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은 ‘코로나 블루’를 더욱 진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마음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비단 블루가 뜻하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만 있지 않다. ‘레드’, ‘그린’, ‘퍼플’도 있다. 다음의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R씨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소식에 운영하던 점포에 ‘중국인 입장 금지’라는 팻말을 내걸었다. 아시아인의 얼굴에 곰 퇴치용 스프레이를 뿌리는 일도 저질렀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위험한 동양인은 다 없애버려야 해. 어제는 소리를 크게 지르고 났더니 눈핏줄이 다 터져 버렸어. 혈압약을 먹어도 듣질 않네.’
G씨는 저녁 뉴스를 보고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짜증을 쏟아낸다. ‘아니, 가지 말라면 가지 말고. 모이지 말라면 모이지 말지. 도데체 이해할 수가 없네. 짜증나고 머리아파. 체기도 있고 메슥거리기까지 해.’ B씨는 코로나19로 위기가 있자, 사재기를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식료품과 마스크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원래 모임도 많지 않고 어디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바깥활동 못하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아. 그런데 집안에만 있으니 살만 찌고 다 귀찮아. 사람이 없는 저녁에라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 나가질 않으니 사둔 마스크도 그대로고….’
P씨는 이번일로 관련 유튜브 영상은 모두 섭렵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알아야 해. 그런데 정보가 너무 많으니 어떤 것이 진짜고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알 수가 없어. 생각을 너무 했더니 원래 안 되는 소화가 더 안 되어서 배가 아프고, 팔다리에 힘도 없어.’
경기연구원이 전국 17개 광역시도 15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다소 불안하거나 우울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5.7%에 달했다. 정도가 “매우 심하다”고 답한 비율도 1.8%였다.
한의학에서 우리 몸은 다섯 개 장기의 에너지 차이로 인해 위기상황에 직면했을 때 처음 생기는 마음의 방향이 약간씩 다르다고 설명한다. 비난과 공격, 미움과 혐오로 번지기도 하고, 질투와 시기, 집착과 잔인함으로 나가기도 한다. 혹은 후회의 낙담, 근심과 회피로 떨어지기도 하고, 무기력과 절망, 포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은 심리적인 문제만이 아니고 몸의 문제이기도 하다. 마치 그릇과 그 그릇에 담겨있는 물의 관계와 같다.
하지만 이렇게 기울어진 네 가지 장기로 인해서 나타나는 불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동적인 균형추 역할을 하는 장기가 있다. 바로 심장이다. 심장에게 그 역할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내 마음이 그러한 방향으로 갈 것을 미리 알면 된다.
그러면 P씨는 비난과 공격대신 타고난 카리스마로 용기와 격려를 줄 수 있으며, G씨는 자발성과 친절로 존경을 받을 수 있다. B씨는 타고난 헌신으로 협동을 책임감 있게 끝까지 해낼 수 있고, P씨는 이해와 통찰로 모두에게 깨달음을 맛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내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큰 의미에서 면역계와 신경계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눈다. 몸의 사이토카인과 호르몬의 흐름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즉, 면역계와 신경계의 활동은 오장육부가 하는 모든 활동으로 보여주며, 반대로 이들의 균형 상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면역과 신경계의 상황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자연 속에 있으며, 자연, 하늘과 땅을 먹는다. 하늘은 마음을 먹는 걸로 먹고, 땅은 동식물을 맛보는 것으로 먹는다. P씨에게는 비난과 혐오, 공격성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간을 보하는 모과차를 권하고 싶고, G씨에게는 열을 내리고 신장을 보할 수 있는 박하차나 구기자차를 선물하고 싶다. B씨는 칡차나 도라지차가 좋겠고, P씨에게는 홍삼이나 생강대추차를 따뜻하게 수시로 먹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음식으로 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그들의 생명력을 빌려 쓰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속의 동식물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고 있는 노력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그들의 힘을 빌려 쓸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 식치를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지혜 속에는, 빌려 썼다면 그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생태환경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마음까지도 포함돼있다.
최주리 창덕궁 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