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태구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던진 ‘기본소득’ 논의에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주요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와 관련 김 위원장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했기도 했다. 또한 민주당 차기 당권후보로 분류되는 이낙연 전 총리와 김부겸 전 의원도 논의에 가세하고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는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아직 이르다”며 선을 그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전국민고용보험제를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를 주장하며 이 지사를 견제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과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 성남시장 시절부터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해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9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9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이슈를 선점해버렸다”면서 “기본소득을 진보적 복지 정책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데 원래는 보수 정치집단에서 ‘복지 정책은 너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니 현금으로 지급하면 경기 순환에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겠냐’ 이래서 나온 정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것을 복지 정책으로 보면 안 된다. 이번에도 기본소득을 보고 이걸 경제정책이라는 측면에서 간파, 피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순간 선점했다. (김 위원장이) 반은 움켜쥐었다”라며 “(기본소득을 놓고 찬반토론을) 김 위원장도 괜찮고 김세연 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한번 어떨까”라고 밝혔다.
이같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 주장에 당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당내 176명의 의원 전원이 SNS 커뮤티니에서 ‘이재명식 기본소득’에 대해 “우파적 기획에 함몰됐다”면서 “이 지사는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보좌파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불평등 완화 대신에 경제 활성화, 경제 성장이라는 우파적 기획에 함몰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소득 보다 ‘전국민고용보험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여전히 선별복지와 사회투자가 답이다”며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국민취업제도, 전국민고용보험제가 바로 사회투자의 확대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이 지적한 ‘전국민고용보험제’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 등 여권 인사들이 지지하는 복지 시스템이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이지사를 겨냥해 “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 국민 고용보험이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며 “24조원의 예산이 있다고 하면 기본소득은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 똑같이 월 5만원씩, 1년에 60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반면 전 국민 고용보험은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1년 기준 12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사회안전망은 고용안전망 구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1차 고용안전망인 고용보험의 혜택을 넓혀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하고,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면서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를 ‘전국민고용보험제’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본소득과 전국고용보험제 관련 논의는 어민주당 차기 당권 주자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 그에 관한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며 기본소득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김부겸 전 의원은 “전국민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강화 없는 기본소득은 본말전도다. 고용보험 확대라는 사회적 합의 틀 위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진지한 논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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