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노동 환경 나아지고 있다지만… 

보건의료 노동 환경 나아지고 있다지만… 

K방역 그림자는 허술한 보건의료체계... 코로나19 계기 전환 이뤄질까

기사승인 2020-07-12 05:30:11
과거보다는 보건의료 노동자의 업무 환경이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의료현장에서는 최소한의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진=보건의료노조 제공

[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기존에도 부족한 인력과 낮은 임금으로 간호사의 노동조건이 매우 좋지 않았는데 이젠 코로나19 감염위험을 무릅쓰고도 환자들의 불평 등 감정노동과 주위의 따가운 눈총까지 견뎌야 한다.” 

한 보건의료 노동자의 말이다. 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의료진의 노고에 대한 응원이 각계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바라보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과거보다는 보건의료 노동자의 노동 실태가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노동권 보장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노동자들은 작금의 노동 실태를 ‘마른 수건 짜기’에 빗댔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보건의료 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환자를 돌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노동자들이 노력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음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낸 ‘사건’이 있었다.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의료인들의 보수가 제때 지급되지 않거나 파견 민간의료인에게 위험수당 등도 지급되지 않아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생활고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의료진의 실상이 전해지자 여론은 크게 요동쳤다. 

관련해 대구에서 환자를 돌봤던 한 의료인은 “감염병은 일반 질병과 달라 보조인력 없이 간호사가 전적으로 치료를 담당해야 했다”며 “혼자서 20명이 넘는 환자를 돌봤고 입퇴원이 있는 날이면 쉴 새 없이 뛰어다녀야 했다”고 인력 부족 상황을 설명했다. 한 의료기관에서는 코로나19 환자로부터 간호사가 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는데 ”폭행을 당한 간호사들은 인간적인 대접을 못 받는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고 다른 의료인은 전했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던 열악한 보건의료 노동 환경 개선 논의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진일보되길 바란다. 관련해 지난 5월말 보건의료산업 산별중앙교섭 자리에서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노동자 노동권 보호 ▲안전한 일터 ▲코로나19 극복 위한 노사 공동의 과제 해결 ▲보건의료인력 문제 해결 ▲긴급 사회적 대화 및 사회 연대 실현 등을 교섭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사측도 퍽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K방역이라는 칭송을 듣고 있지만 허술한 보건의료체계의 민낯도 드러났다”며 “이번 사태를 기회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올바로 구축하는 해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코로나19와 싸우며 보건의료노동자가 흘린 땀을 보상하는 길은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고 공공병원을 늘리고 사회안전망 확대하는 것”이라며 “보건의료노동자의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감한 법과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을 정치권도 인지하고 있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지금까지 의료진의 헌신과 열정에 기댔지만 계속 준전시상황을 유지해 달라 주문할 수 없다”며 “코로나19 현장을 지켰던 의료진의 열악한 근무환경, 부당 처우, 과중한 노동 강도, 인력부족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부대표는 그러면서 “감염병 대응주체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한술 더 떠 “코로나 전쟁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인들을 위해 위험수당과 직무관련 감염 의료인에 대해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총 311억1800만원의 추경 증액 편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정부를 향해 대정부 교섭 및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대정부 요구안은 ▲보건의료노동자의 안전권·노동권 보장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관의 피해 보상과 지원 ▲국가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확대 및 보건의료제도 개혁 ▲보건의료인력 확충 및 인력문제 해결 등이다.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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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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