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급여화 추진에 의사단체 ‘파업 예고’…명분 약해, 막기 역부족

첩약급여화 추진에 의사단체 ‘파업 예고’…명분 약해, 막기 역부족

기사승인 2020-06-30 14:39:27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첩약의 건강보험 급여화에 대해 의료계가 “진행 시 총파업을 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사업 진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첩약은 여러 한약제제를 섞어 탕약으로 만든 약으로 소위 ‘한약’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간 한의원 등에서 환자 100% 자부담으로 이용하던 것을 일정 부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을 해주는 형태의 시범사업을 정부와 한의계가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일 보건복지부는 월경통·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을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안건을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 소위원회 안건으로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심층변증·방제기술료 3만8780원 ▲조제·탕전료 3만380원~4만1510원 ▲약재비 3만2620원~6만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14∼16만원 수준이 된다. 이 중 절반은 환자가, 나머지 절반은 건강보험에서 부담한다. 

이를 오는 7월3일 2차 건정심 소위에서 논의하고, 7월말 건정심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최종 확정되면 연내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지난 28일 서울 청계천에서 ‘첩약급여화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한방보험 분리하여 국민 선택 보장하라’, ‘연간 500억원 공중분해 진짜 환자는 속이 탄다’ 등 첩약급여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자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는 건강보험 제도 원칙마저 무시한 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안전성을 검증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향후 도입의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졸속적이고 비현실적 정책을 강행하려고 한다”며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의 일부터 제대로 챙겨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바란다”고 말하며 의료계 총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반면 한의계는 의사협회의 이러한 행동을 내부 결속용, 최대집 회장 면피용 퍼포먼스라고 일축한다. 안병수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다 끝난 게임에 최대집 회장 면피용 행사로 보인다. (의협의 궐기대회가) 오히려 도와준 것 같아 감사하다”라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 국민이 모를 수 있었는데 사업을 알리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또 건보 급여화가 되면 국가가 좀 더 안전하게 질 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의약이 발전할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앞서 한의협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였다. 개표 결과, 총 2만3094명의 한의사 회원 가운데 1만6885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중 1만682명(63.26%)이 찬성했다. 

정부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정부가 지난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방에서 급여화되기를 바라는 항목을 실태조사한 결과, 1순위로 ‘첩약’이 꼽혔다.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관계자는 “국민이 바라는 만큼 시범사업을 해보고 보완해가면 된다. 의과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한방은 자부담하라니 같이 보험을 적용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협에서 주장하는 안전성·유효성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일본이나 중국에선 이미 첩약이 건강보험 제도 내에 들어갔다. 우리가 처음 시행하는 것도 아니다. 일반의약품처럼 임상을 거친 나라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약 특성에 맞는 안전성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단체의 반대의견만 듣고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 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있는 건정심에서 같이 논의해 국민의 건강 증진에 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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