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이끈 진단키트 ‘코로나19’ 꿰뚫어봤다

K-방역 이끈 진단키트 ‘코로나19’ 꿰뚫어봤다

병원체 농축으로 급속진단 한계 보완, 항체진단으로 무증상자 발견

기사승인 2020-05-19 16:37:12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전 세계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개발 키트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특성을 명확히 파악, 신속‧대량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9일 온라인으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0의 코로나19 특별세션에서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개발현황과 기업의 수출사례가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정확도 높인 ‘1시간 진단법’ 화제

세션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이들은 임채승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이정은 수젠텍 부사장,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다. 임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수젠텍은 항체신속진단키트를 개발했다. 바이오니아는 대용량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을 활용한 진단키트를 내놓은 바 있다. 

임 교수는 ‘병원체 농축’을 통해 급속진단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러 진단방법 중 ‘급속진단(RDT)’은 특별한 도구를 필요로 하지 않아 어느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예민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분자진단(PCR)’은 급속진단 대비 100배 이상의 높은 예민도와 특이도를 바탕으로 낮은 농도, 즉 잠복기 상태의 바이러스도 잡아낼 수 있다. 또 인간이 배양할 수 없는 바이러스도 잡아낼 수 있으며, 여러 병원체가 섞여있을 때에도 한 번의 검사로 검출이 가능하다. 방법이 복잡하고 비싼 기구와 훈련된 인력이 필요해 저개발 국가 등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검체 채취에서 결과 입력까지의 시간이 4~6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도 있다.

급성 항원진단이나 항체진단의 경우는 특별한 기구가 필요하지 않고 30분 내에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분자진단보다 예민도가 떨어진다. 임 교수는 예민도가 높은 기기를 사용하는 대신 처음부터 100배 농축된 검체를 이용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는 “고리매개등온 다중형광 분자진단법(multiplex Lamp)을 이용해 코로나19의 RdRp 유전자와 E 유전자를 동시에 검출하는 등온 유전자 증폭법을 개발했다. 여러 타겟을 잡을 수 있도록 디자인해 활용해보니 약 40분 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었고, PCR과 비교했을 때 예민도가 떨어지지 않고 동일하거나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의 고가장비 없이 62도를 유지할 수 있는 등온장치만 있으면 1시간 이내 원하는 타겟을 잡을 수 있다. 이 기술은 앞으로 발생할 신종감염병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정은 부사장은 항체신속진단법을 통해 무증상 감염자를 감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질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코로나19은 무증상 환자가 많고 전염 속도도 빨랐다. 미량의 바이러스로 팬데믹도 일으켰다”며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인 사스 때도 증상 등이 비슷하게 보고됐다. 바이러스 양이 적어 구할 수 있는 검체가 30% 미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 진단은 크게 바이러스 자체를 확인하는 방법과 항체를 찾는 방식이다. 전자는 대표적으로 분자진단법이 있고, 후자는 우리가 개발한 항체진단방식이다”라며 “처음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했을 때 검체채취가 어려울 수 있지만 항체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무조건 생긴다. 코로나19는 감염 후 3~5일이면 항체가 생기는 것으로 보고돼, 중국이나 미국 CDC도 항체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쉽고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분자진단검사법과 진단키트의 대량생산이 수출 성공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바이오니아의 대용량 RT-PCR장비는 일평균 5000테스트가 가능하다. 기존 검사의 10배가량이다.

그는 “PCR장비를 이용한 검진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면서 인력이나 시약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는 핵산 추출·증폭에 필수적인 효소를 비롯해 100여종의 원료물질을 자체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품질 제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사법도 1~2일이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다. 진단 기술이 없던 아프리카 가봉에서도 얼마 전 국내에서 5일간 트레이닝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갔다”며 “이외에도 카타르,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장비 등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변이, 재양성 잡는 진단키트 필요…“투자 강화해야”

이들은 바이러스 변이, 재양성 사례 등이 발생되는 코로나19의 특성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채승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PCR검사를 받은 환자 중 자가격리 기간이 끝난 후 증상이 나타나 다시 격리된 케이스가 200명 넘게 발생했다. 시약마다가 차이가 있어서 그런 건지, 타겟을 높여놔서 감염성이 있는 바이러스를 못 잡은 건지, 감염성이 없는 사멸된 바이러스를 찾은 건지 의문점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러스 변이가 생기면 예민도도 40%, 50%로 떨어질 수 있다”며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조기진단을 통한 조기격리가 가장 중요한다. 올 가을에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그 사이에 미비한 점을 보완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감도 진단검사를 통한 대량검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 등에서는 고감도 PCR검사 등의 개발에 투자를 많이 할 것”이라며 “코로나19는 공중위기상황을 국가가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전 세계가 경험한 케이스다. 우리나라도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면역시스템이 약해지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감염된 바이러스가 검출될 수도 있다. 허나 이는 추측일 뿐으로, 관련한 연구들을 지켜봐야 한다”며 “바이러스 변이 또한 빠르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진단업체는 그 보고들을 잘 체크하고 키트 업그레이드 시 추가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부사장은 “코로나19와 상황이 가장 비슷한 ‘사스’ 관련 논문을 많이 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 바이러스 특성을 발견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