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신협 ‘여신구역 확대’ 둘러싼 저축은행 등 2금융 복잡한 속내

[기획] 신협 ‘여신구역 확대’ 둘러싼 저축은행 등 2금융 복잡한 속내

신협 ‘여신구역 확대’ 둘러싼 저축은행 등 2금융 복잡한 속내

기사승인 2020-05-22 05:00:00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금융위원회가 신용협동조합(신협)의 여신구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신협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에 상호금융조합과 저축은행업권 등 2금융권에서 신협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신협의 영업권역을 현행 시·군·구에서 전국 10개 광역시·도로 넓히는 개정안인 ‘신협법’을 보류시켰다. 금융업권 및 금융당국에서 신협법이 개정될 경우 타 상호금융조합과의 형평성 및 부실 발생 등의 우려를 제기했고, 법사위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금융위는 신협중앙회와 논의를 거쳐 신협의 여신부문을 확대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신협으로서는 숙원사업이던 여·수신 영업구역 광역화를 이루지 못했지만, 여신구역 확대로 인해 새마을금고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출 여력이 늘어날 전망이다.

◇신협법 시행령 개정…“여신 영업구역 확대로 금융소비자 이익 증대”

이전까지의 신협법 내에서는 영등포구에서 위치한 신협은 영등포구 내에서만 여수신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영등포구 신협 조합원이 용산구 신협에 대출을 신청한다면 비조합원으로 인식돼 대출한도가 차감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에 따라 신협은 수신영업 범위는 기존 그대로 유지하되, 여신영업 범위가 새마을금고와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됐다. 기존 신협의 영업구역은 기존 226개 시·군·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여신업무에 한해 새마을금고와 비슷한 수준인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충남 ▲강원 ▲충북 ▲전북 ▲제주 총 10개 구역으로 늘어나게 된다.

신협법 시행령 개정 및 시행은 약 6개월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신협중앙회와 합의를 통해 수신 부분은 그대로 두되, 여신의 경우 새마을금고 수준으로 확대해주는 것을 합의했다”라며 “개정안의 경우 6개월 뒤에 법 공포 예정이었으니, 시행령 개정도 최소한 그보다 늦지 않게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신협은 여러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대출을 제공하면서 수신잔액 대비 대출 비중이 낮았던 개별 법인들의 자산건전성도 상승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신협 관계자는 “현재 신협은 현행 신협법 하에서는 영업기반이 제한적이다 보니 성장에 어려움이 많았다”라며 “일반 시중은행보다 나은 금리와 함께 비과세 혜택 등으로 수신고는 꾸준히 늘어왔지만, 대출할 곳이 제한적이다 보니 NIM(순이자마진) 등 자산건전성 지적이 계속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출 영업 구역이 다양해지면서 양질의 대출 확보가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경쟁력 및 자산건전성 제고를 노릴 수 있게 됐다”라며 “이와 함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각 조합별 대출상품을 비교해서 선택할 수 있고, 다른 금융기관간 서비스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금융소비자의 편익도 함께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금융권 ‘기대 반 우려 반’…신협 ‘TF도입 등 지속발전방법 모색’

신협의 변화에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은 2금융권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기업대출·부동산대출을 비롯해 수행하는 금융업무가 성격이 다른 경우가 많아 큰 영향이 없지만, 상호금융조합이나 저축은행 등 개인고객 여수신이 주 업무인 2금융권은 신협의 영업구역 확대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상호금융조합 관계자는 “농협이나 수협과 같은 경제사업 기반 상호금융조합들은 조합원들이 해당 업종 종사자가 대부분이다 보니 금융소비자들이 모여 조합을 구성하는 신협과는 다른 면이 있다”라며 “신협의 영업구역 확대가 진행되더라도 농협이나 수협은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새마을금고의 경우 신협과 비슷하게 금융소비자들이 모여 법인을 구성하다 보니 신협의 영업구역 확대는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 새마을금고 지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대출상품을 비교할 수 있어 신협과 새마을금고 두 곳을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더 좋은 금리를 주는 곳을 따라갈 수 있게 된다”며 “새마을금고 각 법인들도 이를 의식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자산규모가 큰 법인과 작은 법인과의 경쟁이 새마을금고뿐 아니라 신협 내부에서도 일어날 것이고, 경쟁이 심화된다면 리스크가 높은 대출신청도 받아들이게 되면서 자산건전성이 되려 악화될 수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신협에서는 조합 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협 관계자는 “금융업계에서 제기한 신협 내 과다경쟁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시행령에 앞서 자산규모별로 선발한 TF팀을 통해 지속적인 논의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일례로 지난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조합간 ‘멘토-멘티’ 제도를 통해 협동조합 간 경영노하우 공유나 공동교육 및 홍보, 실무교육 등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시행령 이후 불거질 수 있는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저축은행업권에서도 신협의 여신구역 확대로 인해 고민이 늘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신협의 경우 조합원 비과세 혜택 등 이점이 많은 반면 저축은행은 비과세 혜택 없이 금리만으로 승부를 봐야 해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라며 “그나마 중·대형 저축은행들의 신협과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소형 지방저축은행들은 대출금리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신협과의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이 심화된다면 각 지역의 소규모 저축은행들은 고객 유치에 실패하면서 영업을 지속하기 힘들게 될 것이고, 지역 기반 서민금융시스템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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