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주인은 중국인가, 홍콩인인가

홍콩의 주인은 중국인가, 홍콩인인가

[김양균의 현장보고] 도전받는 ‘원 차이나’… 브로큰시티⑦

기사승인 2020-06-11 00:13:05

홍콩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난 2014년 우산혁명부터 작년 범죄인 인도조약(송환법) 반대 운동을 거쳐 현재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반대 저항에 이르기까지 고작 1100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한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처절한 저항과 이를 제압하려는 폭력. 그리고 굴복하지 않는 시민들의 절규와 같은 함성. 자욱한 최루가스 속에서 이 모든 비극이 말하는 본질적 의문은 하나다. 홍콩의 주인은 누구인가. 홍콩은 누구의 것인가. 홍콩은 고작 중국의 수많은 영토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가. 

[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변하지 않는 사실은 홍콩이 중국의 영토라는 점이다. 홍콩보다 먼저 중국에 고개를 굽힌 마카오가 2008년 제정한 국가보안법에 왜 홍콩인들은 그토록 반대하는 걸까.   

2003년 홍콩 정부는 국가안전법 제정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법안에는 국가 전복 시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 반환 당시 중국 정부는 홍콩 기본법 안에 이런 법 제정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포함시켰고, 이것이 실제가 될 상황이 되자 홍콩인 5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결국 친중파 의원들마저 부담을 느껴 입법 취소에 동의했다. 

현재의 상황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중국은 지난달 28일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초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세부법령 마련에 착수하고 있다. 전인대에서 법 제정이 진행된 것은 베이징의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반증한다. 전인대에서 홍콩 관련 법을 통과시킨 것이 처음이라는 점도 이례적이지만, 초안의 내용도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법 초안의 골자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반역·내란선동·국가 분열·국가 전복·테러리즘 등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했으며,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간섭 금지와 함께 홍콩에 보안법 집행기관 설치 등도 명문화시켰다. 그리고 홍콩 경찰은 이를 위한 조직 구성에 착수한 상태다. 

홍콩을 반환받으며 중국이 내세운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 즉 ‘일국양제’(One Country two systems)를 선언한 배경은 홍콩의 중국 일체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보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각국 자본이 중국의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영국과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의 중국에 대한 견제의 마지노선이 홍콩이라는 점도 유예기간 설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중국 반환 이후 홍콩의 금융 허브로의 역할은 인근의 선전으로, 최근에는 마카오로 이동하고 있다. 일국양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과정에서 급격히 붕괴됐다. 사실 중국이 일국양제를 조기에 끝내고 중국 일체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최근 들어 홍콩인들의 집단적 저항과 서방세계의 개입에 골치가 아픈 베이징은 더 이상 일국양제를 유지하고픈 생각이 없다. 

홍콩내 주요 재벌과 금융가의 큰 손 등 사회 지도층 인사 상당수는 중국 정부를 의식해 속속 홍콩보안법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대표적 친중인사인 영화배우 청룽은 문화예술계 인사 2600여명과 함께 지지 성명을 내놓았다. 성명의 한 구절은 이렇다. “국가안보 수호가 홍콩에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홍콩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여 중국내 일개 성과 다를 바 없어진다는 두려움은 홍콩인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이를 반증하는 것은 대만이나 싱가포르로의 ‘탈출’에 가까운 이민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의 자본도 속속 빠져나가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개의치 않는다.  

이민을 갈 여력이 없는 청년층을 비롯한 대다수 서민들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순응하거나 저항하거나. 저항을 택한 이들은 홍콩보안법이 개인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굴복할 생각이 없다. 이들은 ▲홍콩 기본법 위반 ▲홍콩인 인권·자유 침해 ▲일국양제 침해 등을 들어 법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실제 홍콩인이 느끼는 공포의 크기는 앞선 이유보다 더욱 크다. 의사표현만으로도, 홍콩지도자에 대한 비판이나 시위 단순가담자나 방관자도 처벌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홍콩보안법이 광범위하게 홍콩인의 족쇄를 채우는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의 이유 중 하나다. 초안은 중국에 반대하는 홍콩인뿐만 아니라 언론과 인터넷의 자유 등 대다수 홍콩내 거주민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를 내포한다. 특히 홍콩내 개인과 단체가 경찰의 폭력을 해외 시민사회단체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외국과의 연계’를 이유로 처벌이 가능해진다는 점은 ‘홍콩보안법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홍콩의 민주화 인사들은 위협받는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멸 위기를 막아줄 것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지자, 호소는 사회관계망으로, 또한 화상 인터뷰의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여러 번 조슈아 웡 홍콩 데모시스토당 사무총장과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조슈아 웡이 홍콩 사태에 침묵하는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느니,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비하했다는 등 해당 언론의 입맛에 맞게 말을 바꾼 것에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 조슈아 웡은 한국 언론에 실망감을 표했다. 

홍콩의 주인은 누구인가

1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내 국회의원 중 처음으로 조슈아 웡 사무총장과 네이선 로 당주석과 화상 대담을 진행했다. 앞선 2일 류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중국 정부 공권력의 압제에 맞선 홍콩 시민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무한한 존경을 표한다”는 발언을 조슈아 웡 사무총장이 공유하면서 이들의 만남은 화상대담으로까지 이어졌다. 한편으로 이는 그만큼 홍콩 상황이 급박함을 반증한다. 

참고로 조슈아 웡 사무총장은 17세 때부터 학생 단체를 설립, 홍콩 학생 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전면에 나서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가 홍콩의 대표적 민주인사로 두각을 나타낸 계기는 2014년의 일명 ‘우산혁명’을 주도하면서부터다. 타임지는 그를 ‘2014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고, 2017년에는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지명됐다. 네이선 로 당주석은 홍콩 입법회(우리나라의 국회) 최연소 의원 출신이다. 그러나 홍콩 고등법원에 의해 당선이 무효로 판정,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외적으로는 주목을 받지만, 홍콩 내에서 이들의 처지는 그리 녹록치 않다. 상시적인 체포와 구금, 감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기소된 홍콩인은 9000여명. 조슈아 웡 사무총장은 9일부터 구금돼 있어 도심에 집결한 100만 명의 시위대를 목도하지 못했다고 했다. 네이선 로 당주석은 지난 일 년 동안 시민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이렇게 말했다. “경찰의 폭력에 눈을 다치는 등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홍콩인들은 홍콩보안법을 왜 제정하려는지 알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중국이) 죄를 덧씌울 것이란 우려는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네이선 로) “중국 당국의 목적은 우리 죄를 묻겠다는 겁니다. 오늘의 화상대담도 국가 전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홍콩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때문에 모든 나라가 제정에 반대하길 바랍니다.”(조슈아 웡) 

대담은 원활치 않았다. 자주 연결이 끊어져 결국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대화를 이어가야만 했다. 대담이 끝나자 현장에 모여 있던 취재진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박수를 쳤다. 자리를 파하기 전 류 의원에게 물었다. “우리 정부가 홍콩 사태에 어떤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보나요?” 류 의원은 경제적 득실과 민주주의의 가치 모두를 지키는 것이 정치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하죠. 정치는 경제적 이익이나 인접 국가와의 관계와 동시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것일 겁니다. 많은 이들이 홍콩의 어려움에 대한 발언을 쉽사리 하지 못하지만, 홍콩 시민들이 전 세계에 연대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대답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부터 홍콩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 지난해 수차례의 홍콩 현지 취재에서 기자는 경찰의 위압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목격했다. 위협의 정도는 주관적이겠지만, 폭력의 강도는 피점령지 주민인 팔레스타인인을 제압하는 이스라엘 군인들에 못지않다고 느꼈다. 

현재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대다수 홍콩인들은 막다른 길에 몰려있다. 대담이 이뤄진 이날 공교롭게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6·10 민주화항쟁 기념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6·10민주항쟁은 국민들이 만든 승리의 역사”이며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홍콩은 누구의 것인가. 우리는 그리고 세계는 이들에게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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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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