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북경반점(1999)’과 상도덕(商道德)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북경반점(1999)’과 상도덕(商道德)

기사승인 2020-05-26 23:28:25

한국의 전통음식은 아니지만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음식의 대명사로 불리어지고 있는 짜장면(‘자장면’보다는 ‘짜장면’이 더 정감 있게 들리므로, 이하 짜장면으로 표기함.). 이 짜장면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 중 <북경반점(1999)>이 있다.

영화의 무대는 허름하지만 전통이 있는 중국음식점 ‘북경반점’. 어느 날 중국 산둥에서 양한국(김석훈)이라는 청년이 작은 춘장 단지 하나를 들고 찾아온다. 그는 북경반점 주인 한 사장(신구)의 어릴 때 친구 양재춘의 아들이다. 어린 시절 한 사장과 양재춘은 중국본토에서 정통 춘장제조법을 배워 최고의 중국집을 세우자고 약속하였다. 양한국은 한 사장에게서 요리법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러던 중 정통 춘장을 고집하는 한 사장 몰래 화학조미료를 쓰다 들킨 주방장(명계남)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기는커녕, 자신의 요리법 때문에 손님이 많이 왔다고 큰소리를 친 뒤, 다른 직원의 돈까지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충격을 받은 한 사장은 실어증에 걸리고 북경반점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양한국은 한사장의 딸 한미래(명세빈)와 함께 폐업위기에 처한 북경반점을 다시 일으키기로 하고 옛 식구들을 모아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나 짜장 맛은 북경반점이 최고라고 인정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종업원들의 끈끈한 정과 원칙을 지키기 위한 힘겨운 싸움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킴은 물론, 상인정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일깨워준다.

이 <북경반점>에서 양한국은 폐업위기에 놓인 인천의 북경반점을 되살리기 위해 기막힌 짜장면을 개발한다. “외상으로는 좋은 재료를 살 수 없어. 요리는 신선한 재료가 70%, 기술이 30%야. 처음에는 약한 불로 나중에는 강한 불로 10초쯤 데쳐야 해”라는 표현은 그의 노력의 결과를 잘 나타내준다. 이런 그의 자세는, 그가 진정한 상인이며, 상인이 지켜야 할 덕목인 ‘상도덕’(商道德)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인(商人)은 단순히 ‘이익을 얻기 위해 상품을 구입하여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일을 계속적으로 영위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소비자의 유익을 위해 자기의 전적인 책임과 위험 하에서 고객의 구매대리인으로서 존재하는 인격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상도덕(商道德)이란, ‘상업에 관여하는 사람들을 규제하는 최고의 규범으로서 그것은 상관습이나 법제도보다 상위에 있는 보다 광범하고 고차원적인 규율’이다. 상인간의 도리와 상인의 사회적 책임 외에도 상인은 고객과의 약속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상인의 목적이 돈을 많이 버는데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어떻게 벌었느냐가 더 중요하다. 부의 축적과정이 윤리적․도덕적으로 깨끗하다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칭송할 일이며, 이것이 생산에 재투자 될 때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상도덕은 ‘상인간의 의리이며, 구매자에 대한 친절과 신용’이다. 몽테뉴는 “명예로운 사람은 자기 양심을 잃기보다는 명예를 잃는 쪽을 택한다”고 하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 중의 하나는 ‘양심에 거리낌 없이 사는 것’이라 믿는다.

오늘은, 모처럼의 외식 날 집 근처에 있던 중국음식점에서 아버지께서 사주신 ‘짜장면’을 동생과 혀로 깨끗하게 핥아먹던 먹던 그때가 새삼 그립다.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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