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제대로 못 트는데 체온은 오르고…폭염에 학교 ‘진땀’

에어컨 제대로 못 트는데 체온은 오르고…폭염에 학교 ‘진땀’

기사승인 2020-06-17 06:05:00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진을 빼고 있는 학교가 폭염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무더위로 인해 등굣길 혹은 점심 시간 전 발열 검사에서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측정되는 학생들이 잇따르고 있다. 37.5도 이상의 발열은 코로나19 의심 증상 중 하나다. 

낮 최고기온 서울 31도를 기록한 16일 오전. 이날 서울 은평구 한 초등학교 교문에는 등교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모여들었다. 이른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볕으로 밖에 십 여분 정도 서 있자 뒤통수가 금세 달궈졌다. “잘 다녀와!” 자녀와 작별인사를 나눈 뒤에도 학부모들은 교문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부모는 자녀가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돌아섰다.

발열 체크에서 혹시라도 체온이 높게 나올까 조마조마하던 학부모들은 날씨가 더워지자 더 불안한 모습이었다. 한 학부모는 “내가 다 긴장이 된다”면서 초조해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모(38·여)씨는 “원래 기초체온이 높은 아이인데 날씨 영향인지 전날 37.6도가 나와서 놀랐다”며 “이날도 혹시 높게 나올까 봐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것은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방역 당국 매뉴얼에 따르면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측정되면 집에 돌려보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더운 날씨 탓에 학생들의 체온이 평균적으로 높게 나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방역 전문가가 아닌 일선 교사들이 코로나19 의심 증상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학교 차원에서 그늘에서 좀 쉬게 하거나 물을 마시게 한 뒤 다시 체온을 측정하는 식으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 그런데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는 학생은 집에 돌려보내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서울 소재 한 초등학교 저학년 교사 임모(29·여)씨는 “아침 교문이 열리는 시간이 오전 8시30분인데 좀 일찍 등교해서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학생들이 있다”면서 “이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하면 검사하면 체온이 37.5도를 훌쩍 넘어 깜짝 놀랐다. 더운 날씨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십여 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체온을 잰다”고 설명했다. 

더위를 쫓기 위해 에어컨을 가동하려 해도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7일 생활 속 거리 두기 세부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으나 2시간에 1번 환기를 해야 하고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약하게 틀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방역 당국은 선풍기를 동시에 켜면 공기 중 있을지도 모르는 바이러스 비말(침방울)이 계속 떠다닐 가능성이 있다며 에어컨과 선풍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건 자제를 요청했다.

에어컨 가동과 관련한 지침이 수차례 바뀌면서 감염병 관련 대응이 익숙하지 않은 학교 관계자들의 혼란을 가중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정부는 비말 확산 위험이 있다면서 교실 내 에어컨 가동을 금지했다. 이후 창문을 3분의 1 정도 연 상태에서 에어컨을 사용하라고 안내했다. 여름이 다가오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또다시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한 현직 교사는 교실이 단열이 잘 안되다 보니 에어컨을 틀어도 역부족이다. 고층에 있는 학생들은 점심 먹기 전 발열체크에서 체온이 높게 나타나 자주 걸린다”면서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도 된다는 지침이 내려오긴 했지만 정말 괜찮은 건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보건 교사들은 날씨가 더워진 이후 혼선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배정옥 전국보건교사노조 위원장은 “여름이 시작된 뒤 특별히 건강 이상이 없어도 체온이 높게 측정되는 학생들이 많다”며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역 당국에 전화를 해봐도 항상 통화 중이다.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듣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창문을 열고 에어컨을 틀다보니 바람 세기를 ‘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자리가 고정 돼있다 보니 냉방병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간혹 있다”면서 “그런데 냉방병 증상이 두통, 오한 등 코로나19와 비슷한 점이 많아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엄민용 교사노조연맹 대변인은 “학교에서는 일과 중 학생들의 체온을 일일이 잴 수 없어 열화상카메라를 믿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아이들이 체육 수업 등 야외 활동을 마치고 들어올 때 카메라에서 쉴새없이 사이렌 소리가 나고 난리가 난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기온이 높아지면 열화상카메라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높다”고 말했다.

또 “에어컨을 틀 때 바람이 직접 피부에 닿지 않아야 한다거나 창문을 2시간마다 한 번씩 열어야 한다는 지침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변화된 날씨와 지역별 상황에 맞게 방역 지침을 각 학교가 어느정도 재량껏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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