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X와 젠지의 장외 맞대결, 어떻게 봐야할까

DRX와 젠지의 장외 맞대결, 어떻게 봐야할까

기사승인 2020-07-28 18:46:02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지난 25일 e스포츠 팬들의 이목이 일제히 서울 종로에 위치한 롤파크로 쏠렸다.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드래곤X(DRX)와 3위 젠지e스포츠가 맞붙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담원 게이밍과 함께 ‘3강’이라 불리며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기에 팬들의 기대가 무척이나 컸다.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도 많았다. DRX의 2대 1 승리로 끝난 이날 맞대결은 매 경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혈전들로 가득했다. 팬들은 승패를 떠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양 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이 진정한 승자’라는 얘기도 나왔다.

양 팀의 맞대결은 장외로도 이어졌다.

DRX는 경기 후 공식 SNS를 통해 웹툰 하나를 공개했다. 관우의 오관돌파 이야기를 담은 ‘요코야마 미츠테루 삼국지’의 유명 장면을 패러디 한 ‘DRX TOON ep. 10’에서는 관우로 등장한 ‘쵸비’ 정지훈(DRX)이 ‘비디디’ 곽보성(젠지)의 목을 ‘뎅겅’ 자르는 장면이 나왔다. 승리 자축과 함께 ‘뎅겅파(공격적인 선수)’의 수장이라 불리는 두 선수의 맞대결에서 정지훈이 웃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DRX 페이스북


그런데 DRX의 콘텐츠를 놓고 팬들 사이에서 예기치 못한 갈등이 빚어졌다. “선을 넘었다”는 반응과 “이 정도는 재미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일부 팬들은 특정 선수를 언급한 것도 모자라 선수의 목이 바닥에 나뒹구는 다소 충격적인 연출을 시도한 점 등을 들어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콘텐츠라고 비판했다. 노골적인 표현에 불편함을 느낀 팬들은 DRX측에 게시글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에선 상대 선수에 대한 ‘트래쉬 토크’ 등 유희성 도발이 스포츠의 재미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DRX의 게시글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종합 격투기 단체 UFC는 선수들 간의 도발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편인데, 이는 매치업에 스토리를 부여하고 팬들의 몰입감을 더한다는 것이다.

또 팬들은 LCK만 해도 이런 식의 도발이 초창기부터 존재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과거 SKT T1(T1)에서 뛴 ‘피글렛’ 채광진은 ‘임프’ 구승민을 향해 “저는 못하는 애를 싫어하는 데 임프는 못해서 싫다”고 도발했다. 이에 구승민은 “제가 잘하는 애들을 진짜 싫어하는데 피글렛 선수는 밉지 않다”고 응수해 당시 팬들의 환호를 자아낸 바 있다.

스포츠맨십에 걸맞게 도발을 자제해야 하는지, 재미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도발을 감내해야 되는 지에 대해서는 쉬이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다. 다만 분명한 것은 DRX의 이번 도발로 두 팀의 다음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사진=아놀드 허 트위터

젠지의 COO 아놀드 허는 27일 자신의 SNS에 연필로 아무렇게나 그린 캐릭터가 ‘THAT WAS WACK(그건 구렸어)’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긴 그림을 올렸다. 그는 “우린 공식적인 답변을 위해서 이 ‘훌륭한’ 예술작품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며 재치 있게 반격했다. 같은 날 곽보성 역시 “기분이 찝찝하다”면서도 다음 맞대결 필승을 다짐했다. 

DRX와 젠지의 다음 맞대결은 플레이오프 혹은 롤드컵 선발전에서야 성사가 될 전망이다. 이들이 다시 한 번 조우할 수 있을지, 그 때 웃는 팀은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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