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어디에 어떻게 분배될까

코로나19 백신, 어디에 어떻게 분배될까

확보 가능 물량·접종 우선순위 ‘미지수’… 논의 서둘러야

기사승인 2020-07-23 19:31:17

서소문역사공원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시민들/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은 몇 명이나 접종받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접종받을 사람은 누구일까. 백신 분배 계획을 서둘러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본격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나섰다. 복지부는 지난 21일 아스트라제네카, SK바이오사이언스와 코로나19 백신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취지의 3자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ZD1222’를 개발 중이다. 협약에 따라 복지부와 두 회사는 향후 개발이 완료될 코로나19 백신의 생산·수출·허가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한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 분배되려면 갈 길이 멀다. 우선, 확보 가능한 백신 물량이 미지수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최근 체결된 협약은 말 그대로 협력할 의향을 확인하는 취지”라며 “구체적인 생산 물량이나 공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국가가 얼만큼의 백신을 확보하게 될지는 백신 개발에 참여했거나 투자를 했던 국제기구들과 각국 정부가 합의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백신 생산을 담당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설명도 마찬가지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자사의 안동 공장에서 백신을 생산할 예정이며, 생산 물량이 어느정도 규모일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안동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물량은 1억5000만명분”이라면서도 “모든 설비가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동원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접종 대상에 대한 논의도 진전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중증도를 기준으로 분배된다. 그러나 백신은 건강한 사람에게 감염 예방 목적으로 투약한다. 따라서 수량이 한정적인 백신을 누구에게 우선 접종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과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순위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백신의 특성과 국내 역학 조건 등 복잡한 고려 사항이 많아, 심층적인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순위 설정을 두고 보건당국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며 “일반적으로 적용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국가마다 환경이 다르기때문에 무작정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정리하기 위한 기준부터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취약성 ▲감염 가능성 ▲효과성 가운데 어떤 요소에 방점을 찍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취약성을 고려한다면 고령자나 기저질환자가 우선이지만, 감염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활동 범위가 넓은 청년층이 우선이다”라며 “접종 효과를 고려하면,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신종 감염병이 확산했던 과거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보건당국이 제시한 우선접종 권장 대상자는 임산부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비롯해 의료진, 단체생활을 하는 군인·학생 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정적인 수량의 백신을 분배하는 문제인 만큼, 개방된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외의 상황은 다르다. 백신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섰던 해외 국가들은 구체적인 확보량이 파악됐다. 미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AZD1222 연구개발에 약 12억 달러(한화 1조4000억원)를 투자한 대가로 3억명분을 확보했다. 영국과 브라질도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개발에 투자해, 각각 백신 1억명분을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은 포괄적 백신동맹(inclusive vaccine alliance)을 조직하고 아스트라제네카와 4억명분의 백신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논의했다. CNN과 뉴욕타임즈 등을 종합하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외부 건강자문위원회를 위촉하고 ▲1순위 주요 의료기관 및 국가 안보 관련 공무원 ▲2순위 주요 기관 필수 근로자 ▲3순위 고위험군(노인, 기저질환자) 등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계획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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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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