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참여연대는 15일 침묵을 깨고 공직자에 의한 성추행 피해사건을 끊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시장은 1994년 참여연대를 창립한 인물 가운데 한명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사건 관련 입장’을 내 “위계에 의한 권리침해를 호소한 이에 대해 신상을 털거나 고인의 선택을 피해자와 연결지어 비방하는 식의 2차 가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권리회복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며 피해자가 요구하는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을 두둔하던 정치계 인사들은 거센 비판 여론에 고개를 숙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당 대표로서 너무 참담하고 책임을 통감한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피해 호소인의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박 전 시장이 숨진 뒤 성추행 의혹에 대해 질문한 기자를 향해 “예의가 아니다”라며 ‘후레 자식’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됐다. 이후 이 대표는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통해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고 사과했으나 진정성 없는 대리 사과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추행 피해 고소인의 기자회견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며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 처리의 전범을 몸소 실천하셨다”고 썼다. 그러나 비난 여론이 잇따르자 다음날 “피해자에게 더 이상의 2차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지난 13일 김해영 최고위원이 사과와 대책 마련의 뜻을 밝히며 지도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날 자신의 SNS에 박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여성변회는 이날 오전 대검에 진 검사의 징계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우편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진 검사는 앞서 지난 13일 박 전 시장과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을 게시하고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다”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추행”이라고 적었다.
여성변회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박 전 시장이 자신에 대한 책임을 죽음이라는 가장 극단적 방법을 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권력형 성폭력 범죄로 의심되는 피해자의 주장이 존재하는 만큼 박 전 시장을 지나치게 영웅시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2차 가해 논란이 잇따르자 이날 브리핑을 열고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진상규명을 하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내부 은폐 의혹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호소 직원’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됐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 비서는 14일 신상털기와 비난 등 온·오프라인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를 멈춰달라며 관련자들을 추가 고소했다. 특히 박 전 시장 실종 직후 온라인상에서 피해자의 고소장이라는 제목으로 퍼진 글과 관련해서도 유포자 처벌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 10일 박 전 시장이 숨진 뒤 온라인상에서는 일부 지지자들이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찾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박 전 시장이 평소에도 속옷 차림을 트위터 등 개인 SNS를 통해 많이 올렸다고 두둔하거나 “이순신 장군도 관노와 잠자리에 들었다”며 옹호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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