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년째 수가 협상 결렬… 협상력도, 투쟁력도 없는 의협

[기자수첩] 3년째 수가 협상 결렬… 협상력도, 투쟁력도 없는 의협

기사승인 2020-06-11 01:00:00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의원급의료기관의 2021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이 결렬됐다. 3년 연속이다. 

수가란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는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의 합계를 말한다. 의원급의료기관에서는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서 적정한 수가 인상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번에 대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4% 인상안을 제시받았지만 거절했다. 

수가 협상에 나선 의협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폭증,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례없는 의원급의료기관 경영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결렬되고 말았다. 이번 협상에서 의협은 일선 의료현장의 경영 악화에 대한 객관적인 통계 자료를 마련해 구체적으로 분석해 전달했지만, 생존을 위한 현실을 외면하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가 제안됐다”고 밝혔다.

최대집 의협 회장의 임기 이후 세 번의 수가 협상은 전부 결렬됐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일컫는 ‘문재인 케어’를 막아낼 적임자라고 밝히며 흉내만 내는 투쟁이 아닌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투쟁을 전개하겠다던 최 회장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수가협상을 제외하고도 다른 의료계 현안에서도 정부와의 마찰은 있지만, 결국 끌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대 정원 확대와 비대면진료(원격의료)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의대 정원 확대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정부에서 원격의료 강행 시 극단적 투쟁으로 나아가겠다”고 경고했지만, 막아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의협의 파트너인 대한병원협회가 ‘원칙적 찬성’의 입장을 나타내 의료계의 목소리도 한 곳으로 뭉쳐지지 않고 있다.

‘의료를 멈춰 의료를 살리겠다’는 구호로 강한 투쟁력을 자신하며 꾸준히 의료계 집단행동을 계속 예고했지만, 실익은 크지 않다. 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가 예고한 상복부 초음파 예비급여 고시를 철회하지 않으면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한 뒤로 꾸준히 자신의 SNS와 의협 성명서를 통해 ‘투쟁’, ‘단체 행동’, ‘파업’ 등의 단어를 사용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다. 

지난해 3월에는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를 구성해 투쟁을 위한 투쟁이 아닌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행동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의협 내부에서 ‘집행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탄압하고 면피용 투쟁 코스프레로 일관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지난해 9월을 마지막으로 의쟁투의 활동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던 의협은 이제 정부를 향해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그들은 코로나19 사태에서 환자의 치료를 위해 헌신적 노력을 아끼지 않은 의료인이 실망하고 상처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한다.

‘의사가 행복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라는 이번 40대 의협 집행부의 목표가 정부와 충분한 협상을 통해 이뤄지길 바란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환경이 좋아야 의료 서비스를 받는 국민도 안심할 수 있다. 공허하게 외치는 ‘투쟁’이 아닌 실익을 얻어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노력한 의사들의 노고가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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