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안 먹고, 안 입고, 안 탔다' 일본 불매 일년, 지금은?

[현장+] '안 먹고, 안 입고, 안 탔다' 일본 불매 일년, 지금은?

'안 먹고, 안 입고, 안 탔다' 일본 불매 일년, 지금은?

기사승인 2020-07-03 07:03:23
일본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게시된 서울 시내 한 마트와 편의점 주류코너에 일본 주류를 제외한 국내산·수입산 맥주가 비치되어 있다.

편의점 점주 "(일본 주류들) 손해 보더라도 다 폐기해야지"

[쿠키뉴스] 박태현 기자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 주류 코너에는 작년부터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한 일본 주류들이 있던 자리에 국산과 유럽 맥주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편의점 점주는 "많은 종류의 맥주가 4캔에 만원으로 판매되는데 굳이 일본 맥주를 고르진 않는다. 오히려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 차라리 더 잘 팔리는 다른 맥주들을 비치했다"며 "불과 일년 전만 해도 제일 잘나갔던 주류가 아사히 맥주 등 일본 수입 맥주들이었다. 불과 몇 달 만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게 저도 한국 사람이지만 우리 국민들 애국심이 대단하다"라며 뿌듯해했다.

2019년 7월 30일 서울 현저동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전국 52개 지방정부로 구성된 '일본 수출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 연합'이 개최한 일본 수출규제 조치 규탄대회에서 아이들이 '일본제품 NO'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에 대응해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써 일년이 넘어서고 있다. 일년 전 뜨겁게 타오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일년이 지난 지금도 일상 속에서 여전히 잘 지켜지고 있을까? 

2019년 8월 18일 오전 서울 월계동 유니클로 월계점이 영업종료를 발표한 가운데 매장 앞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상징적인 브랜드 ‘유니클로’는 지난 해 7월, 불매운동 이후에도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으로 고객들을 모으기 위해 주력했다. 하지만 작년 10월 공개한 광고 내용 중 위안부를 모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매장을 찾는 고객의 급감과 동시에 2000억 원대에 이르렀던 연간 영업이익도 19억 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 11개의 매장이 폐장하고 전국 186개였던 매장 수가 지난달 기준 174개로 줄어든 상태다. 

2일 오후 서울 신사동 철수를 앞둔 인피니티 강남전시장(상단, 오른쪽 하단)에 '잔여 재고 계약 완료' 문구가 게시되어 있다. 서울 용산구 렉서스 한강대로전시장 서비스센터(왼쪽 하단)에 셔터가 내려가 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불매운동의 높은 파고를 넘기도 전에 코로나19 사태와 국내 신차 출시 등으로 일본 차들의 판매 감소가 심각해졌다. 닛산은 지난달 28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렉서스, 토요타, 혼다 등의 경우는 할인 프로모션과 마케팅 활동을 통해 판매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차 업계 한 관계자는 "닛산의 국내 철수 발표 이후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일본 게임 브랜드 '닌텐도 스위치' 매장에서 시민들이 게임을 즐기는 가운데 콘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이 끝난 것 같은 분위기를 보이는 브랜드도 있었다. 일본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와 타이틀 게임 '동물의 숲'은 여전히 날개 돋친 듯 판매되고 있었다. 특히, 닌텐도에서 발매한 게임 '동물의 숲'은 중고 제품에 돈을 더 주고 구입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닌텐도 매장을 방문한 시민은 "동물의 숲보다 재밌는 게임을 한국에서 만든다면 사겠다"라며 "무조건 사지 말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2019년 7월 15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이하 한상총련)가 서울 광화문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판매중단 확대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1년이 되도록 이어져오는 불매운동 속에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혹은 원하는 브랜드만 골라서 불매를 진행하는 '선택적 불매'를 하는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단지,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 속에서 유행에 휩쓸려 줏대 없는 보여주기식 '불매'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pth@kukinews.com
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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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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