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감기가 필요해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 [볼까말까]

빨리감기가 필요해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 [볼까말까]

빨리감기가 필요해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

기사승인 2020-06-21 08:00: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53분. 20일 처음 방송한 MBC 예능 프로그램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이하 백파더)에서 전기밥솥에 밥을 안치고 계란 후라이를 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요리의 이응도 모르는 ‘요린이’(요리와 어린이의 합성어, 요리초보)의 눈높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이끌었기 때문인데, 이렇게 친절하지만 느린 진행이 예능적 재미도 안겨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백파더’는 요식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백종원이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요리 프로그램이다. 요리 초보 시청자 50여명과 화상으로 소통하며 실시간으로 요리법을 가르쳐준다. 이날 메뉴는 밥과 계란 후라이. 올리브 채널에서 비슷한 형식으로 선보이는 ‘집쿡라이브’가 바지락 짬뽕과 오징어 볶음밥 등 특식 요리법을 소개하는 것과 달리, ‘백파더’는 생활밀착형 메뉴를 주무기로 내세운다. 백종원과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식재료 소비를 촉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어려움에 부닥친 전국의 농가들을 돕겠다는 포부다.

수업은 쌀 계량부터 시작해 쌀 씻기, 물 조절하기, 밥 안치기 등으로 이어진다. 중간중간 화상 연결한 시청자에게 ‘불린 쌀로 밥을 할 땐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나’ ‘찰보리로 밥을 지을 땐 얼마나 오래 안쳐야 하나’ 등의 질문을 받아 답해주기도 하고, “쌀뜨물이 필요하면 세 번째 물을 받아놓는 것이 좋다”는 요리 ‘꿀팁’도 전수받을 수 있다. 다만 요리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뭘 이런 것까지 다 알려주나’ 싶은 내용이 한참 이어지기도 하고, 정작 중요한 순간엔 “대충” “알아서” 계량하라는 설명에 ‘멘붕’이 오기도 한다. 요리 초보들에게 가장 어려운 게 ‘대충, 적당히, 알아서’이거늘….

‘백파더’의 필살기라고도 할 수 있는 ‘실시간 소통’은 아직까진 장점보단 단점이 더 커 보인다. 우선 화상 연결한 50여명의 ‘요린이’를 두루 살피다 보니 프로그램 진행 속도가 너무 더디다. 화상 통화 중 목소리가 끊기거나 화면이 깨지는 등 기술적인 결함도 자주 나타났다. 효과음이 없으니 귀가 허전하고 자막이 부실하니 눈도 심심하다. 보조 진행자로 나선 개그맨 양세형이 애를 쓰긴 하지만, 출연자의 개인기보다는 탄탄한 대본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프로그램 제목은 ‘요리를 멈추지 마!’인데, 프로그램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자꾸만 요리를 멈추게 된다.

■ 볼까 

백종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배달음식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시는 분들이 보기에 딱 좋습니다.” 형편없는 요리 실력에 자책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천천~히, 한 발 한 발 가시면 돼요”라는 백종원의 응원에 힘을 얻을 수도 있겠다. 물론 그보다 더 큰 위안이 되는 건 나만큼이나 요리를 못하는 사람의 존재다. 모두가 나름 성공적으로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낸 가운데 혼자 요리를 망친 18호 시청자처럼 말이다. 참고로 그에 대한 백종원의 반응은 이랬다. “18호는 도대체 뭘 하신 거지, 저거? 오븐에다가 구우신 거예유?” …상처는 받지 않도록 한다.

■ 말까 

이번에도 백종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음식 잘하시는 분들이나 음식 좀 아시는 분들은 딴 거 보세요.” ‘백파더’는 초보 중의 초보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어 메뉴가 무척 쉽다. 밥 반찬 하나 정도는 만들 줄 아는 사람은 ‘백파더’ 보단 21일 방송하는 올리브 ‘집쿡라이브’를 보는 것이 좋겠다. 진행 속도도 무척 느려서 성격이 급한 사람은 중간중간 ‘빨리감기’를 누르고 싶은 마음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면, 양세형과 백종원의 호흡이 어긋날 때마다 자신도 함께 민망해져 얼굴이 화끈거릴 수도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wild37@kukinews.com / 사진=MBC 제공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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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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