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의 명클리닉] 바람만 스쳐도 몹시 아픈 삼차신경통과 대상포진 치료 전문가

[글로벌 명의 명클리닉] 바람만 스쳐도 몹시 아픈 삼차신경통과 대상포진 치료 전문가

기사승인 2020-06-19 13:00:00

#‘통증의 왕’ 대상포진, 치료시기 놓치면 완치 불가능한 신경통으로 진행
#특정 부위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고 피부발진 나타나면 대상포진 의심
#면역력 약할 때, 잠자던 수두바이러스 활동 재개하면서 발병
바람만 스쳐도 ‘악’ 소리 난다는 삼차신경통, 치통으로 오인 발치하는 경우도
#뺨을 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극심한 안면부 통증

김찬병원 김나영 진료과장(신경외과)이 삼차신경통 환자의 뇌신경에 알코올 신경차단술을 시술하고 있다. 김찬병원 제공

[쿠키뉴스] 이기수 기자 = 흔히 통증은 우리 몸 안에 질병이 생겼음을 알리는 경고등이라고 한다. 두통, 요통, 복통, 관절통 치통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을 수반하는 병은 무엇일까. 여성들은 산통(분만통)이라고 하지만,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은 그 보다 훨씬 더 센, 극강의 통증이 있다고 전한다.

바로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에 늘어나는 ‘포진 후 신경통’과 바람만 스쳐도 전기에 감전된 듯 극심한 통증을 발작적으로 느껴 몸서리를 치게 된다는 ‘삼차신경통’이다. 속칭 통증의 왕,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난치성 통증들이다.

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 치료 후에도 계속되는 신경통, 삼차신경통은 얼굴 부위에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고 잠잠해지기를 반복해 거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 및 치료의 필요성이 큰 난치성 통증질환들이다.

경기도 수원시 김찬병원 김나영 진료과장(신경외과 전문의)는 21일 “발병 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무척 심하고 치료도 까다로우므로 가능한 한 초기에 임상경험이 많은 병원을 찾는 것이 고통과 후유증을 줄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김 과장의 도움말로 대상포진과 포진 후 신경통, 삼차신경통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해야 통증을 조기에 진압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대상포진은 왜 생기나?
“대상포진의 원인은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로 2~10세 아이에게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어릴 때 수두를 앓고 나면 이 바이러스가 신경세포에 잠복하게 되는데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을 재개해 신경 주변으로 퍼지면서 염증을 일으킨다.

대상포진은 연중 어느 때라도 신체 저항력이 떨어지면 나타날 수 있는데 특히 스트레스가 심해 신체 건강이 나빠지거나 신체리듬이 깨지기 쉬운 환절기에 많이 나타난다.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벌어질 정도로 기온 변화가 심하고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워서다. 대상포진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등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주로 나타난다.

어릴 적 수두에 걸린 수두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수두가 낳은 후 이 바이러스는 신경절로 이동해 잠복하게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슬그머니 기어 나와 활동을 재개,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발병 시 증상은?
“먼저 통증이 느껴진 후, 피부에 붉은 반점이 신경계를 따라 띠 모양으로 떼 지어 나타나면 대상포진을 의심해야 한다.

초기 증상은 얼핏 보기에 감기나 신경통과 비슷하다. 특징적인 피부 발진(물집)이 생기기 전까지는 온몸이 쑤시고 몸살에 걸린 것처럼 아프기만 하다. 속이 메스껍거나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기도 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특정 부위에 집중되며 며칠 뒤 반점과 물집이 잡히기 시작한다.

또, 몸의 한쪽 부위에만 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바이러스가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한 가닥씩 나와 있는 신경 줄기를 따라 퍼지기 때문이다. 대상상포진에 의한 통증을 목디스크나 허리디스크로 오인할 정도다. 일반적으로는 통증이 가슴과 허리, 팔, 얼굴 순으로 많이 나타난다.

피부 발진이 나타나기 전이라면 통증의 양상과 통증이 나타난 위치를 정확하게 체크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피부 반점과 물집은 심한 통증이 먼저 오고 3~10일이 지난 다음에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집은 처음에는 드문드문 나타나다가 점차 서로 뭉치면서 띠 모양을 이룬다. 발병 2~3주가 지나면 물집과 통증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치료는 어떻게?
“대상포진은 어떻게든 가능한 한 발병초기에 진단, 적절한 치료를 통해 난치성 ‘포진 후 신경통’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것이 관건이다. 치료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한다.

물론 띠 모양의 피부 발진과 물집이 나타나면 바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물집 발생 후 3일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피부 반점과 물집이 금세 가라앉고 통증이 완화될 뿐만 아니라 포진 후 신경통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대상포진에 나타나는 통증은 매우 심해서 많은 환자들이 수면장애와 이유 모를 피로감, 우울증을 호소한다. 따라서 초기에는 통증을 줄여주는 진통제와 함께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도 사용된다.

치료 중에는 절대 안정과 휴식을 취하고 되도록 찬바람을 쐬지 말아야 한다. 목욕을 할 때는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닦아주도록 한다. 만약 부주의로 물집이 터져서 생긴 상처는 자극성이 강한 반창고를 붙이기보다는 항생제가 포함된 거즈로 보호해주는 게 좋다.”

-포진 후 신경통을 막을 방법은?
“대상포진은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포진 후 신경통이란 대상포진이 치료된 후에도 수주나 수개월, 혹은 수년간 신경통이 계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젊은 사람도 초기에 치료를 빨리 받지 않으면 수주일 또는 한 달 이상 이 신경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기력이 쇠약한 노인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대상포진을 완벽하게 예방하는 약이나 방법은 없다. 발생 초기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진통제, 스테로이드제로 병용하는 게 전부다. 포진 후 신경통 대책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포진 후 신경통은 짧게는 수일, 길게는 1년 가까이 지속된다. 이 때문에 우울증이나 자괴감과 같은 정신적인 합병증을 동반하는 환자도 상당수가 생긴다. 치료하는 의사나 환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도 ‘언제 통증이 사라질 것인가’이다.

신경통의 정도나 느낌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간지러운 것처럼 강도가 심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찌릿하거나 피부가 찢어질 것 같고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심하게는 옷깃만 스쳐도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 초기 물집 등 피부 증상이 심할수록, 처음부터 통증 강도가 셀수록 치료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신경통이 지속될 확률이 높다.

이때는 진통제 등의 단순 약물치료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경근 주사 및 말초신경 주사 등과 같은 특수 치료로 통증을 조절해주게 된다.”

-예방수칙은?
“대상포진은 면역력 저하가 원인인 만큼 무엇보다도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과음, 과식, 과로를 피하고 정기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적절히 해소하도록 하자.

대상포진은 수두에 비해서는 전염성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는 사람, 어린이, 노인 등 노약자는 환자의 상처에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평소 손을 깨끗이 씻어 세균이 내 몸을 공격하지 못하게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70세 이상 고령층은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찬병원 김찬(왼쪽 두번째), 김나영(오른쪽) 박사팀이 삼차신경차단술을 시술하고 있다. 김찬병원 제공

-삼차신경통은 어떤 병인가?
“우리 얼굴에는 표정 근육을 움직이는 안면신경 외에 세 줄기 신경이 더 있다. 양쪽 귀 뒤쪽에서 뻗어 나와서 이마(1)와 광대뼈(2), 턱(3) 쪽으로 각각 발달한 삼차신경이다. 얼굴의 감각을 지배하는 뇌신경계다. 여기에 이상이 생겨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삼차신경통이다.

원인의 95% 이상은 주위의 뇌혈관이 어떤 이유로 삼차신경을 압박, 자극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증은 압박 자극 또는 손상된 신경 가지에 따라 이마와 광대뼈, 턱 쪽으로 나뉘어 나타난다. 턱 쪽으로 발달한 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치통으로 오인, 멀쩡한 생니를 뽑는 사고를 겪기도 한다.”

-증상은?
“어느 경우든 공통적으로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 강한 아픔’이 수초 또는 수 분간 발생했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한다.

여성 환자의 경우 분만통보다 더 심한 통증이 얼굴에 나타났다고 표현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보이는데, 순간적으로 턱과 어금니 쪽에 살을 에이는 통증이 발생하거나 뺨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면 일단 삼차신경통을 의심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강한 통증이 발작적으로 시작돼 일정 시간 지속되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발생빈도와 강도가 점점 심해진다는 점이다. 보통 세수를 할 때나 식사 중에 통증이 오는데, 얼굴 한쪽을 칼로 도려내는 느낌 또는 전기에 감전된 듯 순간적으로 짧은 통증이 왔다 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심한 경우 얼굴에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마치 감전된 것처럼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거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조심해야 될 계층과 치료는 어떻게?

김찬병원 김나영 진료과장(신경외과 전문의)이 삼차신경차단술을 시술하고 있다. 김찬병원 제공

“삼차신경통은 주로 중년기에 발생한다. 노화 현상으로 두꺼워진 뇌혈관이 삼차신경을 압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뇌가 위축되고 신경과 혈관 사이의 해부학적 구조가 변하게 되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드물게 다발성 경화증이 있거나 뇌종양, 뇌혈관 기형이 신경과 신경뿌리 진입부를 압박하여 삼차신경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삼차신경통이 의심되면 뇌혈관사진을 반드시 찍어봐야 한다. 혹시 치명적인 뇌종양이나 뇌동맥류가 원인일 수도 있어서다.

삼차신경통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방법은 미세혈관 감압술이라는 수술적 치료이다. 95% 이상에서 치료효과 있고, 안면감각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재발을 잘하고 수술 후에도 약물 복용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은 단점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알콜이나 글리세롤을 사용한 삼차신경  파괴술과 같은 최소상처 시술이다. 전신마취나 수술을 피할 수있고 시술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술 후 안면감각이상 같은 부작용이 25% 정도 발생하고, 안면감각이 저하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수술로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 이차적으로 시행 가능하다. 

elgis@kukinews.com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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