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일컬어지는 한남3구역의 시공사 선정 총회가 불과 한 달도 안남은 상황에서, 입찰에 참여 중인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 3개 건설사가 고군분투 중이다. 이들 모두에게 해당 사업지 선점은 각 사의 실적에 있어 중요하다.
특히 올해 정비사업 실적이 예년보다 좋지 않은 GS건설과 대림산업의 경우 한남3구역은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GS건설은 앞서 일부 조합원을 상대로 한 금품·향응 등의 사건으로 조합원들의 눈총을 사고 있는 만큼 사업 진행의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건설도 마찬가지다. 비록 정비업계 선두를 달리고는 있지만 앞서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홍보자료 배포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대림산업, 클린수주 결과는=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예정 공사비만 1조8880억원에 달하는 재개발 최대 사업지다. 해당 사업은 한남동 686일대에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동, 아파트 5,816가구(임대 876가구 포함)와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3개사는 해당 사업지 수주권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곳에서 수주권을 따낸다면 주택실적이 크게 뛸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 건설사에게 주택사업은 ‘캐시 카우’다. 이 가운데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은 건설사 주택 수주 분야의 주력 프로젝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올해 1분기 공시에 따르면 전체 사업 영역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입찰 참여 건설사별로 각각 현대건설 42.3%, 대림산업 55.4%, GS건설 54% 수준이다.
대림산업은 나머지 2개사와 비교했을 때 주택사업 비중이 제일 크다. 하지만 올해 정비사업 수주잔고는 녹록치 못한 편이다. 현재까지 대림산업은 총 3건의 수주권을 따내 총 5387억원의 수주잔고를 기록했다. 앞서 2018년 10곳에서 2조2061억원의 수주잔고를 기록하며 정비업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지난해 5곳(9113억원)에 그치며 5위로 떨어진 바 있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한남3구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클린한 수주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실제 대림산업은 지난해 11월 한남3구역 1차 입찰이 무효화 된 이후 한남3구역 현장에서 가장 먼저 OS요원을 철수시킨 바 있다.
한남3구역 한 조합원은 “3개 건설사 중 상대적으로 가장 불미스러운 일이 적은 건설사”라며 “다만 선정 여부는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속 타는 GS건설=GS건설의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현황은 단 1곳에 불과하다. 지난 1월에 수주한 3297억원 규모의 한남하이츠 재건축사업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전무한 상황이다. 최근 ‘자이 텃밭’으로 일컬어지는 반포 지역 내 신반포21차 재건축에서도 포스코건설에 패하기도 했다.
지난해 정비사업 실적이 좋았던 만큼 올해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해 GS건설은 전국 총 6곳에서 8311가구 규모의 정비사업 수주권을 따낸 바 있다. 당시 총사업비는 1조 6915억원 가량이었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가 아직 남아 있지만 주요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상반기에 몰려있는 만큼 하반기에서의 반등은 어려울 거라 내다봤다. GS건설에게 한남3구역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다만 GS건설 관계자는 “수주실적을 단기간으로 따지기보다 2~3년가량을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누적 수주로 보면 올해 상반기에 조금 부진했어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한남3구역에 ‘자이 깃발’을 꼽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말 조합원을 상대로 한 금품·향응 사건 때문이다. 현재 GS건설은 한남3구역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고소당한 상태다. 도시주거환경정비법은 시공사 선정 계약체결과 관련해 금품·향응과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제공, 제공 의사 표시나 약속 행위 등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당시 쿠키뉴스의 단독보도를 통해 GS건설의 외주 홍보직원 2명이 지난해 11월 고소인의 아들에게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를 시공사 홍보 책자에 넣어 제공했을 뿐 아니라, 고가의 식사나 과일 바구니 등의 향응을 일부 조합원들에게 제공한 것을 지적했다.
당시 논란으로 일부 조합원은 GS건설로부터 돌아서기도 했다. 제보자는 “GS건설이 깨끗하게 사업에 임할 것으로 판단해 믿어 왔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고 나서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며 “일부 조합원은 저를 ‘관종’이라며 몰아세우는데 사건의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정비업계 1위 타이틀이 목전에=현대건설은 수주잔고로는 현재 10대 건설사 중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건수로만 비교했을 때는 총 8건으로 가장 많은 실적을 달성한 상태다. 수주액도 1위 롯데건설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대건설은 최근 부산과 대구에서 수주권을 확보해 롯데건설과 500억원 가량 차이밖에 나지 않게 됐다.
여기에 한남3구역에서까지 수주권을 따낸다면 올해는 그야말로 현대건설의 해가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이는 현대건설의 내부 수익성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 현대건설의 올해 1분기 주택사업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에 비해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매출총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 줄었다.
하지만 한남3구역에서의 수주권 확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건설도 GS건설과 마찬가지로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눈총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건설은 입찰 건설사 및 조합 등과 맺은 약속을 어기고 언론사에 한남3구역 입찰 관련 자료를 배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관련 자료에는 총공사비, 이주비 지원 방안, 분담금 납부 방식, 단지 내 상업시설 활용 방안 등이 담겨 있었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지난 25일 조합에 공문을 보내 현대건설의 보도자료 배포에 대한 위반 소지를 철저히 검토해 조치할 것을 지시했고, 조합은 논의를 거쳐 현대건설에 경고를 주기로 결정했다.
또 조합원을 상대로 한 마스크 배포 논란도 있었다. 당시 쿠키뉴스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진 상황에서 조합원들에게 마스크를 배포한 바 있다. 현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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