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노크하는 코리아 제약·바이오,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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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IDI 해외시장 전문가들, 유럽·중동·중국 성공 진출 위해 현지 정책·수요·문화 파악 강조

기사승인 2020-05-19 16:19:09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우리 삶의 어려움을 초래했지만, 반대로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도 됐다. 해외시장 개척은 기업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위선양 및 K-바이오 위상 정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그간 우리 기업의 주요 진출국은 미주와 아시아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게 사실.  

때문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소속 컨설턴트가 제시하는 유럽, 중동, 중국의 의료산업 동향과 시장 진입 요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주지역 등 다국적 기업이 포진한 곳과 달리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국가를 공략, 성공적 판로 개척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하락을 타개할 방편이 될 수 있다. 

현지인들로 구성된 진흥원 상임컨설턴트들은 현지 시장 동향과 각국 정부의 의약품 규제·시장개방 기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장별 수요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요구된다. 아울러 각국 국민의 연령·구매력과 함께 문화·종교적 배경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처럼, 이제부터 유럽, 중동, 중국으로의 진출을 위한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전한다. 

유럽, 갈 수 있다

타일러 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상임컨설턴트의 설명을 빌자면, 코로나19 대유행은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기기 수출국인 미국, 독일, 중국은 대유행 상황을 맞으면서 특정 제품의 공급을 중단했지만,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준비된 대규모 의료시스템으로 위기를 감당해 냈고, 개인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모바일 추적기능을 도입하며 방역 모범사례를 제시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코로나19의 출현 정황에 근거해 신종 감염병의 도래 주기가 점차 짧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질병 검사, 확진자 및 접촉자 추적 시스템, 치료 관련 의료장비와 시설의 중요성이 높아졌으며, 이에 대한 전세계적 수요도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리 컨설턴트는 “2016년 영국의학저널과 최근 발표된 통계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유럽의약청(EMA)의 의료기기·의약품 승인 속도가 북미권 기관보다 약 63% 빠르다”며 “투자와 수익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한국 제조업체는 이 같은 유럽의 속도를 인지하고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유럽 의료기기 시장 진입을 고려하는 기업은 EMA의 규제에 대해 컨설팅이 가능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는 책임자를 채용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 내에서 협업하기로 한 담당자나 책임자는 제 3사를 통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의료서비스는 점차 통합·원격 시스템을 통해 제공될 것이므로, 기술혁신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기술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찍고 요르단으로

케말 하팁 상임컨설턴트가 설명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보건의료 산업 동향은 흥미롭다. 걸프 협력국가(GCC)의 전체 제약시장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장 큰 비중(55%)을 차지하는데, 지난 2016년부터 경제 개혁 계획 ‘비전2030’을 실시하면서 ▲경제 다각화 ▲석유 의존도 완화 ▲민간부문 투자 확충 ▲해외 투자 유치 등의 정책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동 국가 가운데 비(非)석유 부문 기업이 가장 많은 기회와 지원을 획득할 수 있는 곳으로 꼽았다.

하팁 컨설턴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약품 제조 인프라가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가동 중인 의약품 제조시설은 40여 개. 비전2030 추진에 따라 현재 계약이 성사됐거나, 착공을 앞둔 제조시설을 포함하면 향후 7년 내 현지 제조시설은 7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증가는 둔화되고 있으며, 질병패턴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보인다. 다시 말해 중·장년층과 비만·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면서 관련 의료 서비스 수요가 지속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안정적인 건강보험 체계를 갖췄으며, 의료부문의 민영화에도 호의적이라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해외 기업이 지원을 받을 수 방법은 뭘까. 그는 “의료산업은 장기간 사업을 벌인 끝에 성과를 얻는데, 금융기관은 장기투자를 꺼리고, 이미 입증된 선진국 시장을 선호하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입하려는 해외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산업발전기금(SIDF)을 조성, 입국을 원하는 기업이나 정부를 대상으로 사업 프로젝트 비용의 최대 75%를 지불기간 15년, 유예기간 2년의 조건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만큼이나 요르단도 우리 기업에게는 도전 가능한 지역이다. 다만 요령이 필요하다. 마호메드 알 카와스마 상임컨설턴트는 국내 기업이 요르단에 진출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요르단 식품의약국의 마케팅 허가를 받지 않은 기업은 요르단이나 메나(MENA) 지역에서 의약품 판매가 불허된다. 기업들은 요르단 식품의약국에 품질·안전성·효과성 입증 서류를 제출해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요르단에 제조시설을 설립하려는 기업에게도 함께 적용된다.

요르단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요르단 식품의약국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제출 서류는 ▲현장 마스터 파일(Site Master File·SMF) ▲요르단 외부에서 발급 받은 GMP인증서 ▲제조 자격서류(Manufacturing License·ML) ▲현지 대리인의 위임서 ▲에이전시 등록 기관(Agency Registrar) ▲원산지에서 발급된 의약품 인증서(Certificate of Pharmaceutical Product·CP) ▲서로 다른 국가 두 곳에서 발급된 CPP 또는 미국 식품의약국(USFAD), 일본, 캐나다에서 발급된 CPP 등이다.

요르단 식품의약국 내 의약품 등록 부서로부터 제출 서류 심사를 거치면, 가격 책정 부서가 제품을 등록하고 가격 증명서를 발행하게 된다. 이때 심사 과정에서 기업이 누락한 문서가 있거나, 문서의 데이터가 부실할 시 승인이 거절될 수 있다. 승인이 거절되더라도 30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하면 재심사가 가능하다. 재심사 회의에는 요르단 식품의약국 관계자와 제약업계·약학계 출신 위원이 참석한다.

요르단의 성공적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요구된다. 마호메드 알 카와스마 상임컨설턴트는 ”소통 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올바른 방법으로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며, 할랄과 같은 특별한 지침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한국 기업을 심사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LG화학은 요르단의 심사 및 품질점검을 통과했으며, 휴온스는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SK플라즈마는 이집트·이란·터키에서 점검을 통과했다“고 선례를 나열했다. 

팽창하는 중국 시장

펑 타오 선임컨설턴트에 따르면, 중국 의약품 시장은 국내의 약 10배 규모다. 2017년 10월까지 중국의 의약제조업 총 수입은 2조5000억위안, 연간 성장률은 8%대로 집계됐다. 중국 국민의 수입 중 의약품 지출은 2008년 약 4.5%에서 지난해 6.8%까지 올랐다. 2003년 이후 중국 정부의 보건산업 분야 공공지출 가운데 약품 관련 지출의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중국 보건의료 산업계에서는 ‘정부만 잘 따라가면 중국의 의약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2015년 중국 국가약품관리감독국(NMPA)이 의약품 허가 규정을 대폭 손질함에 따라 기업의 신약 출시 부담이 경감됐기 때문이다. NMPA는 임상시험·약품 승인·출시 등 전 과정에서 심사를 간소화·신속화 하면서 의약품 출시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 1~2년까지 단축할 목표로 개혁을 추진 중이다. 펑 건설턴트는 이러한 개혁을 통해 중국 국가약검국약품심평센터(CED)에서 심사대기 중이던 품목은 1만6000건에서 1000건대까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발매되거나 생산된 신약의 수도 지난 2009년 2건에서 2018년 9건으로 증가했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은 감독자인 중국 NMPA, 사용자인 국가보건건강위원회, 국가의료보장국 등 3개 기관이 중국의 의약품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기관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 NMPA는 제도를 개선·운용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중요하지만 시장은 수요자가 이끌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아울러 중국 내 의약품 수요자의 변화가 역동적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펑 컨설턴트는 ”2006년 중국 내 주된 의약품 수요는 전염병이나 응급한 질병 등에서 비롯됐지만,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만성호흡질환·당뇨·고혈압·고지혈증에 대규모 수요가 생겼다“며 ”2010년부터 미용 분야와 예방검진이 부상했고, 2014년 이후로는 치매·면역질환·B형간염·희귀병·노인성질환에 대한 치료가 주목받으며 수요가 다각화 됐다“고 밝혔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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