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윤미향 이대로 품에 안고 가나?

민주당, 윤미향 이대로 품에 안고 가나?

최고위 공개발언서 의도적 배제… 비공개 발언서도 ‘쉬쉬’

기사승인 2020-05-20 11:32:07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윤미향 당선인과 출신단체인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운영문제가 일파만파다. 하지만 소속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도적으로 윤 당선인과 관련된 언급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민주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윤 당선인은 경기 안성쉼터 매입·매각 관련 의혹부터 본인의 2억원대 경매아파트 등 주택 구입자금 출처의혹 등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및 회계 문제,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안부 피해자 쉼터 격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관리인으로 뒀던 점 등의 논란에 쌓여 있다.

개인명의계좌로 기부금을 모은 문제, 해외사업 추진과정에서의 부실, 정의연에 대한 국고보조금 관련 국세청 공시누락, 행정안전부 등 관리기관 감사결과 등에 의한 경고조치 등도 속속 제기돼 밝혀지고 있다. 정의연과 윤 당선인의 부실한 해명도 논란을 키우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판단을 유보하며 말을 아끼는 모습만을 거듭했다. 당초 입장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20일 최고위원회에서도 윤미향 당선인 관련 언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사건’ 재조사 촉구 등 시선을 돌리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고(故) 한만호 씨(전 한신건영 대표)의 옥중 비망록 내용을 꺼내들어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 사법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 한 전 총리는 2년간 옥고를 치르고 지금도 고통 받는데, (재조사 없이) 넘어가면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고 재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검찰은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뇌물 혐의를 씌워 한 사람 인생을 무참하게 짓밟았다”며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야 하고, 그것이 검찰과 사법부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길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부처와 기관의 명예를, 법원은 사법부의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즉시 착수하길 바란다”고 사법개혁의 칼날을 세우며 사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해찬 당 대표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대표 역시 윤 당선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한 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코로나 국난 극복, 일하는 국회 개혁,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통상적인 언급만을 했을 뿐이다. 현안이라며 입장을 전한 것은 20일부터 시작된 등교수업 관련 방역문제와 5·18 민주화운동 관련 법 연내처리가 전부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최고위를 마친 후 윤 당선인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본인이 소명할 것들은 여러 방법으로 소명할 것으로 안다”며 “사실관계가 가장 중요하며 그것을 중심으로 문제를 처리할 방침”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만 했다. 이어 당내 기류에 대해서도 “당 내부 논란이나 이견이 많은 것이 아니다. 사안을 무겁고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만 전했다.

이와 관련 야당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미래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민주당의 최고위 발언이 알려진 후 “더불어민주당이 윤미향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에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사실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며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버티면 된다’는 식의 인식이요, 국민들의 인식과는 한참 동떨어진 판단”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윤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는 쉼터운영을 비롯해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으며, 국민들에게 분노와 실망감을 안겼다”며 “국민들이 항상 보고 있다는 마음으로 ‘어항 속에 산다는 마음을 가지자’던 이해찬 대표의 당부는 그저 자신들만의 어항 속에 살자는 뜻이었나 보다”고 민주당의 행태를 비꼬았다.

민생당 김형구 상근부대변인도 “윤 당선인의 어설픈 해명 때문에 각종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큰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 마당에 민주당 대표는 ‘지금 이 정도 사안을 가지고 심각하게 뭘 검토하고 그럴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상황을 좀 더 보자’는 식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집권여당 지도부의 인식인지 한심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여론의 눈치를 더 보고 좋아지면 대충 무마하겠다는 말로 들릴 뿐이다. 상대 정당에는 냉혹한 잣대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지만, 자신들에게만큼은 한없이 자애로운 운동권 세력 내 온정주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며 정의연에 대한 즉각적이고 투명한 회계조사, 윤 당선인의 사퇴, 민주당의 제명조치 등을 요구했다.

한편 미래통합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그 정도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대상 의정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함께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브리핑에 참석해 의혹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윤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이 어디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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