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하루에도 수십 개의 신작 모바일 게임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골수 게이머가 아닌 라이트 유저의 경우 출시된 모든 게임을 플레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모바일 게임의 흥행 여부는 30분 플레이 후 판가름 난다고 한다. [30min]에서는 쿠키뉴스가 30분 동안 신작 게임을 플레이하고 받은 간략한 인상 등을 소개한다.
복고풍을 의미하는 '레트로(Retro)'가 대중문화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된 세상이다. 레트로 열풍은 게임업계에도 막대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CG와 실사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래픽 기술력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도트풍 그래픽 게임을 갈망한다. 또한 3D보다 여전히 2D, 횡스크롤 방식을 선호하는 게이머도 많이 있다.
자신이 이런 성향을 가진 게이머라면 꼭 해봐야 할 게임이 있다. 지난 16일 출시된 '가디언 테일즈'다. 4방향 조작, 도트 디자인, 온갖 밈(meme)을 활용한 패러디, '젤다의 전설'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퍼즐 요소, 생각보다 묵직한 액션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게임이다. 최근 출시된 게임 중 30분 플레이 몰입도는 가장 높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 완벽재현 도트 그래픽, 반전매력 '카드 일러스트'
'가디언 테일즈'의 인게임 그래픽은 도트와 3D효과, 2D라이브 등 게이머가 좋아할 요소가 모두 혼합돼있다. 사실 좋은 요소를 뽑아 써도 이도저도 아닌 '잡탕'이 되는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봤다. 하지만 '가디언 테일즈'는 특급 재료를 적절하게 살린 일품요리에 가깝다.
도트 그래픽은 깔끔하고 심플하다. 전투에서 표현되는 폭발이나 스킬 효과는 눈을 즐겁게 한다. 반대로 로비에 나와서 볼 수 있는 퀄리티 높은 영웅들의 일러스트는 라이브 2D까지 적용되어 있는데 미소녀풍이 짙다. 캐릭터 수집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이런 부분에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 맛깔나는 스토리와 '예측불허' 비선형식 퀘스트… 센스 넘치는 패러디까지
조작법 등을 알려주는 게임 내 튜토리얼은 대부분의 유저들에게 성가신 요소다. 하지만 '가디언 테일즈'에선 튜토리얼에 스토리를 녹여내 몰입도를 더했다. 이 과정을 따라가보면 유저는 풋내기 기사가 어떻게 주인공이 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래도 튜토리얼에 선천적 알러지가 있다고? 걱정마라, 스킵도 가능하니까.
이 게임은 세계관 최강자인 주인공이 최종 빌런의 저주로 최약체가 되는 양산형 스토리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켄터베리 왕국의 '신입 가디언'이 인베이더 군단의 침략에서 살아남아 어린 공주를 지키며 성장하는 '소년만화'의 흐름을 따른다.
초반 챕터를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스테이지의 구성과 진행 방식이 옛날 레트로 RPG의 문법을 충실히 따랐다는 것이다. 1-1 첫 스테이지에서부터 숨겨진 길이 있다. 간단한 퍼즐을 풀면 보너스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히든 스테이지가 열린다. 또한 플레이 도중 만나는 NPC에게 서브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 유저의 선택지에 따라 진행되는 스토리가 바뀌는데 '위쳐', '호라이즌 제로 던', '어쌔신 크리드:오디세이' 등의 게임에서도 이같은 비선형적 퀘스트 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은 덤이다.
여기에 온갖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온 밈을 활용한 패러디도 유저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힘 세고 강한 날. 만약 내게 묻는다면"이라며 '왈도체'를 구사하는 여관주인, 페이스북을 패러디한 게임 내 SNS 시스템 '페이스 브레이크' 등 알고 있다면 그냥 넘어가지 못할 웃음 지뢰가 여기저기 숨어있다.
▶ 게임은 역시 수동전투지!…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요, 나만의 무기'
탄탄한 스토리와 세밀한 디테일도 매우 훌륭하지만 '가디언 테일즈'의 진면목은 손맛에 있다. 이 작품은 자동전투가 존재하지 않는다. 수동전투 역시 단순히 버튼을 연타하는 것이 아닌 몬스터의 패턴을 보며 회피하고, 지형지물을 고려해 공격해야 한다. 여러모로 2D버전 '젤다의 전설'을 떠올리게 하는 게임이다.
또한 영웅 카드를 모아 최대 4인까지 파티를 짤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가능하다. 각 캐릭터는 고유의 연계기를 지니고 있다. 이 연계기는 에어본, 부상과 같은 특정 상황에서 발동하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리그오브레전드(LoL)'에서 볼법한 '입롤한타'를 재현할 수도 있다.
무기의 종류가 다채로운 것도 매력적이다. 검이나 활, 방패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권총, 라이플, 양손검 같은 독특한 장비가 있는데 각각의 무기마다 스킬과 공격 자세, 공격 속도가 모두 다르다. 2018년 혜성처럼 등장한 국산 인디게임 '던그리드'의 무기활용과 일정부분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좋은 쪽으로 유사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기물을 옮기고, 횃불에 불을 붙여가며 장애물을 없애는 각종 퍼즐요소도 게임 플레이에 재미를 더했다. 퍼즐을 푸는 것이 어려울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개발자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장애물을 만들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 30분 플레이 소감
그래픽 : 최근 출시작 중 이렇게 옛날 감성을 그대로 살린 도트 그래픽이 있나 싶을 정도로 완벽하다.
스토리 : 양산형 스토리와는 비교할 수 없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유저가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드는 것에 박수!
액션 : Only 수동전투, 무기마다 색다른 스킬과 공격 시스템. 두 가지의 시너지가 완벽했다.
▶ 별점과 한 줄 평(5점 만점)
5점. 4버튼에 도트 그래픽, '젤다' 감성까지. 고전게임이 그리운 유저에게 찾아온 선물.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