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십시일반’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양이 된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MBC 새 수목극 ‘십시일반’에는 열 명에 가까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유명 화백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저택에 모인 여덟 명은 힘을 합쳐 누군가를 돕기보다, 자신의 숟가락에만 관심이 있는 인물들이다. 각자의 목적과 탐욕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의 ‘십시일반’은 무엇일까.
‘십시일반’은 유명 화가의 수백억대 재산을 둘러싼 사람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린 블랙코미디 추리극이다. 전작에서 호연을 펼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김혜준과 오나라가 모녀 관계로 호흡을 맞추고 연극무대에서 활약해온 배우 김정영, 남문철, 이윤희, 남미정, 한수현과 신예 최규진과 김시은이 출연한다. MBC 드라마 ‘역적’ ‘배드파파’ 등을 작업한 진창규 PD가 연출을 맡았다. 극본은 최경 작가가 썼다. 2018년 MBC 드라마 공모전에서 최종심사까지 올라갔던 작품이다.
지난 22일 오후 방송한 첫 회에서는 대저택의 주인이자 엄청난 명성을 지닌 유인호 화백의 생일을 기념하고자 가족들이 저택에 모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유 화백의 과거 내연녀인 김지혜(오나라)와 유 화백과 김지혜 사이에서 태어난 딸 유빛나(김혜준), 화백의 이부동생 독고철(한수현)이 화백의 생일 하루 전 저택에 입성한다. 저택엔 화백 외에도 여러 사람이 살고 있다. 화백과 20년 전 이혼한 전부인 지설영(김정영), 화백의 친구이자 매니저 문정욱(이윤희), 독고철의 딸 독고선(김시은), 20여 년간 저택의 살림을 맡아온 가정부 박여사(남미정), 화백의 친조카인 유해준(최규진) 등이다.
표면적으로는 유 화백의 생일을 축하하는 듯 보이는 사람들의 속내는 따로 있다. 첫 번째 관심사는 유 화백의 유산이다. 특히 김지혜나 독고철은 유 화백의 유산에 대한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다른 사람들도 수상하긴 마찬가지다. 지설영은 20년 전 유 화백의 불륜으로 이혼한 앙금이 있고, 문정욱은 오랜 기간 괴팍한 유 화백의 폭언을 견뎌 온 것으로 묘사된다. 유 화백 곁을 오래 지켜온 박여사나 화백이 애정을 보이는 유해준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8부작인 만큼 초반부터 빠른 호흡과 전개가 돋보였다. 대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여덟 명의 인물이 서로를 의심하며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두뇌싸움을 하고,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간다는 설정을 연극 같은 연출로 풀어나간 것도 인상적이다. 대사와 상황 곳곳에 블랙코미디 요소가 녹아있어 무겁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드라마의 연극적 분위기에 힘을 보태는 것은 관록 있는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다. 다만 연극 같은 드라마라는 점이 일부 시청자에겐 어색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백의 죽음으로 첫 회를 마친 ‘십시일반’은 갈림길에 서 있다. 신선한 설정이 전부인 실험작으로 남거나, 과감한 시도를 통해 완성도를 획득한 수작으로 남거나. 첫 회를 구심점으로 사연과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과 방향성에 달렸다.
■ 볼까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인물의 심리전과 인간의 탐욕을 보고 싶은 시청자에게 추천한다. 만화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을 재미있게 봤던 사람이라면 익숙해 흥미가 생길만한 내용이다.
■ 말까
TV를 통해 보는 연극적 연기나 연출을 선호하지 않는 시청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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