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하십니까] 아동학대, 근절은 불가능한가…'천안 가방 학대' 엄벌 청원

[동의하십니까] 아동학대, 근절은 불가능한가…'천안 가방 학대' 엄벌 청원

기사승인 2020-06-09 07:10:00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여행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다가 숨진 9살 소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숨진 아동의 친부를 소환해 조사하기로 한 건데요. 경찰은 아동학대 행위를 알고도 방조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입니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지난 1일 오후 7시25분, 119에 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수화기 너머 “아들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호소에 구급대원들은 천안 서북구로 다급하게 출동했지만, 상황은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었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초등학생 A군. 가로 44㎝·세로 60㎝ 크기의 여행용 가방 안에 갇혀있던 A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후인 4일 안타깝게 숨을 거뒀습니다. 사인은 다장기부전증으로 인한 심폐정지로 추정됩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A군 친부의 동거녀 B(43)씨입니다. 의붓어머니이기도 한 B씨는 7시간 넘게 A군을 가방에 가둬놓는 학대를 저질렀는데요. 그는 A군이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가게 하거나 가방 속에 A군을 두고 3시간가량 외출을 하는 등 악행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게임기를 고장 내고도 거짓말해 훈육 차원에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한 B씨. 경찰은 B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하고, 장기간 학대가 있었는지 등도 함께 조사 중입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청원 글이 게재됐습니다. 6일 청원인은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아이를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며 “아이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한 채 7시간 동안 홀로 가방에 있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왜 반복되는지, 왜 아직 이를 막을 효과적인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 않은지 답답하다”면서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습니다. 해당 청원은 8일 오후 8시30분 기준 5만4299명이 동의 서명한 상태입니다. 

그동안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아동학대 관련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어린이집 원장이 CCTV 사각지대인 화장실에 아들을 가두고 성폭행을 저질렀다’ ‘몸을 꼬집는 등 9살 아동을 상습 학대한 담임교사를 고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스트레스로 3살 원생의 뺨을 때린 어린이집 원장을 처벌해달라’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충격적이고 참담한 내용이죠. 천안 사건이 해결되기도 전에 경남 창녕에서 계부가 프라이팬으로 의붓딸의 손을 지진 사건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아동학대 청원이 올라올 때마다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지만, 결국 근본적인 해결 없이 새로운 사건들로 갱신되는 모양새입니다. 

정말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은 없는 것일까요. 아동학대 처벌법 강화 이외에도 지속적인 아동학대 예방 교육, 아동 인격권에 대한 인식 제고, 학대 의심 정황 상태에서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사회 시스템이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아동학대를 근절하는 첫걸음은 아동에 대한 관심’이라는 이야기가 오늘따라 공허하게 들립니다.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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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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