또 다른 부부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막장드라마로 일컬어지는 ‘부부의 세계’는 결혼의 부정적인 면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혼과 파국, 복수극으로 연출되는 이 드라마는 사실상 마지막 주제는 상실이다. 부부가 이혼의 과정과 상대에 대한 집착, 서로에 대한 복수는 싸움에 이기건 지건 관계없이 자신을 잃어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혼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까. 처음엔 이혼을 통해 남편을 잃고 가정이 깨진다. 바람은 일종의 중독이다. 일탈의 쾌감은 무척 강렬하고 짜릿하지만 두 번, 세 번의 바람은 자신의 죄책감과 감정을 마비시켜 자기 합리화에 빠지게 된다. 두 번째는 사회적 관계를 잃는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니 능력 있고 잘 나가던 여자이기에 더욱 질시와 저급해진 소문에 휩싸인다. 그리고 세 번째 잃는 것은 자신을 잃는다. 자신이 쌓아온 사회적 위치와 명예가 한순간의 나락으로 떨어질 때 자신의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자존감은 상실되고 죄책감과 슬픔에 빠진다. 이를 이겨내지 못해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은 너무 가슴 아프다.

일반적으로 중독은 술, 담배, 마약 등의 물질을 절제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사용하여 자신의 사회활동, 대인관계 등에 지장을 주는 경우다. 이러한 ‘물질’ 외에도 우리는 또 다른 것들에 중독될 수 있다.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하지만, 그것을 찾거나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결국 우리에게 괴로움을 안겨주고 그것을 멈출 수가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부부간의 사랑이 집착으로 변질하여 이혼한 부부가 다시 만나 다시 외도로 이어지는 소재는 정말 아이러니하다. 상실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처럼 중독에 빠져들 수 있는 성향으로는 책임감, 자존감 등과 같이 자기 최면적인 면도 있지만, 강박성, 자기애적 경향 등의 특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불륜을 저지르는 경우 자존감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일탈의 경향을 보인다. 요즘은 특히 SNS를 통해 손쉽게 인간관계를 만들고 이어가기 때문에 예전보다 자주 문제가 된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고 SNS에 빠져들지만, SNS상에서 접하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부러워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하여 오히려 우울 증상이 더 심각해지기도 한다. 

한번 중독이 되면 치료가 어려운 만큼 최선의 치료는 역시 ‘예방’이다. 적절한 선을 지키고 절제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만, 스스로 행동을 가끔 돌아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정에서의 부부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도 그렇다. 서로에게 자제가 불가능하다면 이미 중독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선택과 용기만이 현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다. 부부의 관계 역시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사랑과 배려와 인내로 다가가야 한다. 

금진호(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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