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이스피싱 대책, 핵심은 ‘금융사가 배상 책임져라’

정부 보이스피싱 대책, 핵심은 ‘금융사가 배상 책임져라’

기사승인 2020-06-24 10:00:00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정부가 보이스피싱을 근절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보이스피싱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과하기로 했다. 금융회사들의 보이스피싱 사전예방 노력을 유도해 안전한 금융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금융위·과기정통부·법무부·방통위·대검찰청·경찰청·금감원·인터넷진흥원·금융보안원 등 관계부처·기관 합동으로 23일 보이스피싱 척결 대책을 발표했다. 

"보이스피싱 배상 책임 금융회사에 부과"

대책의 핵심 내용을 보면 먼저 정부는 금융회사에 대한 보이스피싱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금융회사에 ▲금융거래시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경우 ▲ 수사기관·금감원의 정보제공 또는 정당한 피해구제신청이 있었음에도 지급정지를 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배상책임이 부과된다. 

정부는 앞으로 보이스피싱에도 이용자의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금융회사가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을 지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이스피싱의 통로로 이용되는 금융회사가 금융인프라 운영기관으로서 책임이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권대영 금융위 혁신기획단장은 "피해자가 ‘사기·강박’ 에 의해 거래를 허용하게 됐고, 금융회사가 FDS(이상거래탐지 시스템) 구축 등으로 사전예방노력을 강화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배상책임 부과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연구용역 등을 거쳐 금융회사와 이용자 간에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액이 합리적으로 분담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여기서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민사상 기본 원칙 등을 바탕으로 이용자의 고의·중과실 범위가 확정될 예정이다.

권 단장은 "카드사의 경우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드사가 배상을 책임지면서 전국민이 카드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졌다"며 "금융사에 대한 보이스피싱 배상 책임 부과는 국민이 보이스피싱의 우려를 벗어나 안심하고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환경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금융회사의 FDS 구축이 의무화되고, 의심계좌에 대한 자체 임시조치 의무가 확대된다. 또한 FDS 시스템 구축이 미흡해 보이스피싱 피해가 크거나 자체 임시조치 의무 이행이 미흡할 경우 금융회사에 제재를 가하는 법 개정도 추진된다.

"범 정부 보이스피싱 일제 단속 실시"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일제 단속에는 경찰 지능범죄수사대(688명)·광역수사대(624명), 금감원 불법금융 단속전담팀이 투입돼 엄정한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해외 기관과 연계·협업을 통한 보이스피싱 범죄 단속도 강화된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주로 본거지를 해외에 두고 있는 만큼 해외 기관과 국제 수사 공조체계를 강화하고 경찰청·지방경찰청 소속 보이스피싱 범죄 전담 인력을 지속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증가하는 메신저 피싱에 대한 집중 수사도 실시할 예정이며, 금융사기 등에 악용될 수 있는 대량문자 발송 대행업체 및 일부 설비임대 통신사(舊 별정통신사)에 대한 집중 점검에도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디지털 금융·통신 인프라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등 일반 사기범죄에 비해 중대한 범죄라는 판단에 따라 보이스피싱 및 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대포통장 대여 등에 대한 처벌을 ‘징역 3년, 벌금 2천만원’에서 ‘징역 5년, 벌금 3천만원’ 으로 상향했다. 여기에 보이스피싱 송금·인출책 등 단순 조력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보이스피싱 및 유사 금융사기 범죄의 법정형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개통-이용-중지 관리 강화"

정부는 스마트폰이 보이스피싱에 활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사용기한이 넘은 선불폰, 사망자·출국 외국인·폐업법인의 기 이용회선을 정기적으로 일제히 정리하고, 정리 주기도 단축하기로 했다.  외국인 단기관광객 출국시 휴대전화를 신속히 정지하고, 휴대폰 단기 다회선 개통시 다회선 개통을 억제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는 전화번호 거짓표시(변작)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차단 체계 구축하기로 했다. 전화번호 변작 차단 목록에 공공‧금융기관의 주요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대량 문자발송 대행업체 등의 신청자 전화번호 확인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후 전화번호 이용중지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4~5일에서 2일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과 보이스피싱에 활용된 전화번호의 이용중지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통신사업자 등이 각종 빅데이터·AI 연계 시범사업 등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탐지·대응 기술·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지원에도 나선다.

권 단장은 "보이스피싱은 개인 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파괴하고, 나아가 금융·통신 인프라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사회적 문제"라며 "범죄수법·수단 등이 지능화·고도화됨에 따라, 개별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강력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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